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CK는 ‘룰러’ 박재혁의 조세 회피 논란에 대해서 별도의 징계를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LCK는 5월 1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발표에 따르면 LCK 사무국은 4월 1일 해당 사안 인지 후, 법률 전문가를 포함한 제3자 외부 위원 3인이 참여한 조사위원회를 구성했다.
조사위원회는 수차례 심의와 관련 자료 검토, 선수 대면 조사를 거쳐 사실관계를 확인했고, 구성원 전원의 일치된 의견에 따라 별도 제재 없음이라는 결론을 냈다.


결론 자체가 예상 외의 범주는 아니다. 오히려 기자와 더불어 많은 팬들이 어느 정도 예상했던 결과에 가깝다.
문제는 과정이다. LCK는 한 달 가까이 조사를 진행했다. 하지만 정작 팬들이 확인할 수 있는 것은 많지 않다. 조사위원은 어떻게 선정됐고, 선정된 이유는 무엇인지, 어떤 자료를 검토했는지, 어떤 기준으로 판단이 이뤄졌는지는 전혀 드러나지 않았다.
무엇보다 팬들의 생각과 동 떨어진 결론을 내린 것을 떠나 세 명의 조사위원이 모두 무징계를 내렸다는 점에서 제대로 조사가 진행되었는지 의문이 남는다.
LCK의 판단 논리도 부실하다. LCK는 이번 사안을 규정집상 ‘범죄 행위’와 ‘부도덕한 행위 및 품위손상’ 여부를 중점으로 검토했다. 그 결과 조세범처벌법 위반이 인정되거나 수사 개시, 형사 고발, 형사 처벌로 이어진 사실이 확인되지 않았고, 세무 관련 행정 절차가 완결됐으며, 납부 의무가 이행됐다는 점을 들어 별도 제재가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한 일부 적용 가능한 페널티 시효가 이미 지났다는 점도 설명했다.
LCK가 법원은 아니다. 조세법상 최종 판단을 내리는 기관도 아니다. 팬들이 묻는 것 역시 “형사 처벌을 받았는가”가 아니다. 법원이 아닌 만큼 형사 처벌에 국한하는 조사가 되지 않았어야 했다.
심지어 앞서 LCK가 언급한 내용은 굳이 한달 간 조사를 하지 않아도 이 사건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팬들이라면 익히 알고 있는, 이미 알려진 이야기다. 인터넷 검색을 10분만 해도 알 수 있는 사실을 토대로 한달 간의 시간 동안 뻔한 결론을 낸 셈이다. 물론 인터넷 회선이 한달만에 간신히 개통된 탓이라면 이해가 된다.
팬들이 원했던 것은 이러한 부분보다는 과연 이 일이 LCK를 대표하는 선수에게 어울리는 일이었는지, 그리고 이 사건이 주는 영향이 어느 정도인지를 판단해 달라는 것이었다.
조세라는, 국민 정서에 상당히 민감한 주제로 촉발된 이 일이 공중파 방송 및 일간지를 통해 온 국민에게 퍼졌고, 이것이 LOL e스포츠의 보편적인 평가에 영향을 미쳤다. 다른 선수들에게도 충분히 영향을 미치는 사건이기도 했다.
그렇다면 LCK가 판단해야 할 부분은 단순히 알려져 있는 팩트를 뒤지고 ‘형사 사건’과 같은 부분에 포커스를 맞추는 것이 아니라 행간을 읽는 작업이 있어야 했다. 리그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 부분을 어떻게 봐야 하고, 앞으로 유사한 사건이 발생할 경우의 선례까지 생각해야 했다는 것이다.
어째서 지금까지도 커뮤니티에서 논란이 되고 있고, 중계 방송 채팅에서 이 사건이 소비되고 있는지도 확인해야 했다. 이러한 것들을 위해 조사위원회가 구성됐고, 한 달의 시간이 경과됐다고 생각했다. 이렇듯 누구나 뻔히 아는 사실만을 다룰 것이라면 조사위원회가 왜 필요했는지도 의문이다.
심지어 LCK는 무징계를 택했다. 이 선택은 단순히 룰러 개인에게 제재를 하지 않았다는 의미에 그치지 않는다. 앞으로 비슷한 사안이 발생했을 때, LCK가 징계를 내리기 어려운 선례를 스스로 만들었다는 의미다.
향후 누군가가 세무 논란에 휘말리고 LCK의 품위를 손상시켜도 이제는 뭐라고 할 말이 없다. 룰러의 선례가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말하면 LCK 모든 선수에게 조세 회피 정도의 사안은 제재가 없다는 공개적인 면죄부를 준 셈이기도 하다.

룰러의 사건은 선례가 될 수 밖에 없다(사진출처: 라이엇 게임즈)
덧붙여 ‘품위손상’ 조항의 경우 과하게 주관적 해석을 넣었다. 다양한 직업을 가진 수많은 팬들과 다수의 매체들이 품위와 신뢰의 문제로 보고 있는데 혼자만 아니라고 하는 셈이다. 많은 이들이 현재 납득하지 못하는 이유이자, 조사위원의 실체가 더더욱 궁금한 이유다. 조사위원의 판단이 보편적인 정서와 비교해 옳다고 볼 만한 근거도 부족하다.
실제 과거 ‘도란’의 징계 사건이나 ‘클리드’ 사건이 비교 대상으로 언급되기도 한다. 특히나 도란의 사건은 이번 사안과 성격은 다르지만, LCK가 징계라는 카드를 어떻게 사용해 왔는지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도란은 과거 게임 내 제재 기록을 이유로 1경기 출장 정지와 벌금 80만 원의 징계를 받은 바 있다. 당시에도 징계의 과도함, 그리고 절차가 적절했는지에 대한 논란이 있었다.
과연 도란과 룰러 중 어느 경우가 더 큰 사건일까. 리그에 미치는 영향은 어느 것이 더 클까. 일단 LCK가 내린 결론은 도란이다. 솔랭 경기 중의 비 신사적인 행동을 조세 회피 행위 및 LCK 위상의 하락보다 더 크다고 판단했다. 이것이 팩트다.
이러한 부분이 전혀 이해되지 않는다고 자신을 이상하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 이것이 정상이다. 하지만 선별된 ‘조사위원회’는 누구 하나 이에 대해 이상하다고 느낀 것이 없는 것 같다. 이 정도면 미리 답을 만들어 놓고 진행된 조사가 아닌가 하는 의문까지 들 정도다.
팬들이 룰러에게 엄청난 징계를 원한 것도 아니다. 앞으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적절한 조치를 생각했을 뿐이다. 그것이 단순한 벌금이든, 일부 게임 출전 정지이던 말이다.
하지만 LCK가 모든 것을 엎었다. 한 달의 시간을 소비했고, 그 결과 이런 결론이 나왔다. 공감도, 투명성도 없었다. 과연 LCK는 누구를 위한 단체였던 것일까. 특히나 LCK의 모든 행정을 담당하는 사무국은 무엇을 한 것인가.
이해할 수 없는 결론이 나온 만큼이나 각종 커뮤니티와 미디어의 반응도 일방적이다. 대부분의 유저들, 그리고 일부 매체를 제외한 다수의 매체들도 LCK의 이번 발표에 가감 없는 질타를 보내고 있다.
이쯤 되면 당사자인 ‘룰러’ 조차도 이러한 상황 보다는 징계를 받는 것을 더 바라지 않았을까 싶다. 이러한 팬들의 감정 중 일부는 자연스럽게 룰러에게 흐를 테니 말이다.
- 침묵이 깨진 ‘룰러’와 ‘젠지’
LCK의 무징계 발표는 그간 침묵을 지켰던 ‘룰러’와 ‘젠지’에게까지 영향을 미쳤다.
젠지는 5월 2일 공식 SNS를 통해 입장문을 발표했다. LCK 조사위원회가 룰러 선수 관련 사안에 대해 별도의 제재 조치를 부과하지 않기로 결정했음을 확인했다고 언급하며 팬들에게 오랜 시간 걱정과 불편을 끼친 점을 사과했고, 사실관계 확인이 이루어지는 동안 입장 표명을 자제해 왔다고 지금까지 침묵했던 이유를 설명했다.

또한 팬들이 느낀 답답함과 우려를 인지하고 있으며, 구단 대응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던 점도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언급했다.
룰러 역시 같은 날 SNS를 통해 추가 사과문을 게재했다. 많은 이들에게 심려를 끼친 부분에 대한 사과, 그리고 반성의 마음을 담아 e스포츠 유소년, 아마추어 선수들을 위한 발전 기금 전달과 봉사 활동, 사회적 책임 이행을 약속하며 자숙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문제는 타이밍이다. 왜 LCK의 무징계 발표 후에 사과문을 게재했는가 하는 부분이다. 젠지는 ‘사실관계 확인이 이루어지는 동안 입장 표명을 자제’했다고 하지만 ‘사실관계’는 이미 4월 초 모두 확인이 된 상태다. LCK의 조사나 제재와 같은 부분은 그 이후의 문제다.
그럼에도 침묵으로 일관하다가 징계 없음 발표 후에 입장문이 나왔다. 걱정과 불편을 끼치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오히려 이 시점까지 별다른 반응을 하지 않은 것이 더 문제다. 팬들이 궁금해함에도 침묵으로 대응한 것이 사건을 키웠다.
굳이 LCK의 조사 결과가 발표된 후에 사과를 할 이유가 없다. 룰러 역시 마찬가지다. 정말 해당 사건에 대해 미안한 부분이나 말 해야 할 것이 있다면 조사 결과와 관계없이 정면에 나서 팬들에게 ‘제대로’ 설명 또는 해명해야 했다.
룰러와 젠지 모두 공통적으로 언급한 부분이 있다. ‘타이밍을 놓쳤다’는 말이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르다’는 말이 있다. 적어도 이런 생각이 들었을 때라도 솔직하게 대응했다면 현재처럼 부정적인 여론이 발생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사과는 무징계 발표 뒤에 붙이는 후속 절차가 아니다. 팬들이 원한 것은 ‘징계가 없으니 이제 사과하겠다’가 아니라, 논란이 커진 순간부터 구단과 선수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그리고 팬들의 실망감을 얼마나 풀어줄 수 있을지 같은 부분이었다.
하지만 결과는 사실상의 무대응이었고, 조사 발표가 난 후에야 입장문이 나왔다. 팬들 입장에서 그리 만족스러운 전개가 아니다. 오히려 ‘이것으로 정리를 한다’는 느낌만 증폭된 상태다.
팬들은 궁금하다. 젠지는 왜 초기 대응을 하지 않았는가. 룰러는 왜 논란 초기에 공개 석상에서 더 적극적으로 해명하지 않았는가. 구단은 내부 징계 가능성을 검토했는가, 혹은 하지 않았다면 왜 그러했는가. 무징계 결론 이후 나온 입장문은 책임의 표현인가, 아니면 논란을 마무리하기 위한 절차인가.
룰러와 젠지는 알아야 한다. 어째서 여기까지 왔고, 현재도 팬들의 감정이 좋지 않은지를 말이다. ‘이러면 될 것이다’ 라는 것은 자신의 생각에 불과하다. 팬들은 정직하다. 결과를 이렇게 만든 것은 온전히 룰러와 젠지의 선택이었다.
김은태 / desk@gameshot.net | 보도자료 desk@gameshot.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