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루트만 선행 출시, 비주얼노벨 기대작 '러브 딜리버리2'

그런데 왜?
2023년 12월 27일 16시 20분 24초

스마일게이트의 게임 플랫폼 스토브는 지난 24일 2023년 비주얼노벨 인디게임계에서 가장 기대를 모았던 타이틀 중 하나인 온파이어게임즈의 '러브 딜리버리2' 얼리액세스판을 정식 출시했다.

 

러브 딜리버리2는 국내 비주얼노벨 게임계에서 큰 호응을 일으켰던 화제작 러브 딜리버리의 공식 후속 타이틀이다. 인터넷 방송 스트리머인 히로인과의 로맨스를 즐길 수 있는 미소녀 연애 시뮬레이션으로, 개발 단계부터 많은 인기와 관심을 받았고 텀블벅 크라우드 펀딩에서의 목표 후원 금액은 11,428%인 2억 2천 8만 원을 달성하면서 텀블벅 역대 비디오 게임 분야 TOP3 안에 올라가기도 했다. 이번에는 전작과 세계관을 공유하면서도 더욱 발전한 일러스트와 그래픽, 역대급 수준의 파격적인 CG 등을 예고하며 유명 성우진을 동원한 풀 더빙 등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한편 출시 직후 러브 딜리버리2는 스토브 인디에서 구매할 수 없는 상황이며, 이미 구매했던 이용자만 플레이할 수 있다. 또한 리뷰에 앞서 본 타이틀은 성인인증 이후 플레이가 가능한 성인향 게임이며 이미 커뮤니티 등을 통해 퍼진 대사 등 일부 스포일러가 담겨있다는 점을 알린다.

 

 

 

■ 히로인과의 첫 만남

 

전작 러브 딜리버리에서는 플레이어이자 주인공이 게임의 히로인과 처음 만나게 되는 방식은 제목을 따라 배달을 하던 도중 모종의 이유에서 유발된 것이었다면 이번 러브 딜리버리2에서 주인공은 구직은 하고 있지만 번번이 떨어지고 배달을 하다 그만두다 하는 것처럼 보인다. 히로인과의 첫 만남도 배달이 아닌 가지고 있던 방송용 장비 중고거래다. 모 유명 마켓을 패러디한 중고거래 앱을 통해서 만나게 된 두 사람이 방송이라는 공통 관심사로 관계를 이어가게 된다는 내용이다.

 

게임은 인터넷 방송을 진행하는 스트리머를 소재로 삼고 있기에 이와 관련된 이야기들을 가볍게 조명하면서 그 사이에 히로인인 망망이와 주인공의 서사를 풀어나간다. 첫 만남에서부터 다소 맹하거나 순수한 모습을 보여준 망망이는 인터넷 방송을 시작하고도 시청자가 늘지 않아서 고민이었고, 1세대 인터넷 방송부터 본편 당시까지 인터넷 방송들을 보며 섭렵했다는 주인공을 선생님이라 부르면서 따른다. 주인공 또한 그런 망망이를 도우면서 자연스레 끌리는 모습을 연출한다.

 

미소녀 연애 시뮬레이션의 성향을 가지고 있지만 특별히 플레이어가 선택지를 고르며 이야기를 진행하기보다는 게임을 플레이하다 도중에 미니게임을 좀 플레이하고 다시 이야기를 감상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문자 그대로 비주얼노벨이라는 장르명에 충실하게 플레이어는 주인공의 입장에서 망망이와의 이야기를 경험하게 된다. 편의상 러브 딜리버리라는 제목을 이어간 것으로 보이는데 막상 배달은 필요할 때만 쓰이는 소재로 느껴진다.

 


 


 

 

 

■ 선형적인 진행

 

얼리액세스라서 그렇겠지만 게임의 진행이 상당히 선형적이다. 완전히 일직선이다. 일단 이야기를 진행하고 각 장면이 끝나면 주인공의 방으로 돌아와 연락이 있다면 연락을 통한 대화를 짤막하게 볼 수 있고, 방송이 있는 날에는 인터넷 방송을 볼 수 있다. 둘 다 없다면 그냥 다음 장면으로 넘어가면 된다. 특정 시점에 다른 장소에 갔을 때 선택지를 고를 수 있는 것처럼 해두기도 했지만 이는 연출을 위해 마련된 것이었으니 중간에 들어간 미니게임들이 아니라면 정말로 플레이어가 관여하는 부분 없이 쭉 서사를 감상하는 비주얼노벨이 됐을 것으로 보인다. 또 게임 시작에 앞서 일반 모드와 스트리머 모드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으며 이는 작중 스토리의 수위 관련 설정이기도 하다.

 

또, 시간의 경과는 이야기를 통해서도 대강 느껴지지만 좀 더 자세한 시간 흐름은 주인공의 방 좌측 상단에 있는 날짜로 알 수 있다. 이를 확인해보면 1일 단위나 주 단위로 정해진 만큼 일정이 넘어가는 것이 아니다. 어떨 때는 며칠, 그리고 어떨 때는 십 단위의 날짜가 넘어가기도 한다. 마지막 엔딩 시퀀스 두 장면이야 엔딩이니 날짜가 아주 중요하지는 않지만 말이다. 상점 페이지나 사전 정보를 통해 알려진 또 다른 히로인 엘라 루트는 아직 준비되지 않은 상태다.

 

조금 위에서 방송이 있는 날에, 연락이 있다면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는데 실제로 게임 진행 도중 방송이나 연락이 없어서 그냥 다음으로 넘어가는 일이 꽤 있었다. 때문에 이야기와 아주 맞물리는 중반부 이후의 상황이 아닌 경우는 조금 비어보이는 영향을 끼친다. 이건 아마 엘라 루트의 부재 영향도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방송 화면

 

 

 

■ 양극단을 달리는 방향성

 

스토리 전개에 있어선 각 에피소드를 맺는 시점이 좀 애매한 경우가 몇 번 있었다. 예를 들면 사람이 말을 하다 거의 말이 끝나가는 시점에서 조금 먼저 입을 닫는 느낌이 든다. 거기에, 에피소드 사이사이 간격이 있기는 한데 그 사이에도 주인공과 망망이는 방송 등을 통해 이야기를 나눈 것으로 중후반부에 묘사되기는 하고 게임 플레이 당시에는 그럭저럭 뭐 이런 식으로 진행됐겠구나 싶은 생각이 들지만 플레이어가 감정선을 함께 따라간다는 느낌이 상대적으로 덜했다. 일단 망망이가 정말 예쁘네, 아유 귀엽다, 착하네 같은 느낌은 드는데 결정적으로 주인공과 망망이의 감정선에 깊게 빠져들만한 묘사나 이야기의 연결이 좀 약했다. 며칠, 몇 주씩 지나면서 에피소드가 이어지니 연속성은 있는데 드라마를 몇 화씩 건너뛰며 보는 기분이다.

 

엘라 루트가 준비되지 않아서인지, 극초반에는 엘라의 방송을 보게 되고 망망이와 우연히 마주친 행사에서도 엘라가 주인공에게 나중에 연락하라는 말을 남기지만 이후 엘라가 친구 본모의 메신저 내용에서 언급되는 것을 빼면 사실상 증발해버린다. 대신 망망이 루트의 주요 등장인물로 테일즈샵의 썸썸편의점 속 히로인 아델라가 비중을 챙긴다. 이는 테일즈샵의 기적의 분식집과도 비슷한데, 기적의 분식집 또한 메인 히로인 필리아 살리스 루트나 서브 히로인 주미라 루트 중 어느 한 쪽을 타면 남은 히로인 비중이 사실상 증발한다.

 


하지만 나중에 연락하는 일은 없었다.

 

분식집이나 러브 딜리버리2나 히로인 사이의 견제구를 보지 않아도 된다는 피로감은 덜었겠지만 반대로 인간관계를 좁혀 전개가 조금 싱거워지는 느낌은 있다. 물론 전작 러브 딜리버리는 주인공의 능력치를 성장시킬 수도 있었고 이게 스토리에도 나름 반영이 됐으며 후일담이나 배드엔딩 등을 통해서 다양성을 확보했지만 현재 출시 빌드의 러브 딜리버리2는 완성본이 아니라서 그런지 그냥 쭉 이야기를 보다 가끔 미니게임, 그리고 망망이 일직선 엔딩이다.

 

스토리나 게임의 메시지가 주는 방향성이 양극단을 달린다는 느낌도 받았다. 출시 직후 시끄러웠던 부분을 일단 걷어내고 게임 자체나 소재에 집중해 살펴보면 좀 어리둥절하게 만드는 부분이 많다. 예를 들어 요즘 이런 게임이 많아지고 있기는 하지만 러브 딜리버리2 또한 스트리머 모드와 일반 모드 선택이 있는, 인터넷 방송인이 게임 스트리밍을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둘 만큼 인터넷 방송 친화적인 컨텐츠로 볼 수 있다. 게임을 진행하는 동안 이야기가 고조되는 부분인 중후반부 이후엔 덜하나 그 직전까지는 시작부터 중반부까지 쉴새없는 인터넷 밈으로 점철되어 있는 것도 그렇다.

 

보고 웃으며 즐기라는 의도일 터인데 대개 굉장히 낡은 밈이거나 인터넷 방송 관련 밈이 많아 모르면 이게 뭔가 싶을 것들도 많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너무 밈을 난사해대니 웃음기가 점점 들어가버린다. 중반부까지 계속 이러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다니 이야기에 집중할까 싶으면 집중이 흐트러지고, 옆에서 MZ한 밈을 알아왔다며 부장님이 계속해서 설명하고 혼자 웃는 경험을 간접 체험하는 느낌이다. 여기에 쓸데없이 천박하기만 한 드립이나 미니게임도 호불호가 심하게 갈릴만한 요소다. 의외로 성인향 게임이나 미소녀 연애 시뮬레이션 경험이 많지 않은 기자지만 야한 이야기를 싫어하는 것도 아닌데 그냥 자연스럽거나 유쾌한 드립이 아닌 천박함에만 집중해 흐름을 깨는 것들이 많았다. 이 부분은 좀 잘 만들었으면 나쁘지 않았을 것 같아 더욱 아쉽다. 다행히 미니게임들이야 스킵이나 재도전이 가능하긴 하지만 말이다.

 


 


 

 

 

스토리가 보여주는 것이나 게임이 전하려는 메시지도 정반대의 전개나 묘사를 통해 무너지는 느낌을 받았다. 예를 들어 게임을 시작하자마자 유명한 인터넷 방송인인 엘라의 방송을 볼 수 있고, 엘라의 입을 빌려 '내가 휴방만 하면 어 이 사람 휴방했던데 둘이 사귀는 거 아니냐?'라면서 몰아간다고 시청자들에게 세상을 긍정적으로 살라고 일침을 날린다. 이후에도 엘라의 시청자가 메일로 팬에게 상처를 주는 거 아니냐면서 이후 급발진을 하는 내용이나 엘라와의 미래계획이라며 김칫국을 마시는 시청자들을 보여주며 소위 혐청자라고 불리는 모습들을 보여준다.

 

엘라에게 안 좋은 소문이 있다는 말에 주인공은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어느 정도 위치에 오르면 시기와 질투가 따르는 것 같다고 답하기도 하고 연예인 소속사에서 인터넷 방송 쯕은 굉장히 싫어한다는 입장에 대해 아무래도 편견이 있을테니 그럴 것 같다고 말하며 꾸준히 인터넷 방송이나 스트리머의 입장을 세워주는 뉘앙스를 보여준다. 심지어 스트리머를 쥐고 흔드는 팬 등 인터넷 방송 팬들에 대한 일침이나 이를 소재로 만들어진 노래도 캐릭터의 입을 빌어 들려주기도 할 정도다.

 

헌데, 극후반에서는 이런 스탠스와 정반대로 스트리머, 특히 여성 스트리머 쪽에서는 알면서도 터부시될만한 소재를 건드리고 관계 후엔 굳이 공격적인 어조를 사용해 일종의 지뢰를 설치한 느낌을 준다. 실제 스트리밍을 하며 플레이하던 일부 여성 스트리머나 남성 스트리머들은 이에 관련한 코멘트를 남기기까지 했으니 말이다. 중반부까지 지겨울 정도로 밈을 도배해 둔 모습을 보면 이 또한 성인향 도서에서 나온 그 밈을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데 그렇다면 상당히 경솔하지 않았나 싶다.

 

 

 


마지막 세 줄만 지웠어도 훨씬 반발이 적었을 것 같다. 어찌보면 최악의 선택.

 


이어지는 독백과 연결해서 보면 어떤 의도인지는 알겠지만 방식이 나빴다.

 

굳이 이런 대사를 사용한 것은 그야말로 그냥 지나갈 수 있는데 어? 벌집이다 하고 머리에 뒤집어 쓰는 행위였다. 사실 중반부 야외 스트리밍 장면에서도 슬쩍 비슷한 뉘앙스의 독백을 약하게 사용하기는 했는데 그걸 더 강화해서 한 번 더 때린 격이다. 생각해보면 스트리머에 대한 스탠스가 정반대였지 시청자에 대한 입장은 악성 시청자를 계속 두드러지게 비추는 등 일관적이라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게임 내에 삽입된 인터넷 방송 밈으로 보면 인터넷 방송을 거의 보지 않은 본 기자보다 훨씬 인터넷 방송 생태에 대해 빠삭한 사람일텐데 대체 왜 그랬을까?

 

한편 스토리에서 꿈과 재능, 이와 관련된 현실은 나름대로 꾸준히 포석을 깔았다. 테일즈샵의 연애시뮬레이션 게임 캐릭터 아델라를 친구로 등장시켜 망망이 자신이 직접 내비치는 것 외에도 주변인이 본 꿈을 키우고 바라보는 망망이의 모습을 잘 보여주고, 전작 등장인물 박 실장을 통해 꿈과 재능이라는 현실을 냉정하게 보여주는 것, 주인공이 포기하지 않는 모습, 이와 관련한 소재로 망망이가 좋아하는 것과 소장한 굿즈 등을 잘 활용했다. 전개 자체는 흔하지만 이런 흔한 전개가 계속해서 먹히는 부분임을 생각하면 괜찮은 선정이었다.

 

망망이의 자존감이나 꿈, 그리고 재능에 대한 이야기는 초반부부터 결말까지 러브 딜리버리2를 관통하는 소재이기도 하다. 주인공의 독백이나 망망이의 대사, 아델라의 대사 등을 통해 거듭 강조한다. 그래서 이를 좀 더 깊이 조명해줬으면 했는데 막상 박 실장까지는 그럴듯하게 가다가 주인공이 망망이를 해피엔딩으로 인도하는 과정은 사실상 제대로 날려버렸고 곧장 결말부로 넘어가는 모습을 보여줘 전반적인 이야기 구성이 기이이이이이승결 같은 느낌으로 받아들여지게 된다. 연애 시뮬레이션 게임 장르 치고는 꿈이라는 메시지에 집중해서 사랑이란 요소도 상당 부분 배제되어 느끼기 힘들었다.​

 

 

물론 주인공이 이 목표를 위해서 준비를 하는 내용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닌데 그 중간 과정을 '배달을 하면서 번 전재산을 털었고 이걸로 해결했다' 식으로 뚝딱 넘어가버리니 굿즈라는 매개체와 꿈으로 이어지는 엔딩의 서사가 전해줄 감동이 한 풀 꺾였다. 주인공의 내적인 성장 또한 보기 어려웠고. 엔딩의 연출도 중반부에 나왔던 장면과 대비되는 모습인데, 얼핏 보면 눈치 채기 힘들다. 이런 연출 디테일 면에서도 다소 아쉬움이 있었다.

 


 


 


뭣 러브라이브? 나는 아이돌마스터파다 망망아

 

망망이 루트 리뉴얼을 하겠다고 밝힌 바 있으니 이 부분이 어떻게 개선될 지, 또 다른 히로인 엘라 루트의 전개가 어떨지 궁금해지지만 여러모로 러브 딜리버리2는 아쉽고 안타까운 신작이라는 생각이 든다. 논란을 걷어내고 봐도 스토리 완급 조절이나 전개가 날아갔다고 느껴지는 부분들이 아쉬웠고, 국산 비주얼노벨이라는 사실상 다른 장르에 비해 훨씬 미개척지로 뛰어든 회사의 마지막 작품이라는 점이나 그 비주얼노벨에서도 국내에서 선뜻 도전하기 힘들었을 성인 등급 표현이 포함된 비주얼노벨을 시도한 시리즈라는 부분에서 더욱 아쉬운 마음이 든다.

 

이런 마음이 드는 것은 비단 성인 등급 비주얼노벨이라는 사실 때문만은 아니다. 국내 게임 시장에서 미개척된 부분이 개척되면 앞으로 보다 다양한 게임을 즐길 수 있었을 테니까. 이번만이 아니라 비주얼노벨 시장에 뛰어들었던 큰 회사들이 출시와 함께 아쉬운 결과를 냈던 것을 지켜보면서 혹시라도 있을 후발주자들은 좀 더 이 장르에 대한 진출을 조심스러워하게 될 테니 결과적으로 상당히 아쉬운 실패가 아니었나 싶다.

 

이전 러브 딜리버리나 러브 인 로그인의 경우는 계속 후속 컨텐츠 추가나 보수를 하면서 더욱 팬들에게 울림을 주기도 했으니 러브 딜리버리2도 개선에 성공할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망망이가 참 귀여웠고, 라이브2D를 사용한 부분이나 일러스트, CG가 꽤 예뻤다는 점 등은 호평할 수 있는 요소이나 이외의 요소들은 좀 더 착실히 보완해 완전판 정식 출시가 되면 몰라보게 발전한 모습을 보고 싶다. 더 좋은 이야기가 없는 한 이것이 마지막이라고 했던 만큼 유종의 미를 잘 거두길 바란다.​ 

 


나중에 좋은 모습으로 만나자

조건희 / desk@gameshot.net | 보도자료 desk@gameshot.net




알립니다

창간 24주년 퀴즈 이벤트 당첨자

창간 24주년 축전 이벤트 당첨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