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문제로 보아야 할 '게임중독'

김학조의 겜상만사 ①
2019년 07월 25일 10시 40분 35초

뒤늦은 이야기지만 지난 5월, '게임중독'이  세계보건기구(WHO)에 의해 질병 코드 등록되었다.

 

당시 '질병 분류'에 대한 반대가 꽤나 심했지만, 세계보건기구는 의학적 관점에서 연구가 필요하다는 의견으로 결국 질병 코드를 부여했다. 내용은 다소 안심되는 수준의 질병 분류였지만, '게임중독'이 질병으로 분류된다는 사실에 조금은 씁쓸함이 느껴진다. 세계보건기구의 이와 같은 결정으로 인해 '게임은 질병'이라는 왜곡된 시선은 피할 수 없어 보인다.

 

보다 자세히 내용을 살펴보면 '게임 통제 능력이 없는 상태에서 다른 일상생활보다 게임을 중요하게 여기고, 이런 부정적인 결과에도 게임을 지속하는 기간이 12개월 이상이면 게임 이용 장애(질병)로 판단하게 된다.'라고 기술하고 있다.

 

게임 업계인으로서 세계보건기구의 이러한 결정이 답답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어느 정도 수긍이 가기도 한다.

 

저녁 뉴스를 보다 보면 가끔씩 나오는 게임에 너무 몰입한 나머지 자녀를 방치하거나 유기하여 처벌을 받는 부모라든지, 부모나 보호자를 가해하는 가족 구성원에 대한 소식이 심심치 않게 들려온다.

 


 

십여 년 전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사건이 있었다. 온라인 게임에 빠진 한 부부가 생후 3개월 밖에 안된 아이를 방치하여 사망에 이르게 한 사건이었다. 대부분의 뉴스는 아이의 사망과 부모가 온라인 게임에 빠져 아이를 방치했다는 단순한 뉴스만 계속 보도됐다. 자세한 내용이나 가정에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는 전혀 알 수가 없었다.

 

얼마 후, 한 신문사에서 위 사건을 자세히 파헤쳐 보도가 올라왔지만 사건은 이미 사람들의 뇌리에서 잊혀졌고, 이 사건으로 인해 생각할 수 있는 많은 것들도 따라 잊히게 되었다.

 

이 부부는 오래전부터 온라인 게임을 즐겨왔던 이른바 '온라인 게임 마니아'였고, 이들 부부의 첫 만남 또한 온라인상에서 이뤄졌다. 그리고 사이가 깊어지면서 현실의 부부로 이어진 것이었다. 특별한 직업이 없었던 이들 부부는 결혼 생활을 시작했으나 자립 능력이 없어 처갓집에서 신혼을 시작했다고 했다. 어려운 와중에 아이를 출산했지만 미숙아로 출생하였고, 한 달여의 병원 치료에도 아이의 상태는 호전되지 않았다고 한다.

 

처갓집에서 분가한 이들 부부와 갓난 아이는 독립생활을 시작했으나, 부부의 온라인 게임 몰입은 계속되었고 하루 12시간 이상 게임을 즐기곤 했다고 한다. 아이는 하루 한번 분유를 주는 것 외에는 방치했다고 한다. 이후, 사망한 아이가 비정상적으로 마른 것을 의심한 경찰이 추궁하자 5개월간의 도피 생활 끝에 검거되어 불행했던 한 가족의 이야기는 마무리된다.

 

사건의 본질이야 어찌됐던 한 아이가 사망했고, 직업 없이 전전하던 불행한 부부도 감옥으로 가게 되었다는 결론이 지어졌지만, 여러 가지 생각을 멈출 수가 없던 사건이었다. 참고로 그 기사의 끝은 '부부가 몸이 아픈 딸에 대한 육아 부담을 견디지 못해 게임 속 캐릭터와 가상 현실에 심취....' 이렇게 끝을 맺는다.

 

모든 탓을 게임으로 돌리기에는 주변 환경이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열악하다. 사망한 아이의 부모가 가진 현실이 극복할 수 없었던 것이었는지, 미숙한 상태로 태어난 아이는 더 이상 치료를 받을 수는 없었는지 궁금하기만 하다. 게임에만 몰두하기 전에 올바른 직업 교육을 받았더라면 이야기는 달라졌을 테고, 미숙한 아이가 건강하게 자랄 수 있도록 치료를 더 받았더라면 이야기는 많이 달라졌을 거라고 생각된다.

 

사회가 개인에게 주는 혜택, 직업교육이나 의료 등 사회 보장이 정상적으로 개개인에게 주어진다면 극복할 수 없는 현실을 부정하며 게임에 심취하는 일은 현저하게 줄어들 것이다. 이러한 사회 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인 젊은이들이 세상을 비관하여 누구나 평등한 가상 세계로 빠져 헤어 나올 수 없는 길로 가기 이전에 세심한 주변의 관심이 주어져야 할 것이다.​

 

 

김학조 - 썸에이지 사업부 차장

※외부 필자의 글은 본지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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