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완성된 RPG풍 어쌔신크리드, '어쌔신크리드 오디세이'

어쌔신?
2018년 10월 31일 11시 59분 34초

유비소프트의 간판 시리즈 타이틀인 '어쌔신크리드'의 신작 '어쌔신크리드 오디세이'는 전작 어쌔신크리드 오리진에서부터 시작된 시리즈의 RPG요소 가미를 더 강화해 액션 RPG의 감성으로 게임을 변화시킨 작품이다.

 

어쌔신크리드 오디세이에서는 고대 그리스, 스파르타를 배경으로 그리스 일대에서 벌어지는 주인공의 이야기를 방대한 오픈월드 RPG 장르에 담아냈다. 플레이어는 완전히 동일한 성능의 남성 혹은 여성 주인공으로 이야기를 진행하면서 자신의 가족에 얽힌 이야기, 그리고 또 다른 큰 줄기의 이야기들을 겪게 되고 그 과정에서 고대 그리스의 정취가 느껴지는 풍경이나 모습들, 그리스 신화와 밀접한 관계를 지닌 공상적인 모험기 등을 써내려가게 된다.

 

한편 이번 작품에서는 어쌔신크리드 오리진부터 시도된 RPG 요소의 가미가 조금 더 본격적인 액션 RPG로 방향을 틀어 새로운 장르의 플레이 경험을 쌓아간다는 느낌을 주는 작품이므로 더 이전의 구작인 액션 게임 식의 어쌔신크리드 1, 2, 3 등을 플레이했던 사람이 오랜만에 신작을 구매해서 플레이한다면 다소 달라진 방향성에 당혹감을 느낄 수도 있다.

 

 

 

■ 스파르탄 왕 레오니다스

 

어쌔신크리드 오디세이의 이야기는 고대 그리스의 폴리스 '스파르타', 우리에게는 영화 '300'으로 익숙한 그 스파르타의 이야기와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 또한, 이 스파르타의 왕인 레오니다스 왕은 어쌔신크리드 오디세이의 시작을 끊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으며 그 유품 역시 작품 내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중요한 물건이다. 처음부터 레오니다스 왕과 그 휘하의 스파르탄들이 전투를 벌이는 인트로를 경험하게 되고, 이는 후술할 어쌔신크리드 오디세이의 주 컨텐츠 중 하나를 미리 보여주는 장면이기도 하다.

 

어쌔신크리드 시리즈의 특징인 과거와 현대를 오가는 이야기를 이번에도 선보이지만 이번에는 현대 파트가 그다지 길지 않은 편이고, 대부분의 이야기 비중은 고대 그리스 시점에서 진행된다. 현대 파트에선 레오니다스의 창을 발견하고 두 여성 등장인물이 시설에서 과거의 그리스 시대 인물 속으로 다이브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플레이어는 자연스럽게 남성 주인공 알렉시오스나 여성 주인공 카산드라 중 한 명을 선택하게 된다. 도중에 바꿀 수 있는 기능이 없기 때문에 한 번 결정한 성별은 바꿀 수 없다. 여담으로 소설판에서는 여성 캐릭터인 카산드라를 사실상의 정사 주인공으로 채택한 느낌.

 

 

 

 

 

의외로 게임의 첫 무대는 인트로에서 레오니다스 왕 본인과 그의 창이 과거와 현대 시점에 모두 등장하면서 중요한 뉘앙스를 풍겼던 스파르타가 아닌 케팔로니아에서 펼쳐진다. 어쌔신크리드 오디세이의 개방된 지역들 중 가장 좌측에 위치했으면서도 작은 이 케팔로니아에서는 알렉시오스 또는 카산드라가 성장하면서 쌓아온 관계들이 정립된 섬으로, 용병으로 일하는 두 사람에게 사실상의 고향과도 같은 장소다. 지도상으로 그리 넓지 않은 편이지만 실제 게임 내에서는 굉장히 넓은 규모로 처음 게임을 접하는 플레이어들은 그 방대한 스케일에 감탄하게 된다.

 

이후 이야기를 진행하면서 케팔로니아보다 더 크고 많은 지역들을 찾아다닐 수 있고, 새로운 이야기 갈래들도 뻗어나오기 시작하면 어쌔신크리드 오디세이의 대서사시가 장대하게 펼쳐진다. 이번에는 플레이어가 하는 선택들이 눈에 보이는 곳에서부터 멀게는 플레이어도 알아채지 못할 정도로 다양하게 영향을 끼친다. 비록 전개나 마무리에 아쉬운 부분들이 조금 보이지만 메인 스토리만 해도 크게 세 종류 정도의 결말을 가지고 있고, 서브 스토리나 일상적인 모습들을 통해 비단 오디세이 퀘스트 같은 대장정이 아니더라도 고대 그리스의 정취를 느끼는 것이 가능하다.

 


 

 

 

어쌔신크리드 시리즈가 꾸준히 실제 역사와 연관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이번에도 실존 인물들이 다양하게 등장한다. 그중에는 뭇 플레이어들의 가슴을 복장 터지게 만들어 주는 소크라테스 같은 유명한 인물들도 등장해 고대 그리스 이야기에 관심을 많이 가졌다면 반가운 이름들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한편으로는 단순히 역사적인 이야기를 떠나 신화적인 면모도 보이는데, 아예 작정하고 신화적인 이야기를 다루기도 한다.

 

성별이나 난이도 등을 선택한 뒤에는 가이드 모드와 탐험 모드로 다시 한 번 선택지가 나눠진다. 전통적인 방식으로 가이드 모드는 화면에 항상 표시가 존재하고 퀘스트의 목표를 자동으로 알려주는 식이라 편리하고 탐험 모드는 새로운 플레이 방식으로 플레이어가 세계를 돌아다니며 조사를 통해 표적과 퀘스트 목표를 찾아야 한다. 때문에 곧장 목표 지점 등이 지도에 표시되지 않고, 플레이어가 조사를 진행해야 목표가 확실해지는 식이다. 가이드 모드보다는 이쪽이 개발사의 의도대로 플레이하는 방식이다.

 

 

 


​꼭 올라가게 되는 케팔로니아 명물……. 사실 끝까지 올라가면 동기화 포인트다.

 

메인 스토리에 비해 서브 스토리가 더 무난한 편이다. 메인 스토리만 골라서 진행하는 것은 시스템 상 어렵고 결국엔 반드시 서브 퀘스트들도 진행해야만 하는 상황이 있어서 이런 부분들에 대해 좋게 생각지 않는 플레이어들은 조금 아쉽게 다가올 수 있는 부분이다.

 


 

 

 

■ 보다 RPG다워진 시스템

 

이번 작품은 어쌔신크리드 오디세이는 전작인 오리진과 비교해보면 크나큰 발전을 이룬 신작은 아니다. 하지만 기존작들과의 관계나 방향성을 생각해볼 경우 꽤 큰 변화를 맞이한 작품이라는 데에는 별다른 이견이 없을 것이다. 몇 번이고 언급했던 바지만 이번에는 UI 등의 소소한 부분을 기존과 동일하게 둔 채 RPG적 요소를 더욱 강화해 플레이어가 하나의 액션 RPG를 즐기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을 느끼게 해주는 플레이 방식을 도입했다.

 

RPG하면 떠오르는 기본 요소들이 대부분 갖춰져서 RPG에 익숙한 플레이어는 게임 플레이 방식에 단번에 익숙해질 수 있다. 기본적으로 플레이어 캐릭터의 레벨이 있고, 적이나 NPC들 모두 레벨 시스템이 있어서 자신보다 더 높은 레벨의 적과 대적하게 되면 내가 입는 피해는 크고 상대가 입는 피해는 굉장히 줄어드는 좋지 않은 상황이 벌어진다. 따라서 신중한 전투를 진행할 필요가 있다. 물론 역사와 전통의 낙하 데미지는 있으므로 높은 곳으로 유인해 영화에서도 본 '그 발차기' 등을 사용해 추락사를 유도하는 전략적인 꼼수를 잘 사용하면 훨씬 높은 레벨의 상대도 이기는 것이 가능하다.

 


 


 

 

 

장비도 각 부위별로 착용할 수 있고, 다양한 세력이 등장하는 만큼 각 도시국가를 기조로 하는 방어 장비들이 있거나 다양한 유형의 공격을 구사할 수 있는 여러 종류의 장비들을 만나볼 수 있다. 이 장비들은 모두 각 부위의 장비 슬롯을 차지하며 장비마다 일반부터 전설까지의 등급으로 장비 등급이 별도 존재한다. 아무래도 더 높은 등급의 장비들이 좋은 능력을 가지고 있는 편이다. 전설 장비의 경우 게임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는 전설 상자를 통해 획득 가능하다. 다양한 재화들을 모아서 자신이 사용하는 장비를 강화해주면 꾸준한 성장이 가능. 재료들 중 목재 같은 경우는 화살을 만들 때에도 사용하니 자신이 활 위주의 플레이를 한다면 보이는 족족 목재를 나무를 뽑아나가는 편이 좋다.

 

장비들을 떠나더라도 어쌔신크리드 오디세이의 주 컨텐츠 중 하나인 해양에 나서기 위한 장치들도 등급이 존재한다. 일반 에디션보다 더 높은 비용을 사용해 게임을 구매했다면 보라색 등급의 배와 선원들을 획득할 수 있는데, 이 두 가지 역시 전설 등급이 존재해 자신의 장비와 항해 카테고리를 금빛으로 도배하겠다면 전설 아이템을 찾아다니는 데에 꽤 시간이 걸린다.

 


 


 

 

 

이번에는 플레이어가 진행 도중 범죄, 예를 들어 일반인 살해 등의 비합법적인 행위를 하다 적발되면 폴리스의 병사들뿐만 아니라 용병들도 플레이어의 뒤를 쫓는 현상금 사냥꾼이 된다. 10개 이상의 등급으로 나뉜 용병들은 플레이어가 차례차례 격파할 수 있으며 자신을 쫓아온 사냥꾼을 응수해서 살해하거나 동료로 편입하는 방법을 선택할 수 있다. 각각의 용병들은 약점이나 특화된 공격 분야가 뚜렷해서 대처만 잘 한다면 승부하는 것도 어렵지 않은 편이다. 플레이어는 자신의 성향이나 용병을 죽였을 때 받을 수 있는 보상, 그들을 자신의 배에 승선하는 부관으로 맞아들이는 보상을 바탕으로 갖가지 상황에 대처해나가야 한다.

 

이외에도 기존에 있던 시스템과 비슷하게 제우스가 보냈다는 독수리를 이용해 미리 정찰하고 표시하는 것이 가능한 것처럼 전작에서 보여준 시스템들도 많이 넘어왔다.

 


 

 

 

■ 암살 비중이 줄어든 전투

 

어쌔신크리드 오디세이에서는 기존 시리즈처럼 어쌔신크리드라는 이름을 붙이고 있지만 실제 전투에서는 암살의 비중이 많이 줄어든 편이고, 스팀 소개에서는 아예 어쌔신보다 전사를 더욱 부가시키는 등 기존작들과 달리 암살과의 관계가 다소 흐릿하다는 느낌을 준다.

 

캐릭터의 레벨을 올리면서 선택할 수 있는 스킬 트리는 세 가지로 사냥꾼, 전사, 암살자 순으로 배치되어 있다. 그외 공통 스킬들은 하단에 나열되어 자신에게 맞거나 필요한 스킬들을 배워나가 자신만의 캐릭터를 육성하는 RPG 특유의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이름에서도 느낄 수 있지만 사냥꾼은 활 같은 원거리 무기를 기반으로 그쪽 능력을 강화할 수 있으며 전사는 근접 무기를 비롯한 육탄전 위주의 기술을, 암살자는 기존 시리즈처럼 암살 기술의 효율이나 유틸성이 강한 스킬들을 배우게 된다.

 

물론 여전히 암살을 사용하기는 하고 큰 레벨 차이가 있는 상황이 아니라면 큰 피해를 입힐 수 있지만 이미 전작인 어쌔신크리드 '오리진'에서 주요 세력인 암살단의 기원을 다루기도 했고 시리즈 특유의 무기인 암살검이 등장하지 않으며 아예 은신 플레이를 할 수 없는 전장이 자주 등장해서 암살의 비중은 시스템적으로도 많이 줄어들었다는 기분을 지울 수 없다. 전처럼 암살이 완벽하고 빠르게 적을 죽이는 즉사기가 된 것이 아니라 아무리 배후에서 목에 칼을 찔러넣어도 적이 반드시 죽지는 않고 일반 공격에 비해 강한 공격을 받은 수준으로 체력이 떨어지는 식이다.

 

 

 

플레이어는 다양한 방식으로 전투에 임하게 되는데, 이번에는 해상전이 부활하고 각 세력들이 벌이는 세력전에 참전하는 등 보다 다채로운 방식의 전투 시스템들을 즐길 수 있게 됐다. 지상에서 벌이는 전투는 일반적인 전투나 세력 사이에서 벌어지는 세력전 등으로 나눌 수 있다. 세력전에서는 인트로에서와 마찬가지로 두 세력이 전투를 벌이고, 플레이어는 한 쪽을 도와서 전투를 진행하게 된다. 전장의 상황은 상단에 게이지 형식으로 표시되며 다수의 적장을 빨리 처치하는 것이 세력전에서 빠른 승리를 거머쥘 수 있는 방법이다. 자신의 실력이나 강함에 자신이 있다면 아주 막는 적을 죄다 쓸어버리는 것도 가능하겠지만.

 

함대전 시스템의 부활은 고대 그리스에서 펼쳐지는 모험기를 다룬 작품인 만큼 굉장히 적절했다고 할 수 있다. 배의 종류나 승무원들의 유형도 결정 가능하고, 전투를 통해 부관을 영입하는 등의 선택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좋은 평가를 줄 수 있는 컨텐츠이기도 하다. 원거리에서 공격하는 전투도, 선수를 사용해 적의 함선에 그대로 돌진하는 충각 전투도 실제 바다처럼 넘실대는 해상에서 벌어지며 항해 도중 선원들이 부르는 노래는 플레이어를 고대 그리스 바다를 누비는 선상에 옮겨둔 기분마저 들게 한다.

 


 


 

 

 

■ 훌륭한 작품, 하지만 굳이 어쌔신?

 

유비소프트의 오픈월드를 구현하고 방대한 플레이타임을 자랑하는 훌륭한 작품이다. 그 훌륭함에는 이견이 없는 편이지만 문득 이런 생각도 든다.

 

굳이 어쌔신크리드일 필요가 있는가?

 

어쌔신크리드 시리즈는 대대로 '암살단'과 '템플기사단'이 벌여온 투쟁의 역사를 다루고 있는 작품이기도 했다. 주인공이자 플레이어블 진영에서는 주로 암살단 소속으로 활동하게 되고 평소에는 숨겨져 있다가 필요할 때 튀어나와 훌륭한 암살 무기로 기능하는 특유의 암살검 등 암살자라는 테마에 맞는 상징적인 역사를 가진 시리즈다. 오리진부터 시도된 RPG로의 변혁은 받아들일 수 있는 부분이지만 꾸준히 시리즈에서 암살단과 그 역사, 암살자, 그리고 이수족이나 에덴의 조각 같은 SF적인 요소들을 넣으면서 보다 큰 스케일의 이야기를 다뤄왔던 것과 달리 이번 작품은 그저 스파르탄 전사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을 뿐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 것도 아니다.

 

암살검도 사용되지 않고, 전작에서 암살단의 기원을 다뤄 그보다 이전 시간대라고 할 수 있는 오디세이가 등장하면서 암살단도 등장하지 않게 됐다. 전투에서도 은신 공격을 지원하기도 하며 암살자 트리를 스킬 트리의 한 축으로 등장시키기는 하나 어쌔신크리드 특유의 암살자 액션이 아닌 기존 TPS, 액션 RPG들이 보여준 은신 플레이에서 대동소이하게 변했으며 아예 세력전 같은 큰 전투 컨텐츠에서는 전장 한복판이라 암살을 수행할 수 있는 은신 자체를 어렵게 만들어 암살자로서의 모습이 굉장히 희석됐다. 이제 어쌔신크리드라는 이름과 고대 그리스를 엮는 고리는 레오니다스의 창과 짤막한 현대 파트 뿐인 셈이다. 다시 묻지만, 굳이 어쌔신크리드일 필요가 있었을까?

 

물론 새로운 시도도 대부분 성공적이었고 훌륭한 작품임에는 틀림이 없다. 다른 경쟁작이 있더라도 꾸준히 끝까지 플레이할만한 가치와 그만큼의 즐거움도 충족시켜주는 작품이며 자연스럽고 아름다운 고대 그리스를 담아낸 오픈월드나 부활한 해상전, 통쾌한 액션 등은 굉장히 호평할 수 있는 요소이기도 하다. 단지 어쌔신크리드라는 이름과의 연결점이 상대적으로 희박하다는 점이 다소 아쉬운 부분.​ 

 


 

 

조건희 / desk@gameshot.net | 보도자료 desk@gameshot.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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