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만들어진 디지몬 잔혹동화, '디지몬 서바이브'

밝지만은 않은 디지몬
2022년 08월 03일 00시 55분 04초

반다이남코 엔터테인먼트 코리아는 최신 디지몬 게임 '디지몬 서바이브' 한국어판의 PS4, 닌텐도 스위치, Xbox One 버전을 지난 28일 발매했다.

 

디지몬 서바이브는 우연히 이세계로 흘러들어가고 만 소년소녀들이 그곳에서 만난 몬스터들과 함께 원래 세계로 돌아가기 위해 모험을 펼치는 텍스트 어드벤처와 동료 몬스터를 유닛으로 조작하여 적대하는 몬스터와 싸우는 전략 배틀을 두 가지 축으로 전개하는 텍스트 어드벤처 + 전략 배틀 게임이다. 한편 하부 카즈마사 프로듀서는 게임샷과의 인터뷰를 통해 PS5 버전의 개발 예정은 없다고 밝혔으며 총 113종의 디지몬이 등장하고 향후 디지몬 추가 DLC의 예정이 없다고 전한 바 있다.

 

이번 리뷰는 PS5에서 플레이한 디지몬 서바이브를 기준으로 하고 있다.

 

 

 

■ 현장학습에서 이세계로

 

디지몬 서바이브의 등장인물인 소년소녀들은 현장학습에 참가한 중학생 내지 고등학생들이다. 그들의 현장학습이 진행되는 도중 주변에서 천재지변이 발생하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기는 하지만 실제로 직접적인 피해는 길이 막혔다는 정도였기에 개의치 않고 일정을 진행하려는 모습을 보인다. 그러나 그들은 각기 다른 이유로 붉게 물든 석산이 피어난 꽃밭에 도달하고 그곳을 뒤덮은 안개에 둘러싸이게 되며 모종의 사건을 겪으면서 갑작스레 모두 정신을 잃고 비슷하지만 다른 지형의 장소에서 깨어나게 된다.

 

파악하게 된 것은 그곳이 원래 살고 있던 세계, 그들이 현장학습을 진행하던 곳과는 다른 세계였고 신기한 생물이나 몬스터들이 발호하는 이세계란 느닷없는 위험 속에 던져진 가혹한 상황 속에서 소년소녀는 공포와 의심, 그리고 의기투합을 하면서 다른 세계에서 만난 몬스터들과 유대감을 키우거나 경계하는 등 각기 다른 반응을 보인다. 소년소녀들은 이세계에서 살아남기 위해, 그리고 더 나아가 원래의 세계로 돌아가기 위해 거점이 되는 낡은 학교를 중심으로 행동반경을 넓혀나가게 된다.

 


 

 

 

게임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텍스트 어드벤처 구간에서 흥미로운 것은 캐릭터들의 스탠딩 일러스트를 단순히 한 가지나 표정만을 사용한 것이 아니라 그들이 서 있는 방향과 자세, 그리고 행동에 따라서 적극적으로 활용해 텍스트 어드벤처 구간에도 생동감을 불어넣었다는 부분이다. 예를 들어 플레이어와 A 등장인물이 이야기를 나누다 A 등장인물이 B를 찾아나서기 위해 돌아서면 스탠딩 일러스트도 함께 몸을 돌리는 동작을 구분해 보여주어 캐릭터가 실제로 움직이는 것과 비슷한 시각적 효과를 가져갔다. 플레이어는 이런 사소한 디테일을 통해 이야기에 조금 더 몰입할 수 있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스토리의 수위는 제법 높은 편이다. 성적인 요소가 강하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전반적인 사건들의 묘사가 강렬하다. 디지몬이라는 오래된 프랜차이즈가 주는 친숙함과 거리가 있는 분위기의 이야기가 나오기도 하며 이런 부분들은 플레이어에게 더욱 긴장감과 다음 상황에 대한 궁금증을 주입한다. 거기에 플레이어의 선택지에 따라 주인공의 파트너인 아구몬의 진화 계통이 달라진다거나 이야기의 흐름에 영향을 끼친다는 점은 다회차 플레이를 하고 싶어지게 만드는 요소다.

 


 

 

 

■ 진화를 구사하는 택틱스 배틀

 

텍스트 어드벤처로 이야기가 진행되다 전투를 하게 되는 순간들이 오는데, 플레이어는 이 때 턴 기반의 택틱스 배틀을 진행하게 된다. 흔히 SRPG라 부르는 형태로 진행되는 전투는 이세계의 표류자인 소년소녀들의 파트너를 전투에 참여시켜서 싸우게 하는 식이다. 이야기의 흐름에 따라 필수적으로 참가하는 디지몬 외에 비는 슬롯은 플레이어가 자유롭게 디지몬을 편성해서 전투에 참가시키는 것이 가능하다. 스토리상에서 등장하는 파트너 디지몬 외에도 야생의 디지몬을 동료로 삼아 전투에서 활용하는 것도 가능.

 

전투는 스토리를 진행하다 보스급 디지몬과 싸우게 되는 스토리 전투 외에도 자유 행동 타임에 정말 자유롭게 전투를 하며 디지몬을 육성시킬 수 있는 프리 배틀도 준비되어 있다. 배틀에서 아군의 디지몬과 대화를 나눠 특정 응원 효과를 부여하거나 적 디지몬과 대화를 나눠 아군으로 삼거나 아이템을 받는 방법도 시도할 수 있다. 디지몬과의 대화는 페르소나나 진 여신전생 시리즈의 악마대화를 떠오르게 만드는데, 일정 수준 이상으로 디지몬의 흥미를 충족시키면 동료로 삼거나 아이템을 받을 수 있지만 반대로 디지몬을 화나게 만들면 적 디지몬에게 버프를 주게 된다.

 

 

 

디지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요소는 '진화'다. 이 진화는 기술과 마찬가지로 SP를 소모해서 전투마다 시도할 수 있다. 따라서 어느 시점에 진화를 해 상대를 몰아붙일 것인지 판단하는 것도 나름의 전략적 요소이며 스토리나 육성을 통해서 해금된 진화 계통에 따라 디지몬이 진화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주인공의 파트너 아구몬만 하더라도 디지몬 어드벤처를 시청했던 팬들에게 익숙한 그레이몬 계통을 포함해 세 가지 진화 계통이 존재하는만큼 선택지와 스토리를 어떻게 진행하는가에 따라, 그리고 어느 회차를 플레이하느냐에 따라 다른 진화를 볼 수도 있다.

 

한편 디지몬들의 장착 아이템들은 텍스트 어드벤처 모드가 진행 중일 때 일시정지 메뉴에서 언제든 확인하고 변경하는 것이 가능하다.

 

 

 

■ 디지몬 잔혹동화

 

하부 카즈마사 프로듀서의 디지몬 서바이브는 어딘지 모르게 초기 작품인 디지몬 어드벤처를 떠오르게 만드는 구석이 있지만 실제 내용은 그와 정반대로 성인들을 위한 잔혹동화같은 느낌을 풍기는 것이 흥미를 자극한다. 하부 카즈마사 프로듀서의 말처럼 마냥 밝지만은 않은 디지몬을 보여주면서 플레이어의 기대를 좋은 의미로 배신했다고 할 수 있겠다. 잘 뽑힌 디지몬 게임이면서 한편으로는 텍스트 어드벤처의 비중이 높아 택틱스 배틀을 살짝 얹은 디지몬 비주얼 노블이라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또한 추가될 예정이 없는 상태에서 적은 숫자의 디지몬 등장은 다소 아쉬움을 남겼다. 주역 캐릭터들의 파트너 디지몬들이 보통 미디어에서 자주 나오지 않았던 디지몬들이어서 새로운 느낌을 주는 것도 나름대로 좋았고 진화계통에 따른 플레이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도 좋았으나 역시 디지몬의 총 숫자가 적어 원하는 디지몬을 만나지 못한 팬들은 아쉬운 한숨을 삼키고 말았다.

 

디지몬 서바이브는 비주얼 노블 계열의 게임에 거부감이 없고, 디지몬에 관심이 있다면 플레이해도 좋을만한 게임이다. 모든 엔딩이나 컨텐츠를 재패하려면 회차 플레이도 필요할 것이기에 플레이 타임도 자연히 길어진다는 점도 알아두자.​ 

 


 

 

조건희 / desk@gameshot.net | 보도자료 desk@gameshot.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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