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세 기사들의 삶을 현실적으로 그려내며 국내에서도 화제가 되었던 '킹덤 컴: 딜리버런스' 시리즈의 개발사 워호스 스튜디오가 지스타 2025를 방문했다.
지난 12일 최종 스토리 확장팩 '미스테리의 교회'를 출시하며 대장정의 막을 내린 '킹덤 컴: 딜리버런스 2'는 중세 보헤미아 왕국에서의 삶을 생생하게 그린 작품이다. 전작보다 한층 업그레이드 된 비주얼과 경쾌하면서도 심도깊은 이야기를 풍부한 볼륨으로 풀어내며 평단은 물론 이용자들의 '강력 추천'을 받았다. 출시 후 동시접속자 25만 명을 기록했고, 최근에는 400만장의 판매고를 돌파한 바 있다.
이번 지스타 2025에 참가한 워호스 스튜디오는 '작은 보헤미아'를 컨셉으로 부스를 꾸미고 새로운 확장팩을 시연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으며, 개발자와의 만남, 중세 무술 시연 등 다양한 볼거리로 국내 팬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와 더불어 지스타 2025 공식 부대행사인 'GCON'에서의 강연을 위해 처음으로 한국을 찾은 마틴 클리마(Martin Klíma) 공동 창업자와 토비아스 스톨츠-츠빌링(Tobias Stolz-Zwilling) 커뮤니케이션 디렉터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어보았다.

(좌측부터) 토비아스 커뮤니케이션 디렉터, 마틴 클리마 공동 창업자 겸 총괄 프로듀서
Q. 처음으로 한국을 방문한 소감은?
토비아스 스톨츠-츠빌링(Tobias Stolz-Zwilling) 커뮤니케이션 디렉터(이하 토비아스): 한국은 '킹덤 컴: 딜리버런스 1'부터 직접 번역 작업을 할 정도로 열정적인 팬 커뮤니티를 가지고 있었을 만큼 인상적인 나라였다. 이렇게라도 직접 만나 인사할 수 있어 다행이다.
바로 옆에는 워호스 스튜디오의 총괄 프로듀서이자 공동 창업자인 마틴이다. 나보다 더 중요한 사람이다.(웃음)
마틴 클리마 총괄 프로듀서(이하 마틴): 그렇지만도 않다. 무언가를 만드는 사람보다 판매하는 사람이 더 중요하지 않나. 지스타에 초대해주시고, 또 강연 기회를 주셔서 큰 영광이며, 동시에 큰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토비아스: 지스타에 참가하게 되어 기쁘다. 특히 워호스 스튜디오는 '커뮤니티 우선'이라는 모토를 가지고 있기에 이번 방문이 한국 팬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보답 할 수 있는 기회가 되면 좋겠다.
Q. ‘킹덤 컴: 딜리버런스 2’가 평가와 흥행, 모두에서 큰 성공을 거뒀다. 내부에서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나?
마틴: 우리를 매우 기쁘고도, 겸손하게 만들었다. 많은 플레이어가 우리 게임에 많은 시간과 삶을 보내주셨기 때문이다. 이번 성공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놀라웠다.
토비아스: 출시 전에는 오랜 기간 개발했음에도 확신이 없었다. 개발자들은 늘 '좋을 수도, 아닐 수도 있다'는 느낌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게임 출시 후 언론과 게이머들에게 받은 호평은 기대했던 것 이상이었지만, 가장 놀라웠던 것은 커뮤니티의 폭발적 성장이었다. 한국 팬들이 만든 온갖 밈이나 SNS 활동처럼 이렇게나 열띤 반응을 보일 줄은 몰랐다.
Q. 게임이 성공하면서 더 큰 압박감과 책임감을 느끼셨을 것 같다.
마틴: 스트레스는 다 내려놓았다. 개발 중에는 항상 압박감이 크지만, 마지막 DLC까지 출시됐다. 이제 우리 손을 떠났다.
토비아스: 전작이 어느정도 성공한 만큼 '킹덤 컴: 딜리버런스 2'에 대한 높아진 기대치에 여러모로 불안했지만, 출시일에 모든 스트레스가 사라졌다.(웃음)
Q. 최근 '킹덤 컴: 딜리버런스 2'가 400만 장 판매고를 달성했다. 커뮤니티 기반의 소통이 성공의 주 요인으로 보이는데, 향후 커뮤니티 활동 방향을 듣고 싶다.
마틴: 먼저 3종의 DLC를 출시했다. 마지막 DLC는 지난 12일 한국에 출시됐다. 이 DLC가 '킹덤 컴: 딜리버런스 2' 마지막이며, 향후 계획은 공개하기 어렵다.
토비아스: 하지만 커뮤니티 활동 방향에 대해서는 말씀드릴 수 있다.
워호스 스튜디오는 ‘커뮤니티 우선(Community First)’을 핵심 가치로 삼고 있다. 우리의 성공 비결 또한 킥스타터 시절부터 이어온 팬들과의 직접적이고 꾸준한 소통이다. 게임 발표, 개발자 스트리밍, DLC, 이벤트 등 꾸준히 커뮤니티와 소통하고 유지하려고 한다.
우리는 익명의 개발자가 아닌, 사람 대 사람으로, 게이머들을 직접 만나고 대화하며 많은 피드백을 경청하고 많은 부분을 반영하고자 한다.
다음 행보는 밝힐 수 없으나, RPG를 계속 만들고 싶다. 두 번이나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고, 우리만의 RPG 작법도 확립했다. 자세한 내용은 내년 중 발표할 예정이다.
Q. 역사적 사실과 게임적 재미 사이의 균형은 어떻게 맞췄는가?
마틴: 여기에 대해서는 몇 시간이고 이야기 할 수 있을 정도지만, 결론만 이야기 하자면, '역사적 요소도 중요하지만, 게임 내에서 보여줄 수 있는 검증된 역사는 일부'라는 것이다. 게임의 재미를 위해 픽션 요소를 가미하는 것이 필요한 경우가 많다.
일례로 프랑스에서 사용한 무기가 15세기 보헤미아에서도 사용됐는지는 자신있게 말할 수 없다. 하지만 게임 디자인 측면에서는 플레이어에게 즐거움을 주기 때문에 최대한 여러 무기를 선보였고, 그런 맥락에서 각 무기별로 '특성'을 설계해 다양한 선택지를 넣었다.
고증과 달라도 플레이어의 선택권을 확장했다면 그럴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Q. 전편에 비해 기술적으로나 게임디자인 측면에서 엄청난 발전을 이룩했다. 비결이 궁금하다.
토비아스: 11년밖에 걸리지 않았다.(웃음)
마틴: 그냥 '노력'이었다고밖에 설명할 수 없다. 어떤 특별한 기술이 있었다기 보다는, 어마어마하게 어려운 과제들을 열심히 풀어나갔다고 생각한다.

Q. 많은 개발사들이 기술적 완성도 측면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워호스 스튜디오는 무엇이 이들과 달랐다고 생각하나.
마틴: 다른 개발사와 비교할 수 있거나, 조언이 가능한 위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개발은 본질적으로 어려운 작업이며, 각 개발사들이 최선을 다하고 있다. 역으로 질문을 드리고 싶다. 무엇이 좋은 게임을 만드는 것 같은가?
Q. 그 질문에 대한 답은 정말 여러가지가 있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재미'있어야하고, 또 '플레이 가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기술적인 문제가 몰입감을 저해하지 않는다면 좋은 게임이라고 부를 수 있지 않을까?
마틴: 거기에 더 많은 답변들이 나올 수 있을 것이다. 선택지가 다양하거나, 감정을 이끄는 내러티브 등등 좋은 게임의 기준은 다양하다. 다만 이런 요소 중 무엇 하나만 추가해도 최적화는 무너지기 시작한다.
그래서 우리는 최적화를 위한 충분한 시간을 들였다. 필수적인 요소를 모두 추가한 뒤, 안정성을 확인하는 과정만 1년 이상을 투자했다. 이렇게 많은 시간을 들인 것이 차이라면 차이라 할 수 있다.
Q. 본편에 담지 못한 요소를 DLC로 구현하는 경우가 있다. 세 번째 DLC에서는 무엇을 볼 수 있나?
마틴: 본편에 담아야 할 기능을 DLC로 판매하는 건 정당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의 DLC는 본편에서 빠진 요소를 억지로 판매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우선 명확히 하겠다. 본편에 담지 못한 아이디어인 '이발사' 시스템이나 '승마 경주' 콘텐츠는 출시 후 무료 DLC로 추가했다.
새 DLC는 특별한 기능이나 매커니즘을 추가하진 않았지만, 그동안 갈 수 없었던, 아름답고 웅장한 중세 건축물인 '세들레츠 수도원'을 배경으로 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플레이어는 이 수도원에 갇혀 다양한 문제와 색다른 경험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Q. 몰입감을 높이는 것 중 하나가 사실적인 사운드와 음성 연출이라고 생각한다. 특별히 신경 쓴 부분이 있는지?
마틴: 약 10명 규모의 사운드팀이 구성되어 있다. 약 240시간 분량의 음성 녹음을 디테일하게 편집해 게임에 넣는 과정이 필요했다.
토비아스: 일례로 숲에 들어가 직접 새소리를 녹음하고, 중세 기사 액터들을 초청해 실제 무기의 소리를 녹음했다. 심지어 활을 당기는 소리까지 실제로 녹음했다. 사운드 데이터베이스에서 가져다 쓴 소리는 거의 없다고 자신 있게 말씀드릴 수 있다.
마틴: 사실 실제 소리를 녹음한 결과물은 영화처럼 멋지지 않을 때가 많다. 그런데도 사운드 팀의 고집에 많은 논의를 하기도 했다.
Q. ‘킹덤 컴 딜리버런스’ 시리즈의 블랙 유머가 흥미롭다. 이런 유머 감각은 어떻게 얻는가?
마틴: 체코에서는 자연스러운 것이다. 체코는 늘 거대한 주변국들 사이에 끼어 침략받고 간섭당하고 전쟁을 겪으면서 '풍자로 버티는' 문화가 발전됐다. 이런 체코식 블랙 유머가 비슷한 역사를 가진 한국에서 공감을 산 것 같다.
Q. 많은 팬들이 실제 체코를 방문해 게임 속 배경지를 찾고 있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어떤 기분이 드는지?
토비아스: 중요한건, 이는 게임이 만든 부차적인 성과다. 우리가 체코 관광청이 된 것이 아님에도 말이다.(웃음) 이건 매우 예상하지 못한 현상이지만, 정말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커뮤니티가 얼마나 적극적인지 보여주는 요소이기 때문이다. 이런 수준의 커뮤니티를 가진 것은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체코 관광청의 발표에 따르면, 최근 '킹덤 컴 딜리버런스'의 배경인 트로스키 성의 방문객이 출시 전인 작년 대비 30% 증가했다고 한다.
게임이 문화적 자산으로 작용할 때, 그보다 멋진 일은 없다고 생각했다. 개인적으로는 한국의 개발자들도 이렇게 역사와 문화를 담은 작품을 만들어 냈으면 좋겠다. 그 자체로 새로운 장르가 될 수 있지 않을까.

게임 내 트로스키 성
Q. 마지막으로 한국 팬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린다.
마틴: 한국 팬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토비아스: 지스타에 오게 되어 매우 기쁘다. 우리 게임을 플레이해 주는 것 자체로도 큰 영광이지만, 지구 반대편 사람들이 우리 게임을 플레이하는 것은 정말 놀라운 일이다.
직접 번역본을 만들어줄 만큼 큰 사랑을 보여준 한국 팬들에게 이번 방문이 보답이 되었으면 좋겠다. 프라하, 구텐베르크, 혹은 내년 지스타에서라도 다시 만날 수 있기를 바란다.

김성태 / desk@gameshot.net | 보도자료 desk@gameshot.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