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 디즈니, 텐센트 그리고 GM 군산공장

김정주 창업주의 가치실현, 가능할까
2019년 07월 01일 16시 51분 15초

올해 게임산업 최대 이슈 중 하나인 넥슨 매각이 불발 되고 다양한 추측이 난무하는 가운데, 매각 불발에 대한 시그널은 이미 있어왔다.

 

필자는 넥슨 매각 발표 직후 김정주 창업주(이하 김 대표)의 지인과 우연찮게 만난 적이 있다. 그는 게임업계에서 몸담고 있다가 퇴임 후 제주도에서 살면서 김 대표와 가까워진 사람이다. 그에게 넥슨 매각에 대해 물어보니 "진경준 검사장 사건으로 인해 매우 치욕을 느낀 듯 하다"며 "넥슨을 좀 더 가치있는 기업으로 만들어 주기 위한 상대를 찾는 것 같다"는 분석을 조심스레 건넸다.

 

김 대표가 기업 운영 자체에 신물을 느꼈다기보다 진 검사장과의 스캔들로 부담감을 느꼈고, 넥슨의 가치를 올릴 수 있는 방안을 찾다가 매각을 결정했다는 것이다.

 

차익실현 Vs 가치실현

 

넥슨 매각 발표 이후 언론은 오로지 '김정주의 차익실현'에 집중했다. 넥슨의 가치와 수익 현황, 적당한 인수자 등 오로지 '돈'과 관련 된 보도가 쏟아졌고, 여론 역시 '넥슨 팔아 한탕 크게 벌고 뜨려고 한다'며 매도했다.

 

그러나 이는 근본적으로 잘못 판단 된 분석이다. 김 대표는 처음부터 "넥슨을 세계에서 더욱 경쟁력 있는 회사로 만드는데 뒷받침이 되는 여러 방안을 놓고 숙고 중"이라며 가치실현을 최우선으로 두고 있었다.

 

그런 점에서 넷마블, 카카오, 사모펀드는 김 대표의 목적과는 맞지 않는 상대이다. 그를 아는 지인들 대부분 사모펀드나 넷마블에는 절대 매각하지 않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대신 김 대표는 디즈니와 아마존, 텐센트 등 다국적 콘텐츠기업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 '거대공룡'들을 통해 넥슨을 더 가치있는 기업으로 만들고 싶었고, 실제로 지난 4월 디즈니 관계자와 직접 만나 인수를 타진하기도 했다. 비록 실패하긴 했지만 김 대표가 어떤 기업들을 상대로 하고 있는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 외에도 아마존이나 기타 다국적 콘텐츠 기업에도 접근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은 텐센트

 

결국 김 대표가 생각하는 적임자는 텐센트 뿐이었다. 텐센트도 처음에는 관심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던전앤파이터로 연간 로얄티만 1조원을 넥슨에게 지급하는 상황에서 넥슨이 다른 곳으로 매각된다면 텐센트에도 큰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참고로 과거 그라비티 매각시 소프트뱅크의 자회사 겅호는 매출의 90% 이상을 '라그나로크 온라인'에서 벌어들이고 있었다. 그라비티가 다른 곳으로 매각되어 라그나로크 온라인의 계약 연장에 실패하면 당시 시가총액 1조원이 넘는 겅호가 상장폐지 될 수도 있는 절박한 상황이었다. 이를 잘 아는 타고난 장사꾼 그라비티의 김정률 회장은 겅호, 즉 소프트뱅크 압박용으로 매각을 공론화, 결국 비싼 값에 그라비티를 매각할 수 있었다.

 

김 대표의 매각 발표도 결국 텐센트 압박용이라는 분석이 여기서 나온다.

 

그러나 텐센트는 결국 인수전에 끼어들지 않았다. 중국정부의 과도한 게임 관련 규제가 잇따르고 있는 상황에 거액을 투자하기는 부담스러웠을 것이다. 특히 퍼블리싱하고 있는 게임들에 대한 로얄티 지급으로 중국 당국으로부터 '외화 유출의 주범'으로 미운털이 박힌 상황이었고 말이다.

 

거기에다 최근 텐센트는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제조업, 특히 전기차 사업에 투자를 집중하고 있다. 텐센트는 전기차로 유명한 테슬라의 2대 주주이며, '제 2의 테슬라'라고 평가받는 중국 전기차업체 니오(웨이라이, 蔚來)의 최대주주이다. 니오는 전기차 스타트업 중 유일하게 양산에 성공하여 판매에 성공하기도 했다.

 

이 외에 최근 텐센트는 광저우자동차와 합작, 차량 공유 서비스 시장에 진출하고 정식 영업에 들어갔다. 차량은 광저우자동차가 공급하고, 운행을 지원하는 지도, 거래플랫폼 구축, 운영 등은 텐센트가 담당한다. 특히 올해까지 5개 도시로 서비스 지역을 넓힐 계획이어서 대대적인 투자가 진행 될 계획이다.

 

이러한 상황에 한국GM 군산공장이 매물로 등장하자 텐센트는 '명신'이라는 부품업체를 통해 인수에 성공한다. 인수금액 대부분 텐센트가 제공했기 때문에 결국 텐센트가 인수한 것과 다름없다. 텐센트가 GM 군산공장을 인수한 이유는 전기차의 전 세계 수출기지로 삼았기 때문이다. 특히 군산공장에서 생산한 전기차에 엘지화학이나 삼성SDI에서 생산한 배터리를 장착하면 한미FTA, 한국유럽FTA를 통해 해외에 쉽게 수출할수 있다. 텐센트는 이미 콘텐츠 기업에서 다국적 제조업으로 영역을 확대 중인 셈이다.

 


2018년 텐센트의 투자 실적 (출처: 플래텀)

 

이러한 상황에 따라 텐센트는 넥슨 인수에 흥미를 잃었다. 텐센트는 이미 콘텐츠 부분에서 한국기업들을 뛰어넘은지 오래고, 게임 분야에 대한 투자나 인수는 급격히 줄어들었다. 중화권 전문 네트워크 '플래텀'에서 분석한 '2018년 분야별 투자 실적'에서도 텐센트의 투자는 엔터테인먼트 분야에 집중되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169건 중 60건이 엔터테인먼트 분야고, 게임 분야에 대한 투자는 11건에 불과하다.

 

결국 김 대표는 '가치실현'을 내세워 명분과 실리,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했지만 실패했다. 별다른 공식 입장을 발표하고 있지 않지만 매각전이 무산됐다는 소식에 관련주들이 폭락하는 상황을 보고 김 대표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부디 매각에 대한 꿈은 접고 다시 경영에 집중하길 바래본다.

김성태 / mediatec@gameshot.net | 보도자료 desk@gameshot.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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