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L 국가대표, LCK와 LPL의 연합 팀?

항저우 아시안게임 LOL 최종 후보 명단 발표
2023년 05월 26일 15시 06분 10초

5월 24일, 한국e스포츠협회는 오는 9월 중국 항저우에서 열리는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참가하는 최종 국가대표 후보 명단을 발표했다. 

 

LOL 선수 후보로는 ▲’제우스’ 최우제(T1) ▲’카나비’ 서진혁(징동 게이밍) ▲’페이커’ 이상혁(T1) ▲’쵸비’ 정지훈(젠지 e스포츠) ▲‘룰러’ 박재혁(징동 게이밍) ▲’케리아’ 류민석(T1)(포지션별-가나다순) 등 총 6명이며, 이견이 없을 경우 이의 신청 기간을 거쳐 대한체육회 ‘경기력향상위원회’의 최종 승인을 통해 국가대표 자격을 얻게 된다. 

 


 

- 어느 정도 예상이 됐던 최종 후보들

 

이번에 선출된 후보들을 살펴보면 대부분은 충분히 예상했던 선수들이다.

 

다만 탑 라인은 제우스보다는 기인을 선택하는 것이 조금 더 낫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다만 이것은 개인적인 의견으로, 제우스도 충분히 매력적이지만 팀 구성 자체로 본다면 기인이 더 어울리는 느낌이랄까.

 

만약 T1 소속 선수들이 대부분인 상황이라면 제우스가 더 나은 선택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여러 팀 선수들이 연합하는 형태에서는 기인의 보다 단단한 플레이가 보다 효율적이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미드의 경우, 페이커와 쵸비라는 상당히 무난한 선택을 했다. 두 선수 모두 올 시즌 좋은 활약을 펼쳤고 확실히 국내 1티어 급 선수라는 것도 맞다. 

 

하지만 MSI에서 보여 준 활약은 조금 실망스러웠다. 두 선수 모두 야가오와 나이트를 상대로 한 수 아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플레이가 좋지 않았다.

 


사실 국내 선수들이 압도하는 모습을 예상했었다

 

물론 이것이 종합적인 요소들로 인해 만들어진 결과인 것도 맞고, 서머 시즌에는 분명 폼이 올라오면서 더 좋은 플레이가 예상되는 선수인 것도 맞다. 

 

하지만 미드 라이너 두 명을 선택한 것만 보더라도 이를 결정한 이들이 현재 페이커와 쵸비에 대한 확신이 별로 없다는 것으로 봐도 무방하다. 결국 두 선수 중 아시안 게임 직전에 보다 폼이 좋은 선수를 기용하겠다는 생각이니 말이다. 

 

그러한 만큼 변수를 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쵸비와 페이커 중 한 선수를 뽑고 나머지 자리에 제카 같은 선수를 넣는 식으로 말이다. 

 

스프링 시즌에서는 제카가 다소 기대에 미치지 못한 활약을 한 것도 맞지만 이미 중국 최고 미드라이너들과의 대전 결과가 나온 마당에서 판정패를 당한 두 선수를 그대로 쓰기보다는 제카를 기용해 보는 것이 더 낫지 않았을까 싶다. 굳이 미드에 두 명을 데리고 갈 것이라면 말이다. 

 

사실 미드에 두 명을 데리고 간다는 구성 자체가 의아하기도 하다. 차라리 탑이나 정글러를 후보로 데려가는 것이 맞다. 미드에 후보를 낄 정도로 현재의 메타가 미드 중심인 것도 아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 페이커와 쵸비가 워낙 많은 팬 층을 거느리고 있다 보니 둘 중 한 명을 선택했을 때의 후폭풍을 고려해 두 명 모두를 데리고 가는 결정이 나온 듯 보인다. 

 

이견이 크게 없었던 서포터에는 예상대로 케리아가 최종 후보로 뽑혔다. MSI에서 좋은 활약을 했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근래 들어 최고의 서포터인 것도 사실이고 그 외의 대안도 솔직히 없다. 룰러 역시 기량 면에서 충분히 최고라 할 수 있기에 현재 LPL 소속이기는 하지만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선발이다. 

 

- 카나비가 최상의 선택?

 

다만 정글러에 있어서는 이해하기 힘든 선정이 나왔다. 아마도 적지 않은 이들이 그렇게 생각할 것이고, LCK 소속 선수들 역시 상당수 그러할 것이다. 물론 카나비 선택에 긍정적인 분들도 많겠지만 굳이 카나비를 선택했어야 하는지 의문이 남는다. 

 

최근 카나비가 좋은 활약을 펼치고 있지만 캐니언 역시 아직도 충분히 최상급으로 평가될 만한 선수다. 심지어 지난 22시즌 롤드컵에서 카나비보다 나은 활약을 펼쳤고, 선발 기준인 최근 2년 간의 기록으로 봐도 캐니언이 카나비를 압도적으로 능가한다. 캐니언은 지난 2년간 국내에서 최고의 활약을 한 선수이자, 작년까지 세계 최고의 활약을 했던 선수다.

 


올시즌 부진했다고 평가되는 정도가 올타임 서드인 선수다

 

사실 이번 최종 후보 선발에 대해 많은 이들이 지적하는 것이 바로 마음대로 가져다 붙이는 선발 기준이다. 워낙 방대한 부분이라 자세하게 이야기할 수는 없지만 결과적으로 통일된 규정이라는 것이 없이 자신들이 선택한 후보를 뽑기 위해 유리한 요소들만 취합해 결정한 느낌이 강하다. 최종 후보로 선출된 선수들의 세세한 부분을 살펴보면 이 말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폼이 더 좋다는 것 외에는 모든 면에서 캐니언이 우위다. 디플러스 기아의 상황이 이렇지 않았다면 캐니언의 현재 폼도 더 좋았을 것이다. 일명 ‘클래스’ 면에서 캐니언이 카나비보다 높은 것도 부인할 수 없다. 

 

그럼에도 카나비가 국가대표로 선발됐다. 선발 과정에서 고려한다던 기준은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 그냥 MSI의 플레이를 보고 별다른 고민 없이 선택한 듯 보인다.

 

어찌 보면 캐니언이나 카나비 중 누가 나와도 문제가 없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이번 아시안게임에 선출된 선수들 중 현재 LPL 소속 선수는 카나비와 룰러다. 하지만 룰러는 지금까지 대부분의 시간을 LCK에서 보낸 선수고, 카나비는 근래 들어 LCK의 경험이 없다. 

 

단순히 호흡만 맞추면 되는 룰러와는 달리 카나비는 LCK에 녹아 드는 시간이 보다 많이 걸릴 수 밖에 없다. LPL과 LCK는 분명 스타일이 다르고, 아시안게임 대표 팀은 ‘LCK스러운’ 팀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카나비 보다는 캐니언이 더 효과적인 카드다. 심지어 두 선수가 비슷한 상황이라면 꾸준하게 국내에서 활동한 캐니언에 더 높은 점수를 주는 것이 맞다.

 

여기에 같은 팀으로 활동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손발을 맞추기 위한 시간도 상당히 부족하다. 정글러라는 포지션이 많은 것을 만들어내고 다양한 전술의 핵심이 되는 포지션이다 보니 제대로 팀 웍을 맞추기가 쉽지 않다. 그런데 활동하는 리그마저 다르다. 다른 선수들은 가볍게 만날 수 있지만 카나비는 많은 시간 온라인으로 손발을 맞춰야 한다. 

 

카나비를 정글러로 선택한 것은 아무리 봐도 지금까지의 데이터를 다 무시하고 이번 MSI에서 좋은 활약을 펼쳤다는 부분만 생각해 ‘뭐, 잘 하겠지’ 하는 안일한 결정이라는 느낌이 크다. 그냥 카나비와 룰러를 데리고 오면 승리하지 않을까 하는 단순한 생각 말이다.

 


룰러는 꾸준히 LCK에 기여를 해 왔던 선수다

 

과연 카나비가 LCK에서 꾸준한 활약을 해 온 캐니언보다 한국 팀 소속으로 잘 할 수 있을까. 팀 웍 면이나 리그 스타일 등을 고려할 때 사실 상 그렇지 못할 확률이 더 크다고 생각한다.

 

물론 더 잘할 가능성이 있기는 하다. 카나비와 룰러를 메인으로 하고 다른 선수들을 들러리로 생각했다면 가능한 스토리다. 한 마디로 LCK가 아닌 LPL스러운 팀을 생각했다면 그럴 수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캐니언은 LCK를 위해 많은 활약을 한 선수라는 점이다. 20시즌 롤드컵 우승으로 LCK의 자존심을 회복시킨 주역이며, LCK의 흥행에도 많은 도움을 준 선수다. 암울했던 시기에 롤드컵 우승을 만들어 내며 국내 팬들에게 즐거움을 준 선수이기도 하다. 심지어 22 시즌은 세체정 평가가 아깝지 않을 만큼 뛰어난 활약을 펼치기도 했다. 

 

그 뿐인가, 올 해 스프링시즌 초반에는 혼자서 디플러스 기아를 먹여살리는 활약을 했다. 후반부에 다소 폼이 떨어지기는 했어도 이런 취급을 받을 선수가 전혀 아니다. 

 

반면 카나비는 근래 들어 LCK, 그리고 대한민국을 위해 아무 것도 한 것이 없는 선수다. 캐니언과비교해 엄청난 실력 차이가 있다면 모르겠지만 종합적으로 판단해 두 선수 간에 큰 차이는 크지 않다. 앞서 언급했듯이 지금까지 이룬 것은 캐니언이 더 크다. 그럼에도 왜 카나비를 선발했는지 전혀 이해가 가지 않는 대목이다. 

 

차라리 캐니언 외에 다른 선수들(커즈나 피넛 등)이 선발되었다면 그나마 이해할 수 있다. 보는 각도에 따라 평가의 차이가 있을 테니 말이다. 그런데 뜬금없이 카나비가 선발됐다. MSI에서 좋은 활약을 했다는 것 만으로 말이다. 

 

22 시즌까지의 캐니언이 보여 준 실력과 영향력은 완전히 무시됐다. 당연한 말이지만 팬 층을 보더라도 캐니언이 압도적으로 많은 상황이고, 정통성 면에서도 캐니언의 완승임에도 말이다.

 

- LCK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결정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e스포츠는 정식 종목이다. 이 말은 금메달을 딸 경우 병역 면제를 받을 수 있다는 말이다. 

 

국가대표라는 것이 선수라면 누구나 원할 만한 영광스러운 일이고, 최상위 선수들의 보호 차원에서도 상당히 중요한 기회다. 그러한 상황에서 유수의 LCK 선수들을 버리고 굳이 몇 년간 LPL에서 활동하고 있는 선수를 기용했어야 하는지 전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선수의 입장에서는 롤드컵 우승보다 더 기쁠 수 있는 것이 바로 금메달이다

(사진은 2018 팔렘방 아시안게임 시범 종목인 스타2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조성주 선수)

 

차라리 손흥민 선수나 박찬호 선수처럼 넘사벽 실력을 가지고 있는 선수라면 그래도 이해를 한다. 승리를 해야만 금메달도 딸 수 있고, 국대 야구 대표들처럼 실력도 되지 않는데 병역 면제를 위해 선수들을 넣는 행보도 좋지는 않기 때문이다. 심지어 이들은 인지도 면에서도 넘버 원 선수들이다. 그만큼 국민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기도 했다. 

 

그런데 카나비가 그 정도 선수인가? 카나비가 있다고 따지 못할 금메달을 딸 수 있는 걸까. 이 정도라면 세계 최고 선수, 예를 들어 전성기의 페이커나 우지 정도는 되어야 한다. 카나비가 그 정도인가 하는 질문에 몇 명이나 ‘그렇다’ 라고 답할 수 있을까. 

 

사실 이번 아시안게임은 철저히 LCK 소속 선수들로 구성하기를 내심 기대했다. 자본력 경쟁에서 밀려 많은 이들이 LCK를 벗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1티어 급 선수들이 그나마 병역 면제가 가능한(물론 반드시 그렇게 되는 것은 아니겠지만) 메리트를 생각해 국내에 남아주기를 내심 바랬기 때문이기도 하다. 

 

물론 룰러는 조금 상황이 다르다. 이미 충분히 LCK의 흥행에 기여를 한 선수이고 실력 자체도 최상이다. LCK 소속 선수가 출전했다면 더 좋았겠지만 한국 팀의 확실한 승리를 위해 그래도 이해가 가능한 범주에 속한 선수다. 

 

이번 국가대표 선발에 참여한 소위원회 및 지도자들의 생각이 그래서 너무나 아쉽다. LCK의 미래를 생각한 것도 아니고, 선수들의 LCK 기여도 역시 무시한 행보이기 때문이다. 어찌 보면 다양한 게시판에서 가감 없이 의견을 내는 유저들보다 더 못한 결정을 내린 셈이다. 

 

각종 관련 게시판의 의견 역시 카나비의 최종 후보 선발에 부정적인 반응이 많다. 굳이 LPL에 뼈를 묻은 선수를 데리고 가야 할 정도로 국내 정글러들이 최악인지를 묻는 이들도 적지 않다(당연한 말이지만 국내 정글러들도 갈 만하다)

 


현재의 폼이 과연 9월까지 유지될까

 

축구나 야구처럼 로스터를 20여 명 데리고 가는 종목도 아니다. LCK 소속 선수들에게도 전혀 반갑지 않은 소식이다. 아마도 국내 팀 정글러들 모두 무시당한 기분이 들지 않을까 싶다. 

 

국가대표 6명 중 2명이 LPL 소속이다? 이는 스스로 LCK 수준을 비하시킨 결정이며 LCK 팬들과 선수들을 무시한 결정이다. 과연 소위원회와 일부 지도자들이 LCK, 그리고 한국을 대표할 만한 자격이 있는지 심각하게 되물을 만한 상황이다. 

 

그나마 룰러의 발탁은 작년까지 LCK에서 많은 것을 보여준 선수이기에 이해를 하는 것뿐이지 카나비와 비슷한 상황이었다면 룰러 역시 후보 선정에 반대했을 것이다. 

 

어쨌든 이번 국가대표 후보 결정으로 인해 LCK의 인재 이탈은 더욱 빠르게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이에 대한 책임은 자질이 심히 의심되는 소위원회 및 후보 결정에 참여한 지도자들의 몫이다. 

 


내년이 되면 상당 수의 선수들이 또 다시 LCK를 떠날지 모른다

 

단순히 더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사실 더 나쁜 성적이 나올 수도 있다) LCK의 상황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 현재의 국가대표 선발진 선출 방식은 앞으로 완전히 바뀌어야 한다. 여기에 선정 방식과 이유에 대한 자세한 내용 공개가 되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밀실 행정이라는 오명을 받을 뿐이고 LOL 팬들 역시 납득하기 어려울 것이다. 

 

더불어 서머 시즌 이후 진행되는 항저우 아시안게임 특성 상 선수들의 폼 변화가 있다면 과언 어떤 결정을 내릴지도 매우 궁금하다. 폼이 나쁘다고 더 좋은 선수로 대표를 교체할까.

 

물론 현재의 국가대표 후보들이 완전히 확정된 것은 아니다. 이의 신청 기간을 거쳐 대한체육회 ‘경기력향상위원회’의 최종 결정이 내려져야 국가대표 자격을 얻게 된다. 

 

아마도 큰 이변이 없는 한 이대로 LOL 국가대표 라인업이 확정될 것으로 생각되지만 그럼에도 보다 LCK를 위한 라인업으로 변화되는 모습을 기대해 보고 싶다. 협회라면 적어도 국내 팬들과 선수들을 위한 선택을 해야 하는 것이 당연하지 않을까. 

김은태 / desk@gameshot.net | 보도자료 desk@gameshot.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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