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말 인기 국산 SRPG 시리즈 '창세기전' 둘러보기

정식 넘버링작 돌아보기
2023년 11월 30일 12시 03분 14초

국산 SRPG 시리즈로 팬들의 사랑을 받았던 창세기전 시리즈의 최신작 '창세기전:회색의 잔영'이 오는 12월 정식 출시를 앞두고 있다.

 

창세기전 시리즈는 1995년 12월 MS-DOS용 게임으로 출시된 창세기전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관련 IP를 활용한 게임들에 때때로 모습을 비추고 있는 IP다. 방향 가중치 등의 전략적 깊이를 더하는 시스템과 함께 매력적인 캐릭터들과 그들이 자아내는 이야기들, 그리고 때로는 세력 사이나 한 집단 내부의 정치적 대립, 거대한 병기인 마장기와 시리즈를 거듭하며 점점 커지는 스케일 등은 당시 플레이어들에게 즐겁고도 새로운 매력을 어필했으며 게임 플레이 자체도 분기와 약간이지만 파고들 수 있을만한 시스템 등이 있어 많은 사랑을 받았다.

 

정식 넘버링 시리즈로는 장르가 바뀐 창세기전4 이후로 잠잠했던 창세기전이 이번 창세기전:회색의 잔영을 통해 리메이크되면서 창세기전의 첫 이야기들을 다룰 예정이기에, 이 참에 게임샷도 창세기전 시리즈들을 간단히 훑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연식이 있는 게임인 편이라 지금은 시스템적인 문제로 간단히 즐기기 힘든 것들이 제법 있다. 이번에는 창세기전 메인 시리즈 위주로 살펴볼 계획이다.

 

 

 

먼저 '창세기전(1995)'은 이 기념비적인 시리즈의 첫 번째 작품이다. MS-DOS용 게임이며 놀랍게도 이 시기 창세기전은 플로피 디스크라는 물건 여러 장을 사용해 플레이하는 게임이었다. 소프트맥스로서도 처음으로 자체적인 대작급 라인업을 개발하기 시작했다는 부분이 의미가 있다. 여기서는 G.S와 이올린의 이야기를 다루는데, 후속작인 창세기전2와 거의 동일한 플롯대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물론 완전히 같은 것은 아니고 작게는 각각의 캐릭터들이 가진 인명부터 시작해 여러 이벤트나 아예 창세기전2에는 있지만 창세기전에는 존재하지 않는 스토리가 있는 등 미묘하게 다른 부분들이 있다.

 

시리즈의 본격적인 흥행을 견인했던 후속 시리즈들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반향이 크지만은 않았던 타이틀이기도 하다. 또, 버그가 꽤 많았다는 것으로도 알려졌는데 지금은 온라인으로 대개 해결하지만 당시 패치를 배송하는 등 정성을 들이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여담으로 이 시기 즈음이나 2000년대 초중반까지는 이런 우편으로 게임과 관련된 이벤트를 진행하는 일도 종종 있었다. 약간 주제를 이탈하자면 기자 역시 2000년대 부근에 머털도사를 개발한 오렌지소프트 신작 판타리아의 데모 CD를 신청해 우편으로 받아본 적이 있다.

 


창세기전 패키지 일러스트

 

'창세기전2(1996)'는 시리즈의 두 번째 작품이자 전작인 창세기전을 완결짓는 완전판의 성격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타이틀 아이콘에는 회색의 잔영이라는 명칭이 없지만 박스아트에서 회색의 잔영이란 부제를 찾아볼 수 있다. 앞서 소개한 것처럼 창세기전의 이야기는 창세기전2에서도 똑같이 다뤄지는데 이를 약간 변형하고 좀 더 보완해서 더 많은 분량으로 이야기를 전개한다. 이런 배경으로 인해 이야기는 역시 G.S와 이올린 펜드래건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시리즈 최상위권 인기 캐릭터 중 하나인 흑태자도 1편 후반부와 여기서 나온다.

 

전작과 거의 정확히 1년 간격을 두고 출시되었는데, 창세기전2가 더욱 큰 히트를 치면서 소프트맥스의 인지도를 견인하기도 했다. 창세기전2에서는 피리어드라는 시스템을 통해 작중 주요 세력인 게이시르 제국과 펜드래건 측의 이야기를 살펴볼 수 있었다. 또한 예를 들면 적이 된 아군과 같은 장면이 스토리 내에서 펼쳐졌을 때 플레이어의 육성도가 반영되어 플레이에 따라 서로 다른 난이도를 느끼게 되기도 했다.

 

약간 흥미로웠던 사실은 창세기전2가 창세기전에서 다루지 않은 이야기를 마저 다루기 위한 타이틀로 준비되었다가 방향을 수정해서 아예 창세기전의 이야기까지 합쳐서 하나의 완전판 타이틀로 만들어내기로 했다는 점이다. 이와 달리 파트를 두 개로 나눠서 출시된 창세기전3은 당초 시간대가 다른 하나의 게임으로 합쳐서 출시할 예정이었다. 전작과 후속작이 서로 의도와는 다른 방식으로 작품을 출시한 셈이다. 거기에 창세기전이나 창세기전2는 일본에 출시될 예정도 있었지만 안타깝게도 출시까지 이어지지 않았다.

 


창세기전2의 패키지 일러스트

 

이어 세 번째 타이틀은 그로부터 2년이 흘러 발매됐다. '창세기전 외전 서풍의 광시곡(1998)'이다. 앞서 언급한 메인 넘버링 작품 중 마지막인 창세기전4와 마찬가지로 SRPG였던 전작과 달리 RPG 스타일로 개발됐다. 창세기전2의 뒷이야기를 다룬다. 자꾸 뒷이야기를 다룬다는 말을 하게 되는 것 같은데, 창세기전과 창세기전2의 관계는 사실 엄밀히 따지면 미완의 스토리와 완성된 스토리라는 느낌이 강하고 창세기전 외전 서풍의 광시곡 스토리는 확실하게 2편까지의 이야기를 마무리하고 그 후일담의 위치라고 볼 수 있다.

 

주인공은 시라노 번스타인으로 복수를 위해 여정을 떠난 그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본편이 게이시르 제국과 펜드래건 왕국 등 거대한 규모의 세력들이 벌이는 서사였다면 이쪽은 시라노 번스타인에게 보다 집중해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식에 가깝다. 시리즈 내 작품들들이 그랬던 것처럼 크고 작은 버그들이 있었고 이래저래 고역을 앓기도 했지만 했지만 이 작품 역시 시라노 번스타인을 위시한 매력적인 등장인물들과 전작 등장인물이나 사건과 연관된 이야기 등을 잘 풀어나갔다는 점은 참작할만 하다. 또, 이 작품 역시 창세기전3과 함꼐 리메이크를 진행하고 있는 상태라고 밝히기도 했다.

 


창세기전 외전 서풍의 광시곡

 

이어 같은 해에는 사정상 다소 급하게 네 번째 작품이자 두 번째 외전인 '창세기전 외전 템페스트(1998)'가 출시됐다. 전작인 창세기전 외전 서풍의 광시곡처럼 이 외전 역시 장르적 변화를 꾀해 육성 및 연애 시뮬레이션 장르를 혼합시켰다. 플레이어는 마음에 드는 히로인들을 육성해서 게임을 진행할 수 있었다. 다만 이 게임은 더욱 많은 버그가 발생했고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너무 빠르게 출시된 바람에 추후 패치 등을 통해 문제를 잡아갈동안 치트키 등을 공식 버그 구간 해결법 등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이전 외전작이 게이시르 제국의 이야기를 담았다면 이 타이틀은 창세기전2 완결 이후 맹주가 된 펜드래건 왕국을 배경으로 이야기를 전개해나간다. 신선한 시도였지만 여러모로 아쉬움을 남겼던 타이틀이다. 여담으로 몇 년 후 기자는 마그타카르타를 구매하기 위해 적지만 열심히 모았던 용돈을 사용했는데…….

 


Tony가 참여하기도 했던 창세기전 외전 템페스트

 

다음은 명실공히 90년대생 중 창세기전 시리즈를 플레이했던 사람이라면 가장 기억에 남은 시리즈 작품이었을 확률이 높은 히트작 '창세기전3(1999)'이다. 외전들이 창세기전과 창세기전2의 이야기 직후를 다뤘다면 창세기전3은 두 번째 외전인 창세기전 외전 템페스트 이후의 이야기다. 해당 작품에서 등장했던 히로인의 동생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하고, 그 이전의 외전에서 등장한 캐릭터들도 창세기전3 파트1에서 등장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다른 장르를 시도했던 두 차례의 외전과 달리 다시 SRPG 스타일로 돌아온 것도 특기할만한 부분이다. 전작처럼 마장기나 판타지 속 몬스터 같은 존재들이 등장하는 SF 분위기가 있고, 그럼에도 창세기전3 파트1은 중세 및 르네상스 부근의 판타지 분위기가 제법 느껴지는 작품이었다. 게임의 스토리는 세 개의 에피소드로 나눠 각각의 주인공을 세운 3인 체제로 진행된다. 에피소드1은 용병단 시반 슈미터를 이끄는 시리즈 내 최대 인기 캐릭터 중 하나인 살라딘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펼치며 에피소드2는 버몬트 대공을 중심으로 펜드래건 왕국에서의 이야기를 다룬다. 세 번째 에피소드는 크리스티앙 데 메디치와 죠안 카트라이트가 제국 비밀경찰인 ISS에서 활동하는 내용을 펼친다. 개인적으로는 시반 슈미터와 살라딘의 이야기가 가장 인상적이고 끓어오르는 에피소드였다.

 


창세기전3

 

이듬해에는 '창세기전3 파트2(2000)'가 출시됐다. 이 작품은 2001년 대한민국 게임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창세기전4가 출시되기 전까지 창세기전 시리즈의 스토리를 마무리하는 타이틀이었으며 창세기전이라는 장대한 이야기를 보완하는 역할도 맡고 있다. 창세기전 시리즈의 세계였던 안타리아도 SF적인 모습을 보여주기는 했지만 창세기전3 파트2에서는 아예 아르케라는 곳으로 향하며 이에 따라 게임의 무대도 성단 규모로 커졌다. SF적인 분위기야 당연히 시리즈 중에서도 최고로 짙은 색채를 뿜어낸다. 이미 시리즈의 전통이 된 비극적인 사랑 이야기도 담아냈는데, 창세기전3과 분위기가 크게 바뀌어서 다소 당혹감을 비치는 친구들도 있었다. 물론 전작의 등장인물들도 등장하기도 하며 스토리상으로는 시리즈를 보완해냈다는 사실이 특징이다.

 

한편 창세기전3 파트2의 스토리는 이와 다른 의견도 있었다. 일단 외전을 포함한 시리즈의 이야기를 맺어냈다는 점에서는 좋은 평가를 받기도 했지만 너무 살라딘의 사랑을 부각했기에 이로 인해서 이후 행적이나 전작들의 영웅들이 보여줬던 그 모든 행보가 무색한 것이거나 연기가 되어버린 것이 아니냐는 반감도 있었다. 사실 개인적으로는 3편을 재미있게 플레이하기도 했고 특히 비극적인 이야기로 점철된 3편의 스토리나 캐릭터를 좋아했지만 마냥 틀린 감상이라고도 생각하지는 않는다. 어쨌든 이런 구조의 이야기를 짜내다 보면 구멍이 발생하거나 이전의 이야기가 다소 힘을 잃는 경우도 있었으니까. 여담으로, 파트2의 등장인물인 베라모드를 처음에는 여성 캐릭터로 착각한 기억이 난다.

 


창세기전3 파트2

 

정식 넘버링 시리즈의 마지막은 그로부터 꽤 시간이 흘러 출시된 '창세기전4(2016)'다. MORPG와 CCG를 혼합하여 최대 5인 군진을 구성해서 적과 싸우는 방식의 게임이다. 그러니까 앞서 소개한 정식 넘버링 시리즈와 외전만 따지면 세 번째로 장르 변경을 시도한 게임이라 볼 수 있다. 게임의 장르나 플레이 방식이 정립되기까지 우여곡절을 겪기도 했는데, 앞에서 2편과 3편의 기획과는 정반대의 스타일로 완성된 제품판 이야기에서도 언급된 것처럼 창세기전 시리즈 전체가 비슷한 일을 겪었다.

 

게임 내적으로는 에스카토스라는 시간의 틈새를 주 무대로 삼고 있다. 뫼비우스의 우주가 스파이럴의 우주로 변화하면서 무한한 가능성의 세계가 되고, 이 게임을 통해 창세기전의 정식 넘버링 게임이나 다른 플랫폼의 외전 등 기존 시리즈의 이야기들이 전부 독자적인 시간선이라는 설정을 확립했다. 기존작의 시간선 외에도 창세기전4 오리지널 스토리 시간선 등이 존재해 꽤나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담아낼 수 있었지만 아쉽게도 오픈베타 기준 서비스 1년을 조금 넘긴 뒤 서비스를 종료했다. 창세기전 팬들에게는 상당한 아쉬움을 남긴 게임이다.

 

그리고 내달 출시되는 '창세기전:회색의 잔영(2023)'은 앞서 언급된 창세기전2를 리메이크한 타이틀이다. 그러니까 넘버링 상으로는 2번째 작품의 리메이크가 맞지만 사실상 창세기전2가 1편의 이야기를 전부 담고 개편한 완전판의 역할이기 때문에 창세기전 시리즈의 첫 번째 게임을 리메이크한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 리메이크를 한 김에 아예 넘버링도 고치는 것은 어땠나 싶은 생각도 들기는 하지만 말이다. 젤다의 전설 시리즈가 북미판 제목 차이 등으로 인해 넘버링과 순서에 어려움을 겪는 것만큼은 아니지만 잘 모르는 사람들은 그래서 1편은 어디가고 2편을 리메이크하느냐고 물을 수도 있을 것 같다.

 

창세기전2가 디스크판을 출시하기는 했지만 지금 ODD를 사용하는 사람이 상당히 줄어들기도 했고, 당시 환경과 비교해 윈도우의 버전업과 호환도 많이 달라진 탓에 창세기전 시리즈를 즐기기가 마냥 쉽지는 않았다. 창세기전:회색의 잔영은 그런 가운데 게이머들에게 창세기전 시리즈의 첫 출발을 알린 이야기를 전달할 예정이다. 참고로, 최근 제공됐던 창세기전:회색의 잔영 체험판의 경우 지난 2월의 빌드를 사용한 것이라 제품판 빌드와는 차이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조건희 / desk@gameshot.net | 보도자료 desk@gameshot.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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