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스 턴으로 전투의 재미 살린 RPG, '진·여신전생5'(NS)

시리즈 특유의 테이스트도 건재
2021년 11월 30일 11시 50분 52초

세가퍼블리싱코리아는 닌텐도 스위치 전용 소프트웨어 '진 여신전생5'의 한글판을 지난 11일 정식 발매했다.

 

진 여신전생5는 1992년 출시된 진 여신전생 이후 꾸준히 어두운 세계관과 지금껏 볼 수 없었던 혼란한 시나리오, 악마와 신들을 동료로 만들어 싸운다는 오리지널리티 넘치는 시스템을 통해 인기를 얻은 시리즈의 최신작으로, 페르소나 시리즈와 데빌 서머너 시리즈 역시 여기서 파생된 인기 타이틀이다. 진 여신전생5에서는 시리즈 특유의 매력적 게임성을 유지하면서 닌텐도 스위치라는 최신 하드웨어를 활용한 높은 퀄리티를 추구했다.

 

신작은 평범한 일상을 보내던 일본의 고등학생 주인공이 우연히 다아트라는 이세계로 빠져들어 정체불명의 남성과 합체해 금기의 존재 나호비노로 재탄생하며 벌어지는 사건을 다루고 있다.

 

 

 

■ 악마와 신이 날뛰는 다아트

 

진 여신전생5의 주인공은 전원 기숙사 체제의 죠인 고등학교에 다니는 3학년 학생이다. 4편의 주인공이 플린이란 디폴트 네임을 가지고 있었던 것과 달리 5편의 주인공은 별도의 디폴트 네임을 소유하지 않는다. 따라서 주인공의 이름은 공식적으로 정해지지 않아 플레이어가 직접 생각하고 설정해줘야 한다는 차이가 있다. 주인공은 평범하게 학교에서 생활하다 터널 사고에 휘말리면서 사막이 끝없이 펼쳐진 이세계 다아트에 떨어지게 된다.

 

바로 이 다아트에서 아오가미라는 불가사의한 남자와 만나고 그와 합체해 나호비노란 존재가 되며 진 여신전생5의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되는 셈이다. 주인공은 터널 사고 당시에 찾으려던 친구나 다른 학생을 찾기 위해 다아트를 헤메기 시작하며 적의를 가지고 공격해오는 악마나 신들에 맞서야 한다. 우연히 휘말린 이세계에서 탈출하려던 주인공은 점차 이야기가 진행되며 보다 거대한 단체와 사건에 휘말리기 시작하며 이야기의 스케일이 커진다.

 

 

 

다아트는 어째선지 폐허가 된 도쿄의 모습을 하고 있다. 플레이어는 각 구역을 탐험하면서 다양한 적과 마주하고 메인 스토리 외에도 서브 퀘스트를 수행하면서 맵 구석구석을 탐색할 수 있다. 자동판매기에서 인류의 유산을 구해 상인에게 판매하는 것으로 화폐인 마카를 얻는 것이 가능한데, 이 상인의 부탁으로 맵 곳곳에 꼭꼭 숨은 미망들을 발견해 추가 보너스를 얻는 것도 가능하다.

 

전투는 심볼 인카운트 형식으로 진행되어 주위의 적 심볼과 접촉하거나 공격을 가해 전투에 돌입하는 시스템이다.

 

 

 

■ 프레스 턴 기반의 전투

 

만약 심볼에 먼저 공격을 가했다면 선공을 잡을 수 있다. 반대로 적 심볼이 플레이어를 먼저 공격했다면 적이 먼저 턴을 소화하는데, 진 여신전생 시리즈 특유의 만만찮은 난이도로 방심하면 선제 공격에 파티 절반이나 전체가 순식간에 갈리는 상황을 맞이하게 될 수도 있다. 이는 시리즈에 익숙하지 않은 초심자에겐 더욱 발생하기 쉬운 패턴인데, 극초반부 다른 악마를 소유하지 않은 상황이라면 적을 얕보다가 그대로 전투에서 패배할 가능성이 있다.

 

이런 상황은 프레스 턴이라는 독특한 시스템에 기인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진 여신전생5의 전투에서 모든 개체는 특정 타입의 공격에 대한 상성을 가지고 있다. 크리티컬 피해를 입히거나 올바른 상성으로 적을 공격한다면 한 번의 추가행동을 얻을 수 있다. 반대로 저항이 아닌 역상성을 찔러 피해를 입히지 못하거나 적이 회피해버리면 한 번에 복수의 턴을 소모하게 되어 순식간에 턴을 빼앗길 수도 있다.

 

 

 

이 시스템은 아군만이 아닌 적들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따라서 앞서 언급한 상황처럼 선공을 빼앗긴 상태에서 약점을 찔리거나 크리티컬을 맞으면 연속으로 적의 턴이 이어지면서 회생하기 힘든 피해를 입는 상황이 온다. 하지만 반대로 이런 프레스 턴 시스템을 잘 활용하면 조금 레벨이 부족한 상황에도 강적이나 보스를 수월하게 물리치는 것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처음 3~4시간의 플레이 후 최초로 마주하는 보스 히드라를 상대할 때 얼음 속성 스킬을 지닌 악마들로 무장하고, 히드라에게 디버프를 쏟아붓거나 독 무효 등의 아이템을 챙겨가면 굉장히 의외의 상황이 펼쳐지지 않는 이상 원사이드 게임이 가능해지기도 한다.

 

전투에서 마가츠히 시스템이 추가되어 배틀 중 마가츠히 게이지를 모두 채우면 마가츠히 스킬을 사용할 수 있다. 주인공을 비롯한 동료 악마들 모두 마가츠히 스킬을 사용할 수 있지만 처음에는 주인공의 마가츠히 스킬만 사용 가능하다. 퀘스트를 수행하는 등 각종 컨텐츠를 수행하면서 특정 종족의 마가츠히 스킬을 해방해주는 아이템을 얻게 되면 해당 종족의 악마가 종족 고유 마가츠히 스킬을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이외에도 선공을 잡기 위해 공격을 했는데 악마가 갈취를 시도하면서 거부하면 강제로 적 턴이 먼저 시작되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하며, 이전 시리즈와 마찬가지로 확률적인 즉사 스킬이 있어 불의의 게임오버를 맞이할 수 있다. 전투에서 주인공이 사망하면 파티원이 남아있어도 바로 게임오버가 되니 주의할 필요가 있다.

 

 

 

■ 허물과 악마

 

전투에서 이 돌연사를 막아줄 수 있는 시스템이 있다. 내비게이션 악마로 설정할 수 있는 일부 악마들이 아이템 포인트를 발견해 특정 악마의 허물을 얻을 수 있기도 하고, 파티의 악마 레벨이 올라 모든 스킬을 얻으면 허물을 제공하기도 한다. 이런저런 방식으로 획득한 악마의 허물은 해당 악마의 상성을 주인공에게 덮거나, 스킬을 가르칠 수 있는 용도 등으로 활용된다. 처음에는 허물을 통해 스킬만 배울 수 있지만 이후 맵을 가리고 있는 거대한 마가츠카를 쓰러뜨리고 신의 카무이가 각성해 새로운 능력을 개방하는 것이 가능하다.

 

허물의 상성 적용 등 처음에 접근할 수 없는 기능들은 신의 각성을 통해 차차 해금하는 방식을 채택했다. 때문에 미망이나 은색 오브젝트에 접촉해 미이츠라는 포인트를 꾸준히 모아두는 편이 추후 마가츠카를 쓰러뜨리고 새로운 신의를 각성했을 때 바로 적용하기 좋다. 특히 카무이를 통해 스톡에 데리고 다닐 수 있는 악마의 수가 추가되고, 주인공과 동료 악마들의 스킬 슬롯 상한이 늘어나 원하는 악마를 만들어내기 편리하다.

 

 

 

전투에서 마주치는 대부분의 악마들은 동료로 삼을 수 있다. 여기서 악마는 천사나 신을 모두 아울러 말하는 것인데, 실제로 세계 각국의 악마나 정령, 그리고 신들을 게임 내에서 동료나 적으로 만나게 된다. 악마는 전서에 등록된 악마를 소환하거나 전투에서 대화 교섭을 통해 동료로 삼는 방식이 있다. 단순히 대화 선택지만으로 동료가 되는 악마가 있는 한편 마카나 아이템 등을 요구하고 합류하거나 먹튀해버리는 못된 녀석들도 존재한다.

 

이런 악마와의 교섭에서 미스 초이스를 한다면 바로 아군의 턴을 무시한 채 적의 턴으로 넘어가기도 하니 사용할 때를 잘 파악해야 한다. 이런 식으로 등록에 성공한 악마들을 합성해 새로운 악마를 만들어낼 수 있으며, 역순으로 합체 가능한 악마를 선택해 합체시키는 방식도 있다. 특수합체를 통해 특별한 악마를 만들어내거나, 합체 도중 시리즈 전통의 합체 사고가 발생해서 엉뚱한 악마가 결과물로 나타나는 경우도 있으니 적절한 타이밍에 저장하는 것은 중요하다.

 

 

 

■ 즐거운 전투 아쉬운 스토리

 

진 여신전생5는 재미있는 턴 기반 전투를 훌륭하게 만들어냈다. 이전 시리즈에서 도입했던 프레스 턴을 부활시키고 다양한 상성 찌르기와 아이템의 사용, 버프 및 디버프의 활용에 더해 추가 턴이 발생함에 따른 악마 배치 등 전투에서 고려하고 파악해야 하는 요소는 많지만 이를 파고드는 것이 지루하지 않고 재미있다. 난이도는 은근히 높은 편이라 일반 난이도에서도 돌연사가 종종 발생하곤 한다. 때때로 도저히 돌파할 수 없을 것 같을 땐 무료 DLC로 제공된 슈퍼 겁쟁이용 세이프티 난이도도 준비되어 있다.

 

전투와 악마전서를 채우면서 더욱 강한 나만의 악마를 만들어가는 재미는 여전하고, 역순 합체 기능의 지원으로 보다 편리하게 악마합체를 이용할 수 있다는 것 역시 긍정적이다. 또한 노력대비 결과를 생각하면 좀 아쉬울지는 몰라도 마음에 든 악마에게 향같은 아이템들을 몰아줘서 후반부에 억지로 끌고가는 것 역시 가능은 하다. 이번 신작에서 향상된 그래픽으로 표현된 악마들이 보다 매력적으로 변화한 덕에 원래 좋아하던 동료 악마가 더욱 매력덩어리가 되었다. 시리즈의 대표적 귀염둥이 잭 프로스트 시리즈는 말할 것도 없다. 디자인 때문에 컬트적인 인기를 끄는 마왕 마라는 더욱 거시기한 기분을 느끼게 한다.

 


황룡처럼 만나는 시기는 빠르나 잡는 시긴 느린 악마, 그리고 엔드 컨텐츠인 강적들도 존재한다.

 

 

주인공은 남자다

 

스토리에서는 급발진하는 느낌의 요소들이 존재한다. 거기에, 개발 도중 시간의 문제로 방향을 틀었거나 완전판을 위한 포석처럼 느껴지는 깔끔히 해소되지 않는 부분들도 있어 좀 아쉬웠다. 복수의 엔딩이 준비되어 다회차 플레이를 하게 됨에도 모 캐릭터의 활용이 어렵다는 점 역시 좀 김이 빠지는 편이었으나, 특정 악마들이 만났을 때 발생하는 악마 회화는 재미있는 것들이 많으니 기회가 된다면 꼭 보기를 바란다.

 

턴 기반 RPG를 싫어하는 것이 아니라면 진 여신전생 시리즈의 입문을 이번 작품으로 시도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스토리의 부실함이 있기는 하고 추가로 지도의 가시성이 떨어지는 탓에 길찾기가 힘들어지는 상황이 자주 발생하기도 하지만 전투의 재미나 동료 악마 및 합체 시스템 등 시리즈 특유의 입맛을 충분히 살려낸 작품이다. 기기적 성능 한계로 그래픽이 조금 아쉽게 느껴지기도 하고, 프레임이 불안한 상황도 가끔 발생하나 게임이 워낙 재미있는 탓에 크게 신경이 쓰이진 않았다. 이런 부분에 민감하다면 신경이 쓰일 수 있는 수준.

 

플레이타임이 길면서도 흥미로운 전투 시스템을 갖춘 RPG를 찾는다면 이 작품을 추천.​ 

 

 

조건희 / desk@gameshot.net | 보도자료 desk@gameshot.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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