현실적인 모험, 분위기가 다 하는 '헬 이즈 어스'

액션 게임의 탈을 쓴 탐험게임 아닐까?
2025년 10월 02일 17시 39분 25초

몇 년 전 게임 쇼케이스 영상을 살피다 꽤 인상적인 디자인과 분위기를 뽐내는 액션 게임 트레일러를 본 적이 있다. 현대식 의복을 입고 냉병기를 휘두르는 주인공과 막바지에 서서히 드론이 날아와 주인공의 어깨에 살포시 장착되는 현대 다크 판타지풍의 영상이었다. 보자마자 이거다! 이건 꽤 재미있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습게도 그런 생각이 무색하게 그 후로 한동안 그 게임에 대한 소식을 잊고 살았다. 그러나 한 번 강렬한 비주얼로 인상을 남긴 게임이었기 때문일까, 지난 9월 4일 그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내던 액션 게임이 출시되자마자 과거의 기억이 덧씌워졌다. 그 게임이 출시됐구나?

 

에이치투 인터렉티브가 퍼블리싱하고 로그 팩터가 개발한 액션 게임 '헬 이즈 어스(Hell Is Us)'에 대한 회고다. PS5 버전으로 받아든 헬 이즈 어스는 과연 시작부터 트레일러가 주던 기대감과 만족감을 안겨줬을까? 한 번 이야기해보자.

 

 

 

■ 현대와 초자연, 전쟁이 만든 분위기

 

헬 이즈 어스가 독특한 인상을 남겼던 것은 현대와 전쟁통, 그리고 초자연적 요소가 모두 버무려져 만들어진 특유의 분위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냉병기를 휘두르며 싸우는데 첨단 기술의 일원과도 같은 드론이 날아다닌다는 발상이 굉장히 마음에 들었다는 이유도 크지만 말이다.

 

헬 이즈 어스의 무대가 되는 국가 하데아는 내전으로 엉망이 되면서 고립됐고, 여기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현대식 무기론 제압할 수 없는 초자연적 생물이 태어나 활보하는 재앙이 발생하며 일반 시민들은 인간이 만든 재앙과 초자연적 괴생물체가 만든 재앙에 대한 두려움으로 끊임없는 고통에 시달린다는 설정을 가지고 있다.

 

이야기의 주인공은 하데아에 진입했다가 생환한 인물로, 게임의 시작부터 이 일을 심문받는 입장이다. 주인공은 극중에서 자신의 출생에 대한 진실을 알고 싶어하며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이야기가 전개되고 어떻게 플레이했느냐에 따라 소지한 단말기 속 정보들이 점차 채워져간다.

 

 

 

다시 게임의 분위기에 대한 이야기로 돌아가보면, 하데아를 탐험하면서 정체불명의 괴물들이 괴물인지 오히려 인간이 괴물보다 더 괴물같은 존재인지 고민하게 된다. 여기저기 서로 다른 사상을 지닌 진영의 군인들이 반대 사상을 품은 시민들을 향해 과도한 처형을 벌이거나 시민들에게 입에 담기 힘든 일을 저지르는 모습들을 자연스럽게 플레이어가 보게 만들고, 이런 모습을 목도한 뒤로는 참 복잡한 심경이 된다.

 

이렇듯 헬 이즈 어스는 현대적인 면모와 괴물을 비롯한 유적 등 초자연적인 요소, 전쟁이 형성하는 특유의 광기로 가득한 분위기를 잘 버무려 그럴싸한 분위기를 조성해 플레이어가 스토리에 몰입할 수 있도록 돕는다.

 

 

 

추가로 사이드 퀘스트 요소인 선행은 플레이어의 수행 여부에 따라 하데아의 시민들과 일종의 동료애 내지는 전우애가 형성되기도 할 정도로 게임의 분위기에 당위성과 몰입감을 더해준다.

 

여기에, 흔히 게임에서 볼 수 있는 미니맵, 내비 기능이나 퀘스트 추적 등 게임적인 편의 기능을 배제해서 플레이어가 직접 하데아의 구석구석을 뒤지면서 다양한 퍼즐 장치의 단서를 알아내거나 탐험하면서 숨겨진 정보 등을 파악해나가는 즐거움이 있다. 게임 속 탐험의 정수라면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다. 물론 이런 시스템이 귀찮은 게이머라면 정말 맞지 않을 것이다.

 


이게 대체 무슨 소리니 드론아

 


직접 탐문하러 다녀야 정보를 캐낼 수 있다

 

■ 손맛이 꽤 좋은 전투

 

하데아를 활보하는 괴생명체들은 생각보다 그 종류가 많지 않은 편이다. 일단 전반적으로 매끈한 질감의 흰 피부 같은 것을 가지고 있는 인간과 흡사한, 혹은 인간에서 조금 변이된 형태의 생명체들이고 단일 개체나 몸 속에서 특정 속성의 오브젝트를 꺼내는 유형처럼 살짝 특이한 개체들이 존재한다.

 

좀 더 다양하고 기괴한 생명체가 나와도 될 것 같은 분위기지만 훌륭한 분위기를 조성해주는 세계와 별개로 적들이 종류가 반복된다는 느낌을 지우기 힘든 편이다. 특히 첫 번째 지역을 넘어 두 번째 지역에 가도 그렇게 적의 비주얼에 큰 차이가 없으니 다양한 적을 상대하는 것이 좋은 게이머라면 다소 불만족스러운 경험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패턴 정도는 소소하게 차이가 있긴 하더라도 대부분의 적들이 반복적으로 나온다는 부분이 아쉬울 수 있다.

 

 

 

하지만 그런 비슷비슷한 적들과 상대할 때 듀얼센스를 통해 전해지는 손맛이 생각보다 괜찮은 편이다. 헬 이즈 어스의 전투에서는 플레이어가 무기를 휘두르는 것 외에도 드론이 적을 교란하거나 적의 공격을 쳐내기로 받아내 강력한 한 방을 먹이는 것도 가능한데, 이 쳐내기가 햅틱 피드백과 맞물려 다소 반복적인 전투의 향신료가 되어준다. 거기다 연속되는 전투에서 특정 타이밍에 소모한 체력을 회복하는 기능도 있어 연전의 속도감이 좋다.

 

또, 사용하는 무기 종류에 따라서 전투 스타일이 달라지다보니 짧은 순간 뿐이지만 자신에게 맞는 무기군을 찾는 과정도 나름대로 재미있었다. 주인공은 다른 세계의 무기를 휘두르며 스킬을 구사하기도 하는데 햅틱 피드백 등 복합적인 요인으로 전달되는 전투의 타격감이 나쁘지 않았다. 처음에는 무시무시한 분위기와 기괴하고 불쾌하게 생긴 적들이 조금 무섭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나중에는 직접 적을 찾아다니며 싸움을 걸고 다니기도 했다.

 

 

 

■ 직접 탐험하는 과정이 즐거운 게임

 

헬 이즈 어스는 기괴하고 때로는 신비로우며 은근히 공포스러운 분위기도 자주 조성되는 타이틀이다. 또한 앞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매력적인 세계관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전개해나가는 것도 매력적인 부분이다.

 

메인 스토리는 초반의 기대감에 비해 다소 짜임새가 아쉽다는 느낌이 들기는 한다. 하지만 게임이 한껏 조성해둔 분위기와 게임 플레이 과정에서 불편할 정도로 편의 기능을 배제해 직접 탐험한다는 느낌을 선사한 것은 개인적으로 좋은 선택이었다고 본다. 앞에서 이야기했던 미니맵이나 퀘스트 추적이 있었다면 이만큼 재미있게 플레이하지는 못했을 것 같다. 마치 아날로그 시대로 돌아간 것처럼 단서로 의심되는 것들은 촬영하고 메모하며 방향은 지도와 나침반 아이템을 꺼내서 확인하는 '불편한 모험'이 오히려 진짜 모험처럼 느껴졌다.

 

내가 퍼즐 요소를 좋아하고 단서를 바탕으로 추리를 하는 것도 좋아한다, 게임의 구석구석을 전부 뒤집어 엎으면서 컨텐츠의 바닥까지 핥아먹고 싶은 유형의 게이머다 라고 한다면 헬 이즈 어스는 굉장히 높은 만족감을 주는 타이틀이 될 것이다.​ 

 


 


 


 


 

조건희 / desk@gameshot.net | 보도자료 desk@gameshot.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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