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되는 디도스 공격, LCK 녹화 중계 결정

프로 리그가 이래도 되는건가요?
2024년 02월 29일 13시 42분 36초

25일 경기에 이어 28일 진행된 T1 대 피어엑스 경기에서도 디도스 공격이 발생하며 결국 2세트가 연기되는 상황이 발생했다. 1세트 경기부터 발생한 디도스 이슈로 경기가 상당히 지연되었지만 각 팀의 합의에 의해 1세트는 끝까지 진행하기로 했고, 장시간 경기 끝에 T1의 승리로 마무리됐다. 

 


시작 시간 4분이 채 되지 않은 시간부터 경기 중단이 시작됐다.

 

또한 2세트는 비공개 플레이를 진행한 뒤 29일 새벽 0시 30분에 녹화 중계로 방송됐다. 이 경기에서 T1이 2세트를 승리하며 결국 2대 0 승리를 거뒀다.

 

LCK는 방화벽 등 만반의 준비를 했지만 다양한 형태의 공격으로 인해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한 금일 경기부터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모든 경기를 녹화 중계하겠다고 공지했다.

 



- 그간의 대책은 적절했나

 

사실 지난 25일 디도스 사건은 일종의 해프닝으로 생각할 수도 있었다. 어떤 스포츠던 크리티컬한 문제는 늘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제의 사건, 그리고 앞으로 진행될 녹화 중계는 전혀 다른 문제다. 현재로서 전혀 문제가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이 때만 해도 단순한 이슈로 생각됐었다

 

이전 기사에서도 잠시 언급했듯이 이 문제는 얼마 전 LOL을 기반으로 하는 국내 인터넷 방송의 디도스 공격에서부터 시작됐다. 이후 DRX와 디플러스 기아전의 디도스 공격을 시작으로 3일 뒤 진행된 T1과 피어엑스의 경기까지 이어졌다. 아마도 금일 경기 역시 녹화 중계 방식이 아니라면 디도스 공격이 진행되었을 것이라 추측한다.

 

이러한 디도스 공격은 구조적인 문제에서 기인한다. 지난 기사에서 잠시 언급했지만 디도스 공격을 피하기 위해서는 물리적인 변화와 더불어 라이엇게임즈의 의지가 필요하다. 전문 인력의 케어도 있어야 한다.

 

하지만 LCK를 제외한 다른 리그는 현재 디도스 공격이 발생하지 않고 있다. 이는 LCK, 그리고 국내 LOL 시장만을 겨낭한 악의적인 타깃형 공격이라는 뜻이다.

 

이것이 LCK에 잿물을 부으려는 의도인지, 아니면 또 다른 의도가 있는지는 몰라도 어쨌든 LCK의 대처는 너무나 안일했다. 지난 인터넷 방송 사건 이후부터 충분히 가능성을 염두에 두어야 했다. 하지만 그러지 못했고 25일 디도스 공격 이후 대처를 마련하기에는 시간이 촉박했다. 다른 스포츠 경기들과 확연하게 구분되는 대처인 셈이다. 

 

- LCK 리그는 프로 스포츠다

 

그나마 현재는 그 규모가 다소 줄어들기는 했지만 LCK 리그는 다른 스포츠들과 비교해도 규모 자체가 결코 작지 않은 리그다. 

 

선수단 전체의 연봉은 국내 남자 프로 농구와 맞먹는다. 심지어 A급 선수들의 연봉은 국내 최고 인기 스포츠인 프로야구와 비견될 정도다. 23년 기준 남자 프로농구 1위 연봉은 총액 8억원을 받은 김선형 선수다. LCK에는 그 이상을 받는 선수들이 상당하다.

 

심지어 70억을 받는 것으로 추정되는 페이커 선수의 연봉은 올 해 메이저리그에서 복귀한 슈퍼스타 류현진 선수의 21억보다 몇 배가 많다. 물론 페이커 선수는 상징적인 의미가 강해 연봉이 높지만 페이커를 제외하더라도 20억 이상을 받는 선수들이 적지 않다.

 


바이퍼 역시 올 시즌 컷 오프를 했음에도 연봉이 20억 후반대로 추측되고 있다  

 

하루에 많은 경기가 열리지 않고 경기장 규모가 작은 편이기에 유료 관중 수에서는 큰 차이가 있지만 온라인 또는 TV를 통해 경기를 관람하는 인원 수를 감안한다면 이 역시 남자 프로농구 급은 되는 상당한 숫자다. 

 

심지어 몇 년 전에는 그 이상이었고(인기 팀 경기는 수십만 명의 시청자 수를 기록했다), 해외 시청자까지 감안하면 그 차이는 더더욱 벌어진다. e스포츠라고 해서 결코 작은 규모의 스포츠가 아니라는 것이다. 

 

당연한 말이지만 선수들의 인지도 역시 그에 준한다. 지난 롤드컵 결승전에 몰린 내외신 기자는 300여 명 수준이고 국내 스포츠에서도 이 정도로 기자들이 몰린 결승전 경기는 없었다. 물론 이는 국제전이라는 특수성이 존재하기는 했지만 그만큼 인기와 파급력을 갖추고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고척 스카이돔을 가득 채웠던 롤드컵 결승

 

이처럼 국내 메이저급 규모의 스포츠임에도 불구하고 LCK의 대처는 상당히 안일했다. 디도스 공격과 같은 부분은 언제 발생해도 이상하지 않은, 충분히 예상 가능한 사건이고 이미 이에 대한 준비가 철저하게 완비되어 있었어야 했다. 

 

여기에 현재 LCK는 다른 스포츠와 달리 철저히 수익을 LCK만 챙겨 가는 구조다. 근래 들어 많은 팀들이 연봉 감축을 하고 있고, 하위권 팀들 역시 저 예산으로 선수단을 운영하는 이유 역시 이와 무관하지 않다. 그만큼 더 철저한 리그 서포트가 필요했다.

 

그럼에도 디도스 공격과 같은, 어찌 보면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한 게임에서는 흔하게 일어나는 사건으로 인해 경기가 중단되고, 녹화 중계라는 초유의 방식으로 리그가 진행된다는 점은 그간 얼마나 LCK의 준비가 미흡했는지를 보여주는 단면이라 할 수 있다. 

 

LCK는 프로 스포츠다. 단순한 게임의 이벤트성 대회가 아닌 돈과 돈이 오가는, 유료 관중이 존재하고 국내에서 손가락 안에 드는 메이저 스포츠다. 심지어 아시안게임에서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공인된 종목이기도 하다. 

 

만약 프로야구나 농구에서 이와 비슷한 일이 일어났다면 어떠했을까. 승부 조작 사건 만으로도 연일 매스컴에 보도되고 수많은 질타가 이어진다. 하지만 현재 LCK는 조용하다. 단순히 입장문만 나오는 상황이다. 마치 단순한 해프닝이 일어난 것 같은 반응이다.

 

현재 LCK는 시간이 갈수록 그 규모가 점차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물론 이는 게임이라는 소재를 사용한 e스포츠의 태생적인 한계임에는 분명하지만 자꾸 이러한 일이 발생한다면 리그의 존재 역시 시간 문제일지 모른다.

 

- 그래서 이를 해결할 방법은 있는 건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현재로서는 없다. 이를 해결하려면 적어도 물리적인 시간이 어느 정도 필요하다.

 

물론 디도스 공격을 한 당사자가 포기한다면 쉽게 해결된다. 하지만 이러한 공격이 먹힌다는 것은 이후에도 다른 대상에 의해 비슷한 상황이 또 다시 발생할 수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단순히 현재 공격자가 공격을 멈춘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는 아니라는 것이다. 

 


LPL등은 디도스 공격을 받지 않고 있다 보니 라이엇의 대처도 느슨한 편이다

 

디도스 공격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해 봐야 대부분 익숙하지 않은 분야다 보니 이해하는데도 머리가 아픈 만큼 간략히 설명한다면 디도스 공격을 받지 않는 안전한 곳에 별도의 서버를 마련해야 하고 다양한 안전 장치를 만들어야 해결이 가능하다. 

 

다만 이러한 과정에는 시간이 필요하고, 완벽하지 않다면 또 다시 디도스 공격에 노출될 수 있다. 현재는 시간적인 문제로 인해 서버는 그대로 두고 방화벽 등을 이용해 디도스 공격을 방어하는 형태의 작업을 한 것으로 보이지만 28일 경기로 인해 이러한 작업은 실효성이 없다고 판단해 아예 당분간 녹화 경기로 방침을 바꾼 것으로 보인다. 

 


지난번과 같이 사전에 데이터가 공개되는 상황도 있어서는 안된다

 

이는 서버 이전과 같은 다소 하드한 작업부터 여러 가지 요소들을 결합한 작업을 하려는 것으로 판단된다. 이 경우 녹화 중계 형태의 리그 운영이 길게는 몇 주간 지속될 가능성도 있다. 

 

만약 기존 방식대로 공격 패턴을 분석해 대응하는 형태로만 진행한다면 조만간 또 다시 디도스 공격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 

 

사실 외부와 연결이 차단된 서버를 두고 내부 자체에서만 경기를 진행한다면 디도스 공격을 막을 수 있다. 이 방법이 가장 안전하지만 라이엇게임즈의 별도 작업과 더불어 구축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어쨌든 현재로서는 녹화 중계 운영이 단 몇 일 만에 끝나는 일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도 어설프게 했다가는 또 다시 같은 일이 반복될 것이기에 어느 정도 안정적이라고 판단되기 전까지는 라이브 경기를 재개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덕분에 장기간의 파행 운영이 불가피하게 됐다. 그리고 그 책임은 어느 누구도 아닌 LCK의 몫이다. 국내 메이저 스포츠 리그에 맞게 앞으로는 그에 맞는 격과 행보를 보여주기 바란다.

김은태 / desk@gameshot.net | 보도자료 desk@gameshot.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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