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지의 2차 사과문, 진정성은 없었다

젠지e스포츠 사건 이모저모
2023년 12월 21일 11시 36분 18초

12월 20일, LOL과 관련된 수많은 국내 커뮤니티는 20일에 작성된 젠지e스포츠의 공식 사과문으로 인해 젠지를 성토하는 다양한 글들이 이어졌다.  

 

발단은 젠지의 페이스북에 대만 시디즈사와의 이벤트 내용을 올린 것에서 시작됐다. 문제는 이러한 이벤트 설명에 대만을 국가로 명시하면서 벌어졌는데, 이를 불쾌하게 여긴 수많은 중국 팬들이 항의를 시작했고 젠지는 20일 사과문을 올리며 중국 팬들의 민심을 달래는 행보를 펼쳤다. 

 


발단이 된 이벤트 배너(출처: 젠지e스포츠 SNS)

 

젠지의 행보도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아니다. 국내 LCK 중계를 즐겨 보는 인원 중 상당수가 중국인이고, LOL 프로리그 시장에서 중국의 입김을 결코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중국 시장이 분명 포기하기 어려운 시장인 것도 맞다.  

 

어찌 보면 중국과 대만의 관계는 대한민국과 북한의 거리만큼이나 민감한 문제인 만큼 중국 팬들의 항의도 그들의 입장에서는 충분히 할 수 있는 문제이기도 하다. 

 

하지만 내용이 문제였다. 단순히 대만을 국가로 칭한 것이 중국인들의 반발을 키웠다면(사실 이것은 대한민국 국민 입장에서는 별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이 부분에 대한 것에 포커스를 맞춰 입장을 밝히면 됐다. 

 


젠지의 1차 사과문(출처: 젠지e스포츠 SNS)

 

그럼에도 젠지는 ‘중국의 주권과 영토의 무결성을 단호히 존중하고 지지한다’ 라는 문장을 넣어 문제를 야기시켰다. 

 

위에서 언급한 ‘중국의 주권과 영토의 무결성’이라는 의미는 중국이 주장하는 ‘하나의 중국’ 이라는 말과 일맥 상통하는 표현이다. 이 부분은 사실상 매우 민감한, 정치적인 부분이고 대한민국 역시 이와 무관하지 않다. 공식적으로 대한민국을 포함한 많은 국가들이 자국의 이익 문제로 인해 ‘하나의 중국’을 지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는 국가적인 입장이고, 대한민국 국민 입장에서 본다면 유쾌하지 않은 부분이 많다. 특히나 저 표현은 단순히 ‘하나의 중국’ 개념을 넘어 다양한 경로로 진행되고 있는 다른 국가와의 영토 분쟁에서 중국의 손을 들어준다는 엄청난 말이기도 하다. 중국의 ‘동북 공정’을 긍정적으로 지지한다는 의미도 된다. 

 

여기에 한국 입장문에는 ‘영토의 무결성’ 이라는 말을 사용했지만 중국 입장문에는 ‘영토완정(領土完整)’ 이라는 말이 사용됐다. 표준국어대사전에 수록된 의미로 본다면 ‘나라를 완전히 정리하여 통일함’ 이라는 의미다. 더더욱 심각하게 다가오는 표현이다.

 

사실 상 과한 표현 정도가 아니라 ‘선을 넘은’ 표현을 한 것이 문제가 되는 것이다. 국내 팬을 의식하지 않고, 너무나 저자세로 중국 팬들에게 사과를 구하는 것에 한국 게이머들의 심경 또한 매우 불편해졌다. 젠지가 글로벌 e스포츠 그룹이기는 하지만 LOL 팀 젠지는 한국에서 성장한, 중국이 아닌 LCK 소속 팀이기 때문이다. 1차 사과문을 통해 젠지e스포츠는 친중 기업이 되어 버렸다. 그것도 상당한 수준으로 말이다.

 

그만큼 네티즌들의 반응도 냉소적이다. LOL과 관련된 거의 모든 커뮤니티에서는 대부분의 유저들이 이러한 젠지의 사과문에 엄청난 거부감을 보이고 있고, LOL 유저가 아닌 이들도 상당히 부정적인 견해를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이미 일부 커뮤니티에서는 젠지를 조롱하는 글들이 넘쳐나고 있다. 중국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서 한국 팬들의 원성을 사게 된 셈이다. ‘LCK를 나가 LPL로 가라’는 말도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다. 심지어 ‘T1도 달지 못한 별5개를 먼저 달았다(중국 국기에 별이 5개 있는 것을 의미)’는 말도 나올 정도다. 

 

생각보다 국내 게이머들의 반응이 좋지 않자 젠지측은 몇 시간 후 부랴부랴 기존 사과문을 내리고 한국 팬들을 위한 사과문을 다시 올렸다. 2차 사과문 이전 젠지의 CEO인 아놀드 허가 올린 공식 입장문 역시 비슷한 내용으로 작성됐다. 더불어 젠지 소속 선수들의 개인 방송도 24일까지 전면 금지됐다.

 


한국 게이머들에게 공개된 두 번째 사과문(출처: 젠지e스포츠 SNS)

 

다만 사과문 자체의 내용은 ‘일부 단어 선택과 표현의 부적절함’에 대해 사과한다는 내용을 제외하면 중요한 알맹이는 빠져 있다. 무난한 표현과 더불어 핵심적인 내용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는 상태다.  

 

또한 ‘특정 정치적 견해나 이념에 대해 중립성을 지켜나가고자 한다’고 밝혔음에도 이전 사과문에서 언급한 ‘중국의 주권과 영토의 무결성을 단호히 존중한다’는 정치적인, 두 사과문 사이의 상반된 내용에 대한 설명 또한 없었다. 

 

여기에 페이스북의 1차 사과문은 삭제됐지만 21일 현재 중국 웨이보에 올라간 사과문은 그대로 남아 있는 상태다. 2차 사과문의 진정성이 의심되는 부분이자, 상황을 면피하기 위한 임시 방편책으로 생각되는 이유다.

 

그러한 만큼이나 새로운 사과문을 올렸음에도 아직 국내 게이머들의 화는 풀리지 않은 모양새다. 현재도 대다수의 게이머들은 젠지를 성토하고 있고, 그 행렬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특히나 웨이보의 사과문이 아직도 남아 있다는 점에서 더더욱 분위기가 나빠지고 있다. 

 

어찌 보면 젠지e스포츠 입장에서는 사면초가에 빠진 상황이다. 국내 게이머들을 이해시키려면 1차 사과문의 내용을 어느 정도 부정해야 하는데 그러면 중국 게이머들의 원성이 다시금 발생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현재의 2차 사과문으로 성난 민심을 돌리기는 어려워 보인다. 국내 게이머들이 ‘원하는’ 내용들이 없을 뿐 아니라 진정성 또한 보이지 않는다. 

 

특히나 생각 이상으로 이번 사태의 심각성이 크다. 현재 젠지 팬들 중 일부를 제외한 거의 대다수의 게이머들(주로 10~30대층)이 젠지와 선을 긋고 있는 상태다. 

 

과연 젠지는 이번 사건으로 돌아선 국내 팬들의 마음을 어떻게 돌릴 수 있을까. 아울러 LCK의 흥행을 위해서라도 이 사건이 좋은 방향으로 빠르게 마무리 되기를 기대해본다. 

김은태 / desk@gameshot.net | 보도자료 desk@gameshot.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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