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코리아 HP기획 오현근, '듀랑고의 마지막 이야기'

온라인 게임의 끝
2021년 06월 10일 18시 40분 25초

온라인으로 진행되는 2021 NDC의 둘째날인 6월 10일에는 넥슨코리아 신규개발본부 오현근 기획이 2019년 겨울 서비스를 종료한 '야생의 땅:듀랑고'의 마지막 이야기에 대한 세션을 열었다. 오현근 기획은 야생의 땅:듀랑고의 서비스를 마무리하고 현재는 프로젝트 HP에서 게임을 개발하고 있다.

 

본 세션에서는 게임 개발과는 다소 거리가 느껴질 수 있는 온라인 게임의 서비스 종료 과정 중 야생의 땅:듀랑고가 엔딩을 시작하게 된 시점부터 준비과정, 그리고 결과를 공유하고 온라인 게임에서 엔딩이 갖는 의미에 대해 이야기했다. 한편 서비스 종료 결정 이전의 듀랑고 개발 이야기와 듀랑고가 서비스 종료를 하게 된 이유는 이번 세션에 포함되지 않았다.

 

야생의 땅:듀랑고는 2018년 모바일로 출시된 MMORPG다. 섬 단위로 이뤄진 자연 맵을 탐험하며 재료를 모아 집을 짓거나 장비를 만들고 요리를 하는 등 필요한 아이템을 직접 제작해 공룡과 전투를 하는 로망을 담고 있는 게임이다. 듀랑고는 제작과 서비스 과정에서 항상 새롭고 다양한 방향을 추구하며 개발되었다. 오픈 이후 2년 가까운 라이브 기간 동안 다양한 업데이트도 진행해 새로운 이야기나 모드, 시즌 이벤트 등을 더했다. 그렇게 운영을 이어가던 듀랑고는 2019년 12월 18일을 기점으로 서비스를 종료하게 된다.

 

 

 

■ 온라인 게임의 끝

 

모든 것에는 끝이 있듯 온라인 게임에도 끝이 존재한다. 시작과 끝이 명확한 콘솔이나 패키지 게임은 이야기의 시작이 엔딩으로 이어지지만 온라인 게임의 끝은 엔딩이 아닌 서비스 종료로 마무리되는 것이 보통이다. 엔딩과 서비스 종료를 같은 선상에 놓고 생각하기 어렵다. 개발팀이 의도한 결과로 이어지는 것은 엔딩이지만 서비스 종료는 결코 의도하지 않은 결과이기에 개발자들은 아직 끝나지 않은 장수 게임들을 부러워하기도 한다.

 

듀랑고의 서비스 종료 과정도 그랬다. 매주 내부 홀에서 개발팀이 모여 이슈를 공유하는 자리를 가졌고 2019년 가을 즈음에도 같은 장소에서 평소대로 모임을 가졌지만 개발팀은 그 자리에서 듀랑고의 서비스 종료를 전달받게 된다. 비단 듀랑고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온라인 게임은 이렇게 갑작스러운 종료를 맞이해 이야기를 끝까지 마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자리에서 당시 듀랑고의 이은석PD는 듀랑고의 우아한 종료라는 새 비전을 공유했고, 개발팀은 듀랑고를 아껴준 팬들을 위한 마지막 의무로 새로운 목표를 잡아 듀랑고는 서비스 종료가 아닌 엔딩을 목표로 삼게됐다.

 

다만 서비스 종료를 공유 받은 시점은 9월. 가능한 업데이트 수는 기존의 라이브 업데이트 일정대로 진행하면 9월 말부터 12월 초까지 대략 4번만이 가능한 상태였다. 이 때 듀랑고의 종료 외에도 스튜디오 해체가 예정되어 있었기에 개발팀이 힘든 시기를 겪기도 했으며 이런 상황에서 듀랑고 선셋 프로젝트를 시동하게 된다. 듀랑고 선셋은 개발팀 내부에서 마지막 엔딩을 준비하는 프로젝트명이다.

 

듀랑고 선셋의 가장 첫 업무는 듀랑고의 서비스를 시작했을 때 했던 일들을 다시 정리하는 것으로 출발했다. 유관부서와의 미팅을 정기적으로 진행하면서 엔딩에 대한 계획을 유관부서와 공유하고, 엔딩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고 유저들과 지속적 소통을 하며 마지막에 제공할 컨텐츠의 완성도를 위해서라도 QA를 비롯한 유관부서의 지원을 놓을 수 없다. 이 과정에서 앱 다운로드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져 서비스 종료 공지 시점에서 스토어의 듀랑고 앱이 내려가는 것이 기본이었지만 최종적으로 듀랑고의 서버가 내려가는 순간에 스토어에서도 앱이 내려가는 것으로 결정됐다.

 

 

 

■ 4번의 마지막 업데이트

 

개발팀은 남은 네 번 중 첫 번째 업데이트 시기인 9월 말에는 기존에 듀랑고 내에서 진행되던 라이브 이벤트의 마무리 등을 포함해 그동안 추진하던 개발의 지속 여부를 결정해야 했다. 엔딩을 본격적으로 개발하기에 앞서 우선적으로 필요했던 개선 사항이나 버그 수정들을 이 업데이트에서 진행하고 2번째 업데이트인 10월에는 서비스 종료 공지가 유저들에게 공개됐다. 이 시기엔 공지 외의 다른 업데이트를 제공하지 않고 남은 두 번의 업데이트에 엔딩 컨텐츠를 업데이트하기 위한 준비기간으로 활용했다.

 

개발팀 내에서 엔딩 컨텐츠에 대한 의견을 수집한 결과 개발팀은 제공할 엔딩을 통해 듀랑고가 더 오래 기억되길 바랐다. 이야기를 확실히 마무리하고 유저들이 플레이했던 듀랑고가 실제로 남길 수 있는 무언가를 제공하고 싶었고 구체적 방안을 선정하기 위한 의견들을 모았다. 마지막 듀랑고를 편하게 플레이 할 수 있는 플레이 완화 항목 등이 손꼽혀 이렇게 모인 항목을 위한 기준을 바탕으로 항목들을 선별했다.

 

그렇게 개발팀은 마지막을 공유할 수 있는 기능, 새로운 것보다는 변화, 구현 덩치가 큰 이슈는 제한적으로, 플레이 완화는 가능한 만큼 포함하도록 결정했다. 또한 가급적 비극적인 결말은 선택하지 않기로 결정하기도 하면서 업데이트의 최종 항목들이 선정됐다. 이야기의 마무리인 엔딩 퀘스트, 지금까지의 방향성과는 다른 PVP 난투섬, 마지막을 함께 추억할 수 있는 악기 연주와 꾸미기 보상 지급, 서비스 종료 이후 남길 수 있는 방안인 창작섬, 항공 뷰, 개인섬 남기기, 플레이 경험 다양화를 위한 플레이 완화 및 N층 집 등이 이 단계에서 결정됐다.

 

이렇게 결정된 최종 업데이트 항목들은 11월에 듀랑고의 추억 컨텐츠들을 우선 배치하고 12월에는 듀랑고를 남길 수 있는 방안들을 제공하기로 했다.

 

 

 

■ 엔딩의 시작

 

세 번째 업데이트인 11월엔 엔딩 분위기 조성과 난투섬, 악기 연주, 플레이 완화와 엔딩 퀘스트 제공을 목표로 삼았다. 여기서도 알 수 있겠지만 남은 일정 치고 너무 작업량이 많아져 이들 중 엔딩 퀘스트는 총 8개 챕터 중 전반 2개 챕터만 먼저 추가되는 식으로 일정이 조정됐다.

 

개발팀은 듀랑고의 유저가 곳곳에서 위화감을 느낄 수 있도록 노을이 저무는 시작화면이나 조금 달라진 로딩화면, 그리고 탐험 지도의 폭풍우 등 곳곳에서 엔딩 분위기를 조성했다. 함께 업데이트 된 난투섬은 지금까지 듀랑고가 내세운 협동이란 기치와 대비된 배틀로얄형 개인 PVP 컨텐츠로 듀랑고가 붕괴되어 가는 분위기에서 듀랑고 붕괴를 조장하는 집단의 스파이로 서로를 의심해 처단한다는 이야기를 담아 엔딩의 토대를 더욱 굳게 다졌다.

 

한편 난투섬과 정반대로 추억을 쌓을 수 있는 악기 연주 기능이 업데이트 되기도 했다. 이미 기존에 영상 속에서 살짝 공개된 바 있는 악기 연주 시스템은 오래 전 구현했던 기능이다보니 완벽한 상태가 아니었고 초기 목표를 독주 기능으로 결정했으나 생각보다 훌륭한 구현들을 거쳐 최종적으로는 다른 유저들과 악기 합주를 할 수 있는 기능까지 기대 이상의 성과를 보기도 했다.

 

또한 플레이 효율을 높여주는 방안들로 시간대비 유저가 즐길 수 있는 컨텐츠를 더하고 플레이 가능 영역을 넓혀 잠깐이나마 복귀한 플레이어라도 쉽게 적응할 수 있는 가이드를 제공했다. 이런 플레이 효율의 증대로 엔딩 퀘스트의 플레이 시간을 확보하는 것이 목표이기도 했다.

 

 

 

■ 마지막 이야기

 

듀랑고의 마지막 이야기는 퀘스트 방식으로 제공됐으며 당시 평균 플레이타임을 기준으로 일주일 내 클리어할수 있도록 구성됐다. K라는 인물로부터 구조를 받으며 시작한 듀랑고는 엔딩에서 K와 재회해 처음과 달리 협력자로 그녀와 함께 듀랑고 붕괴 원인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렸다. 완전히 새로운 UI 페이지를 제공해 엔딩 퀘스트에 집중하도록 했으며 이야기의 전달력을 높일 수 있는 UI, 배경, 이미지, 영상 등 대부분의 작업이 엔딩으로 집중되었다. 이외에도 개발팀이 전달하고 싶었던 듀랑고의 많은 이야기들을 일일퀘스트 시스템에 도입해 서브 퀘스트로 묶어 회고, 캐릭터 정보, 인물의 관계나 과거 이야기를 제공했다.

 

11월 업데이트로 공개된 엔딩 퀘스트는 2챕터까지이며 마지막 업데이트인 12월 업데이트에서 듀랑고 남기기, N층 집, 사과나무와 함께 나머지 6개 챕터가 추가됐다. 엔딩 퀘스트는 종점과 기차의 아이라는 부제를 가지고, 가령 마지막을 플레이하지 않았더라도 듀랑고를 즐겼던 모든 유저에게 전달하고자 마무리는 영상으로 제작됐다. 이외에도 듀랑고의 엔딩 크레딧과 함께 서비스 종료 이후의 듀랑고를 남기기 위해 PC나 모바일에서 오프라인으로 섬을 꾸밀 수 있는 창작섬이라는 이름의 완전히 새로운 게임이 새 심의를 받아 제공됐다.

 

서비스 종료를 앞두고 그간 직접 돌아다니면서 찍은 스크린샷을 합쳐야만 볼 수 있었던 개인섬의 전경을 찍어주는 항공샷이나 서비스 종료 후에도 앱을 지우지만 않는다면 앱에 들어가 직접 개인섬을 돌아다닐 수 있는 개인섬 저장 기능이 제공되기도 했다. 한편 오랫동안 간직하게 될 개인섬을 더욱 다양하고 화려하게 꾸밀 수 있는 N층 집 건설 기능이 마지막으로 추가됐다. 그외에도 듀랑고가 없어지기 전에 사과나무를 꼭 심어야겠단 문의를 기반으로 사과나무를 만들어 제공하기도 했다.

 

그렇게 듀랑고의 엔딩 이야기도 마무리가 됐다.

 

 

 

■ 다신 하고싶지 않지만 다시할 수 없는

 

엔딩 이후 개발팀은 듀랑고에 대한 이야기를 따로 마무리하게 된다. 성과 판단 기준은 매번 다르나 엔딩의 경우 올바른 피드백 전달받기가 가장 중요했다. 엔딩이 잘 전달됐는지, 충분히 의미있었던 엔딩이었는지 말이다. 보통 서비스 종료 공지 이후 이탈 낙폭이 큰 편인데 엔딩을 제공할 개발팀 입장에선 최대한 많은 인원이 남아 엔딩 플레이하는게 중요했다. 이탈폭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종료 공지 시점에 개발팀이 엔딩 컨텐츠를 준비한다고 함께 전달했다. 그러자 기대 이상으로 공지 이후 기존 플레이어의 60% 이상이 남았고 심지어 마지막에는 약간 상승했다고 한다.

 

또 다른 판단 지표는 엔딩 퀘스트의 클리어다. 12월 업데이트로 들어간 퀘스트에서 중간 이탈 인원이 적다는 것도 개발팀으로선 굉장히 고무적이었다. 이 엔딩 퀘스트를 넣으며 퀘스트 난이도 점검도 중요했다. 진행불가 버그 발생 여부등도 지속적으로 체크하며 유저들에게 받은 편지를 포함해 엔딩 관련 기사나 커뮤니티 반응 등을 취합 정리후 개발팀과 공유, 이를 바탕으로 마무리 회고를 진행했다.

 

넥슨코리아 오현근 기획은 듀랑고 선셋을 진행하며 "아무도 하고 싶지 않을 종료였고 앞으로도 하고싶지 않겠지만 선셋은 다시 할 수 없는 값진 경험이었다"며 "듀랑고가 제공한 엔딩을 통해 많은 분들에게 좋은 모습으로 기억되고 새로운 기대감을 주었다면 그것만으로도 의미 있는 엔딩이라 생각"한다며 세션을 마무리했다.​ 

 

 

조건희 / desk@gameshot.net | 보도자료 desk@gameshot.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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