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은 약사에게, 오타쿠 게임은 오타쿠에게

'오타쿠'답지 않은 게임은 외면당한다
2020년 02월 10일 10시 54분 58초


 

소녀전선을 필두로 붕괴 시리즈, 벽람항로, 명일방주 등 중국산 '오타쿠' 모바일 게임의 연이은 성공 행진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산 오타쿠 게임의 새로운 희망으로 관심을 모으던 넥슨의 카운터사이드의 출발 성적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한국게임업체들도 오타쿠를 더 분석해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있다.

 

카운터사이드의 실제 구글 매출 순위는 8일 기준 30위권 밖이라는 아쉬운 성적을 거두고 있다. 출시 이후 3주가 지난 지금까지도 구글 매출 10위권을 유지하고 있는 요스타의 ‘명일방주’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10일인 오늘은 매출 13위로 껑충 뛰어올랐으나 '명일방주' 역시 6위로 상승한 상태다.

 

많은 유저들은 그 이유로 개발자들 그 자신들이 진정한 오타쿠가 아니라는 것을 들고 있다. 프리미엄 테스트 당시 논란이 되어 정식 서비스에서 일부 수정된 비정상적인 캐릭터의 ‘뾰족턱’이나, 밀리터리 오타쿠들을 만족시키기엔 턱없이 부족한 군사병기의 어중간한 디테일과 고증들은 오타쿠라면 절대 모르고 지나칠 부분들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카운터사이드

 

소녀전선 이후, 일본 애니메이션 스타일로 적당히 그려진 일러스트와 양산형 게임을 벗어나지 못하는 게임성을 가진 '흉내쟁이 게임'들은 계속하여 출시되어 왔지만, 이목구비의 미세한 뒤틀림을 찾아내는 오타쿠들의 마이크로 감성과, 편하게 즐길 양산형 게임을 찾는 '린저씨'들의 감성 그 어떤 것도 만족시키지 못하고 무참히 침몰했다.

 

설사 오타쿠들에게 용납 될 수 있는 퀄리티가 되었던들, 백이면 백 ‘운영’의 함정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중국과 일본에서 나쁘지 않은 성적을 거두었음에도 한국에서 ‘카와이 헌터’라는 요상망측한 이름으로 개명 당하고 거기에 한술 더 떠 불법으로 도용한 홍보 일러스트로 한바탕 논란이 되어 쓸쓸히 서비스를 종료한 ‘붕괴3rd’의 전작, ‘붕괴학원2’는 지금까지도 오타쿠들의 사이에서 비극으로 일컬어지는 게임 중 하나이다.

 

실제로 한국 모바일 게임 시장을 점령한 중국 오타쿠 게임들은 같은 개발자들의 손에서 만들어졌다. 대한민국에 오타쿠 게임 붐을 이끈 ‘소녀전선’의 개발사 ‘선본 네트워크 기술’의 전신인 ‘미카팀’은 밀리터리와 미소녀를 좋아하는 오타쿠 2~3인이 결성한 아마추어(동인) 팀에서 시작되었다. 자신들이 좋아하는 총기를 컨셉으로 일명 ‘모에화’로 일컬여지는 의인화를 통해 만들어진 미소녀캐릭터들이 ‘소녀전선’의 시작이었다.

 


소녀전선

 

콘솔 게임 뺨치는 비주얼과 뛰어난 아트워크, 몰입감 있는 스토리로 오타쿠들에게 어필하고 있는 ‘붕괴3rd’의 개발사 미호요는 전작 ‘붕괴학원2’에서부터 일본 유명 성우들의 더빙과 함께 오타쿠들만 알 수 있는 패러디들을 남발하며 심상치 않은 '덕력'을 선보였다. 미호요의 로고 아래 새겨져있는 그들의 신념인 ‘Tech Otakus Save The World’(기술 오타쿠가 세계를 구한다)라는 문구에서 그들 자신들이 오타쿠라는 것을 자랑스럽게 여긴다는 자신감이 물씬 풍긴다.

 

한국에서는 2019년 초 혜성같이 등장한 무명 제작사 스마트조이의 ‘라스트 오리진’이 아주 좋은 예이다. 70만 사전 예약 달성 후 접속자 폭주로 인한 정식 오픈 연기, 선정성으로 인한 구글 플레이 재심의 등 온갖 풍파를 맞고도 원스토어 매출 10위권에 안착하여 소녀전선과 함께 오타쿠들 사이에서 ‘밈’으로 남아서 되새김질되는 이유는 바로 개발자 그 자신들이 오타쿠이기 때문이다.

 


라스트 오리진

 

대한민국에서 누가 봐도 굉장히 험난한 앞길이 예상되는 18금 미소녀 게임이라는 비포장도로를 선택하고도, 여타 18금 모바일 게임들과는 달리 선정적으로 여성 캐릭터를 벗기는 것뿐만이 아닌, 그림체와 캐릭터성, 스토리까지 수 많은 갈래로 나뉘어져 있는 오타쿠들의 취향을 마이너한 곳부터 메이저한 부분까지 콕콕 찝어 대령하고 있으니 오타쿠들이 만족하지 않을 수가 없다.

 

'창세기전3'와 '블레이드 앤 소울'의 일러스트로 유명한 김형태 작가가 개발사의 대표이사를 맡고 직접 개발에 참여한다는 것 만으로도 화제가 됐던 시프트업의 ‘데스티니 차일드’ 역시 그렇다. 각종 운영 이슈부터 일러스트 왜색 논란, 일러스트레이터 메갈리아 논란 등 수많은 논란들을 겪었음에도, 충성 유저들이 자신들을 ‘개돼지’라고 자조하면서까지 남아있는 이유는 결국 오타쿠인 유저들의 니즈를 가장 잘 알고 있는 오타쿠 개발자들이 그려낸 취향 저격 일러스트들 때문이리라.

 


데스티니차일드

 

'진료는 의사에게 약은 약사에게' 라는 구호처럼, 오타쿠 게임은 오타쿠가 만들어야만 그 세심한 오타쿠들의 감성을 집어낼수 있다는 것은 명백한 사실인 셈이다.

 

국내에서도 '오타쿠'라는 거대한 시장이 부각되고 새로운 컨텐츠들이 쏟아져 나오는 작금이 행복한 한명의 오타쿠로서, 이번 카운터사이드의 부진한 성적은 '오타쿠' 게임에 대한 국내 개발사들의 고찰의 계기가 될 것이다. 단순히 흉내내기에서 탈피한 양질의 컨텐츠들이 공급되는 좋은 계기가 되길 바란다.​ 

김은태 / desk@gameshot.net | 보도자료 desk@gameshot.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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