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가 시작된지 얼마 지나지 않은 것 같은데, 어느새 연말이 성큼 눈 앞으로 다가왔다. 사람마다 연말을 보내는 다양한 방식이 있다. 기자의 경우는 1년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날이 다가올수록 마지막에 뭘 하며 올해를 마무리할지 고민하곤 한다. 물론 아무 생각 없이 그냥 흘려보내기도 한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혼자서, 혹은 친구나 지인과 같이 게임을 하면서 연말을 보냈던 기억도 많다. 아예 패키지 게임을 같이 하거나 미뤄뒀던 게임을 하기도 하고, MMORPG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의 새해 명물인 서부몰락지대 와돋이 감상을 길드원들이랑 함께하는 등 추운 연말연시에 즐길만한 게임은 목적에 따라 다양하다.
물론 매번 게임을 살만한 주머니 사정은 아니다보니 어떤 때는 새로운 게임을 하지 않고 가지고 있는 게임을 재탕하기도 했지만 게임 구독이 생기면서부터는 좀 더 넓은 선택의 폭에서 안해봤던 게임을 해보는 것도 가능했다. 예를 들면 Xbox 게임패스의 게임 리스트를 쭉 내려보면서 계절감이나 연말에 이런 게임 한 번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면 바로 클라우드 플레이로 시작해 연말을 내리 게임을 하면서 보내기도 한다.
특히 최근 몇 년은 게임패스를 애용했으니, 그 안에서 올해 연말의 마지막을 함께하기에 괜찮아보이는 잔잔하고 시끌벅적한 게임들을 몇 개 골라봤다. PC에서 키보드와 마우스로 플레이 가능한 게임들을 선정했다.

개인적으론 뭔가 할 거 없나? 하고 게임을 둘러보는 그 순간이 꽤 즐겁다
■ 잔잔하게 한 해를 '정리'하는 게임
먼저 한 해를 정리하고 마음을 비울 때 해볼만한 게임들이 있다.
'Unpacking'은 주인공이 이삿짐 박스를 풀면서 새 집을 정리하는 퍼즐 게임이다. 플레이는 정말 단순하다. 사진첩을 돌아보며 회상하는 느낌으로 막 이사한 주인공의 집에서 이삿짐 박스를 풀고 집 안의 여러 공간에 적절한 위치로 이삿짐을 풀어 차곡차곡 채워가는 방식의 게임이다.
주인공이 짐을 쌀 때 일관성 있게 싸지는 않는 편인지, 욕실에 있는 이삿짐 박스라고 욕실에 둘만한 물건만 나오는 것이 아니라 침실이나 주방 물건이 거기서 나오기도 한다. 이런 중구난방의 이삿짐들을 적절한 장소에 착착 넣어두는 과정이 꽤 기분 좋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주인공이 걸어온 인생의 이야기도 엿볼 수 있다. 일단 정해진 구역은 있지만 완전히 고정된 정답은 없는 편이라 어느 정도 나만의 방식으로 짐들을 배치할 수 있어 그런 부분도 은근히 마음에 들었다.


'파워워시 시뮬레이터2'는 전작을 해봤다면 분명히 만족할만한, 그리고 지저분한 것을 깨끗하게 만드는 것 자체에 보람을 느끼는 플레이어라면 200%의 만족감을 느낄 수 있는 상쾌한 게임이다. 게임은 전작과 마찬가지로 간단한 차량이나 공공시설, 저택 부지 등 다양한 규모와 물건을 깨끗하게 씻어내는 청소 의뢰를 받아 진행하게 된다.
다양한 청소 노즐과 화학약품을 활용해서 잘 닦이지 않는 때까지 물로 하나하나 씻어내다보면 마음이 시원해진다. 물론 전작에서 들었던 생각도 그대로 든다. 대체 뭘 했는데 차량이나 부지가 이 모양 이 꼴이 되는건지 모르겠다. 어찌됐든 더럽던 것들이 반짝거리는 모습을 보면 하나만 더 할까? 싶은 생각으로 계속 붙잡게 되는 청소 게임이다. 2편에서는 회사 건물에 가구를 세팅하는 나름의 수집 요소도 파워워시 시뮬레이터만의 방식으로 꾸려놨다.


대체 뭔 짓을 해야 캠핑장이 이렇게 되는데

청소 게임 답게 가구도 한 번 닦아서 써야한다
'Winter Burrow'는 생존 게임이다. 따뜻한 동화 느낌의 비주얼을 가지고 있지만 부모님을 잃고 집으로 돌아온 쥐라는 다소 무거운 이야기를 그려내며, 방치됐던 집을 정리하고 다시 살아가기 위한 것들로 고치고 채워나가는 게임이다. 보편적인 생존 게임과 비슷하게 나가서 자원을 채집하고 벌레들을 무찔러 식량을 충당하는 과정이 존재하며 겨울의 특수성을 활용해 온기가 다 떨어지기 전에 집으로 돌아가도록 시스템이 구성되어 있다.
처음에는 왜 집이 방치됐는지, 그리고 이를 관리하던 친척이 어떻게 됐는지를 파악하고 그 이후로는 집을 보수하면서 이야기를 전개하는 방식이라 독특한 비주얼의 생존 게임을 즐긴다는 느낌과 함께 고향으로 돌아와 다시 '처음부터' 시작한다는 느낌이 연말연시와 은근히 어울리는 생존 게임이라는 생각이 든다.


마지막으로 'Egging On'은 어찌보면 다른 의미로 마음을 '비우게' 되는 게임이다. 온리 업, ALTF4 등 올라가기 게임들과 비슷한 방식의 게임이다. 대신 그걸 '달걀'로 해야 한다. 금이 가기 쉽고 깨지기도 쉬운 달걀이 굴러서 이동하고 점프해서 복잡한 구조의 맵을 올라가는 방식이고 맵에서 어떤 행동을 취했을 때 새로운 껍질 외형이 해금되기도 하는 단순한 방식의 게임이다.
너무 어려운 플레이어를 위해 절반 정도의 껍질만 해금할 수 있지만 2단 점프가 되는 껍질을 골라 즐길 수 있는 난이도 설정도 존재해 한결 쉽게 게임에 도전할 수 있다. 도전성이 강한 게임이라서 몇 번 떨어져보면 위에 언급한 두 게임과는 다른 방향으로 마음을 비우게 된다. 이런 게임의 특성상 도전 좀 하다 보면 시간도 금방 간다.


어...저 그냥 포기하면 안되나요

다양한 껍질들
■ 왁자지껄한 '협동' 게임
함께 게임을 즐길 사람만 있다면야 협동이 가능한 게임을 같이 즐기는 것도 좋은 선택이다.
처음 해본 게임은 비주얼 자체가 황당한데 게임의 배경 설정이나 플레이 방식도 독특해보였던 'Pigeon Simulator'다. 이름처럼 플레이어는 비둘기가 되어 도시를 활보하거나 할강할 수 있다. 비둘기인데 왜 활강만 하고 자유롭게 비행하지 못하는가?라는 생각도 조금 들지만 중요한 건 거기가 아니다. 플레이어가 조작하게 되는 이 비둘기, 그냥 비둘기가 아니라 정부 소속의 특급 비밀 요원이다. 혼자서도 할 수 있지만 최대 4인 플레이를 지원해 웅장한 비둘기 특수요원 팀을 꾸릴 수가 있다.
머리에 물음표를 띄우게 되는 설정이지만 게임은 이 설정을 가지고 비둘기 요원이 도시 곳곳에서 발생하는 이상 징후를 추적하고 회수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각 임무에서 도시 곳곳의 장소를 돌아다니게 되고 여기서 스캔을 통해 일종의 빙의된 물건들을 회수하고 수정하면서 점수를 얻어야 한다. 이를 통해 얻은 점수는 자금으로 환원되며 매 스테이지마다 할당량이 오르는 방식이다. 특정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도구나 능력치 업그레이드도 이 돈으로 하니 투자의 선택이 꽤 중요하다.



상태가 이상하다면 인간도 용서는 없다
'The Grinch:Christmas Adventures'는 겨울, 특히 크리스마스와 어울리는 게임이다. 플레이 방식 자체가 선물들을 주우면서 진행하는 플랫포머고, 원전이 되는 닥터 수스의 동화에서부터 그린치는 크리스마스를 망치려는 존재로 등장하니 말이다. 다만 본 기자의 개인적인 느낌으로는 연말의 마지막 주, 더 나아가 12월 전체가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감도는 느낌을 주다보니 이 게임에도 눈길이 갔다.
의외로 협동이 가능한 게임이었다. 그린치와 애완견을 혼자 조작하거나 최대 2인이 함께 협동해 즐길 수 있다. 게임 자체는 좀 투박하다. 하지만 옛날 애니메이션 영화 기반의 타잔이나 라이온킹과 비슷한 감성으로 즐길 수 있는 게임이기도 하다. 그린치의 장비나 스토리도 나름대로 크리스마스나 연말 분위기에 어울린다. 아쉬운 점은 한국어화는 되지 않았다는 것.

계절감 뚜렷한 게임. 겨울 아니면 감성이 덜하다.

협동 게임의 대미를 장식할 작품은 그 유명한 '오버쿡2'다. 플레이어가 로컬이나 온라인 환경에서 협동할 수도 있고 혼자서 요리사를 교체하며 조작할 수도 있는 게임이지만 확실한 것은 혼자 하든 여럿이 즐기든 갈수록 정신없다는 점, 그렇다보니 함께 즐긴다면 점점 시끄럽고 즐거운 분위기가 되는 게임이다.
2편에서는 왕이 레시피를 손에 넣어 즐거워하지만 왕국이 위기에 빠지면서 요리사들이 활약해야 하는 상황이 돌아온다는 스토리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레시피에 따라 주문이 들어오면 재료를 다듬고 조리하고 그릇에 담아 낸 다음 다시 그릇을 가져와 손님에게 내기 위한 과정을 거치는 단순 노동이지만 손이 바쁘고 합을 잘 맞춰야 하는 게임이라 함께 하기에 정말 적합하다. 즐거운 연말 분위기를 내기에 특화된 게임이다.



조건희 / desk@gameshot.net | 보도자료 desk@gameshot.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