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20주년 인터뷰 - 한국e스포츠협회 김영만 회장

게임업계 '큰 형님', 아직도 할 일은 많다
2020년 02월 05일 12시 11분 58초


 

 

게임샷이 2020년 3월 2일로 창간 20주년을 맞는다. 자고 일어나면 트렌드가 바뀌는 IT세계에서 강산이 두 번 변하고도 남은 시간동안 게임샷은 묵묵히 한국게임산업을 지켜봤다. 

 

게임샷이 창간 할 2000년 3월에는 스타크래프트가 PC방에서 유행하고 '리니지'와 '바람의 나라'가 기지개를 펴면서 한국게임산업의 태동을 알리고 있었다. 당시 게임은 마니아들의 전유물에 불과한 젊은 사람들의 취미로 취급되었지만 지금은 국내 10대 수출품에 콘텐츠 수출의 60%가 게임일만큼 국가의 중추적인 핵심 산업이 되었다.

 

게임샷은 창간 20주년을 맞아 '게임샷 20년 한국게임산업 25주년'이라는 주제로 향후 두 달동안 한국게임산업의 리더들을 만나 집중 인터뷰를 진행할 예정이다.

 

꽤 오랫동안 한국e스포츠협회가 어려움을 겪은 적이 있었다. 불미스러운 사태로 회장 자리가 공석이 됐고, 그 누구도 회장 자리를 맡겠다고 나서지 못했다. 그런 상황이 장기화 되면서 결국 국내 e스포츠계는 ‘e스포츠 종주국’이라는 위상이 흔들렸고 그 사이 중국과 미국 e스포츠계가 전세계 e스포츠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그 때 나선 이가 바로 김영만 회장이다. 98년 LG미디어 과장 시절, '스타크래프트'를 국내 배급해 한국게임산업의 혁명을 일으켰던 그는, 한빛소프트를 창업하여 온라인 게임 시장의 지평을 넓히고 '한국게임산업협회'와 '한국e스포츠협회' 초대회장을 맡는 등 국내 게임업계의 발전에 큰 기여를 한 ‘큰 형님’이다.

 

한국 게임업계 1세대 리더이자 국내 e스포츠의 터를 다졌던, 그리고 2018년 국내 e스포츠계의 위기 상황에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며 다시 게임업계에 복귀해 활약 중인 김영만 한국e스포츠협회 회장을 만나보았다.



김영만 한국e스포츠협회장


- 그 어느 때보다 다사다난 했던 2019년이었다.

 

2019년에 목표로 한 것들 중, e스포츠가 스포츠로 나아가기 위해 대한체육회의 승인을 받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작년 6개 지회를 만들어서 대한체육회 인정단체로 승인받았고, 올해는 지회를 9개로 늘려 준회원이 될 예정이다. 이후 국민체육진흥기금과 같은 곳의 지원을 받아 좀 더 발전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 카나비 사태로 e스포츠의 선수와 코치의 불공정 문제가 불거졌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굉장히 곤혹스러웠지만, 이후 KeSPA가 나가야 할 방향을 확실히 정하게 되었다. 선수와 구단이 한번 계약을 하면 일정 기간 동안 활동하다가 옮겨야 하는 FA계약 같은 것이 없다보니 한국에서 구단이 열심히 선수들을 키워 놓고 중국이 스카우트해가면 구단은 그냥 뺏길 수 밖에 없다. 

 

e스포츠 시장은 커져 있지만, 이렇게 미비한 부분들이 굉장히 많다. 지금의 협회는 구단들이 내는 회비로 운영이 되는 프로 구단 연맹과 같은 구조이지만, 구단뿐만이 아닌 선수들의 권익 보호를 위해서라도 하루 빨리 자생력을 가져 현재 일부 종목에만 한정되어 있는 선수 등록을 의무적으로 진행하도록 하고 협회가 중재를 하면서 여러 가지 기준들을 만들어 나가야 할 것이다.

 

- 대한민국 e스포츠는 종주국이라고 하지만 산업화는 오히려 중국과 미국에서 뒤쳐지고 있다. 협회장으로서 산업화가 뒤쳐진 이유가 무엇이라 생각하는지?


한국뿐만 아니라 일본, 중국 등의 글로벌 50개 국이 IESF(국제 e스포츠 연맹)에 가입되어 있는데, 오히려 해외에서 KeSPA의 입지를 훨씬 높게 보고 있다. 20년 동안 운영을 해오면서 대회 운영이나 심판진, 방송 등의 노하우는 한국이 가장 많이 가지고 있고, 실제로 중국이나 미국에서 한국 PD들을 10억씩 주면서 스카우트 해가고 있다.

 

종주국으로서의 위상을 가지기 위해서 한국이 글로벌 표준을 만들어야 한다고 본다. 실제로 IOC나 OCA에서도 기준 설정에 어려움을 겪어 KeSPA에 의존을 많이 하고 있기도 하다.

 

작년 말 IESF 정기총회에서 본인이 이사 선임이 되었고, 국가대표 대항전을 하는 기준안을 KeSPA를 중심으로 만들어야겠다 싶어 작년 서울에서 한중국가대항전을 서울에서 하자고 제안을 했다. 이를 시작으로 임기 내에 종목 선정부터 시작해서 여러 글로벌 표준을 만들어 보고자 한다. 

 

- 한국 e스포츠의 21년을 평가한다면?


예전에는 e스포츠가 게임이지 그게 스포츠냐 라는 인식이 많았는데, 지금은 학부모가 자녀의 손을 잡고 찾아와 프로게이머로서의 가능성을 봐 달라고 할 정도로 옛날에 비해 인식 개선이 굉장히 달라졌다.

 

사실 각 부처 중 교육부가 가장 편협하고 혁신이 없었는데, 작년에는 장학사가 중심이 되어 진행한 충남 예산군 청소년 e스포츠 축제가 열릴 정도로 달라졌다. 작년에 오히려 게임 제작이나 유튜버 체험 등을 포함한 종합 엔터테인먼트 행사로 역제안을 했던 것이 굉장히 높은 호응을 받아 올해는 조금 더 사이즈를 키우려고 각 부처와 이야기 중에 있다.

 

최근에 ‘페이커’ 이상혁 선수와 개인적으로 만난 후, 그가 출연한 라디오 스타 방송을 보게 됐는데 순식간에 팬이 되어버렸다. 저런 친구가 리더 역할을 했으면 참 좋겠다 싶더라. 게임도 잘하는데다 인성도 좋고 표현도 굉장히 능숙해서 선한 영향력으로 부정적인 시각을 가진 사람들이 긍정적으로 탈바꿈 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 한국e스포츠 종목은 20년이 지나도 외국게임 중심이다. 국산게임은 e스포츠로 경쟁력이 없는 것일까?


한국이 개발력이 부족한 것도 아닌데 대부분 MMORPG의 개발이 중심이 되다 보니 딱히 종목을 찾기 어려운 실정이다. PUBG의 배틀그라운드는 중국이 심의를 내주지 않고 있고, 카트라이더는 마리오카트 때문에 일본에서 싫어할 것 같더라. 오디션이 남미에서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는데, 중국의 왕자영요(펜타스톰)처럼 e스포츠에 관련된 기능을 넣으면 굉장히 정열적인 문화를 가지고 있는 남미에서 먹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거기에 기존에 서비스중인 스포츠 게임을 VR로 전환하는 것도 한국이 잘 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 e스포츠 구단의 창단이 급격하게 늘었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아직은 수익이 되는 구단이 없기도 하고, 시장이 점점 커지다 보면 팀 운영 등에서 부정적인 부분이 생길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생각한다. 그 전에 제도적으로 정비를 잘 하여 부정적인 이슈가 생기지 않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 과거 게임산업협회 1대 회장도 하셨다. 이제는 e스포츠협회장을 하시는데 두 조직을 비교해 본다면?


게임산업협회는 게임사의 권익보호를 위한 단체이다 보니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타파하고, 정부 관계를 조정하는 등 해야할 일이 명확하다. 그러나 e스포츠협회는 방송사, IP홀더, 프로게이머, 구단 등의 조정자가 되어야 하다 보니 할 일이 훨씬 많다.

 

지금은 e스포츠 시장이 한쪽으로 기울어져서 IP 홀더가 프로리그 운영과 중계를 모두 도맡아 미디어가 설 자리를 뺏고 수익사업으로 나누어 주겠다고 하고 있다. 이런 것을 협회가 조정자가 되어 각자 잘 하는 역할을 분담하게 만들어야겠다 싶다. 

 

e스포츠가 스포츠 씬으로 한발자국 나아가려는 상황에서 IP 홀더가 일방적으로 주무르는 형태라면 투명하고 공정한 스포츠 씬의 특성 상 분명 거부반응이 있을 것 같다. 기존의 스포츠는 100년이 넘었지만 IP홀더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지 않나. 그렇다고 지금 이 게임들이 10년, 20년 이상 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스포츠 씬에서 롱런할 수 있는 상생하는 모델을 만들어 나가려면 IP홀더가 지금의 행태와는 다른 방법을 강구해야 하지 않을까 본다. 

 


 

- 게임도 하는 시대에서 보는 시대로 바뀌고 그 동안 물밑에서 움직이던 e스포츠도 이제 본격화 되고 있다. 이러한 트렌드 변화에 대한 생각은?


처음에 ‘게임에 방송을 붙이면 스포츠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 단순히 운에 의해서 성적이 나오는 것이 아니라 피땀 어린 노력을 통해 실력이 상승하고, 마치 바둑이나 장기를 보는 것처럼 전략 전술이 함께하니 분명 보는 재미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축구도 직접 하는 것과는 별개로 보면서도 열광하지 않는가.

 

앞으로는 나날이 발전하는 IT기술에 발맞춰, 실외에서 하는 기존 스포츠들도 비슷한 감각으로 e스포츠로서 실내에서 즐기는 날이 오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

 

- 모바일 게임을 종목으로 하는 e스포츠는 어떻게 보는지?


실제 모바일 게임 리그를 보면 모두 작은 스마트폰을 붙잡고 두들기고 있는데 역동적이지도 않고 보는 맛도 부족하다. 최근 모바일 기기들도 PC 뺨칠 만큼의 성능이 나오는 만큼, 작은 화면에서 즐기는 게임에 게임 기어 등을 통해 좀 더 다양한 조작 방법 등을 더하는 식으로 나아가지 않을까 싶다.


- 마지막으로 한 말씀 부탁드린다.


처음 21세기프로게임협회라는 이름으로 시작해서 한국e스포츠 협회가 되었고, 6년동안 초대 회장을 맡기도 했었다. 그만큼 KeSPA에 남다른 애정을 가지고 있는 만큼, 현재 협회가 재정 자립 불가능한 것이 가장 큰 고민이다. 본인 이후에 다른 협회장이 오더라도 예전처럼 돈을 대는 것은 불가능할 것 같고, 직원들 급여만이라도 안정적으로 커버할 수 있게 하기 위해 e스포츠에 연계할 수 있는 비즈니스에 대한 고민을 계속 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한국이 e스포츠의 종주국으로서 올림픽의 성화가 그리스 아테네에서 봉송 되는 것처럼 글로벌 게임 대회에서 한국이 성화의 출발지가 되는 것이 바람이다. 글로벌에서 KeSPA의 위상이 굉장히 크다는 것은 어느 국제연맹 단체든 KeSPA를 보도연맹으로 초대하려고 힘쓰는 데에서 알 수 있다. 힘들고 어려운 일이겠지만, 글로벌에서 KeSPA를 더욱 알리고 20년 간의 경험과 노하우를 반영하여 시스템적으로 제도화 한다면 충분히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특집] 창간 20주년 인터뷰

1. 한국게임산업협회 강신철 회장

2. 한국e스포츠협회 김영만 회장 (현재글)

3. 한국게임개발자협회 정석희 회장

4. 한국게임학회 위정현 학회장

5. 게임물관리위원회 이재홍 위원장

6. 한국모바일게임협회 황성익 회장

김성태 / mediatec@gameshot.net | 보도자료 desk@gameshot.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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