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뚤어진 中'겜심'에 전 세계 게이머들 반발

게임 내 중화사상, 이대로 괜찮은가
2020년 11월 06일 18시 46분 56초


 

중국의 자국 일방주의가 국내외 게임산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중국의 국제적 위상 상승과 게임산업 역량이 높아지면서 자국 중심의 세계관이 게임산업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

 

특히 중국게이머들을 통한 중화사상이 게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어 전 세계 게이머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중화사상은 중국의 자문화 중심주의 사상으로, 과도한 혹은 비뚤어진 애국심 표출은 물론 '동북공정' 같은 역사 왜곡까지 일삼게 되는 원동력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 가장 논란이 된 게임은 페이퍼게임즈의 '샤이닝니키'. 국회의원까지 나서 '막장 운영'이라고 비판할 정도다. 이 게임의 논란은 우리나라의 전통의상인 '한복'에서 시작됐다. 참고로 지난 10월 28일 출시 된 '샤이닝니키'는 구글플레이 매출 50위, 애플 앱스토어 매출 20위까지 올라간 바 있다. 스타일링 게임 분야에서는 독보적이라고 할 수 있는 '아이러브니키'의 후속작으로 출시 전 부터 팬들의 많은 관심을 모았다.

 

한국 출시 기념으로 2일, 중국과 한국 서버에 출시 된 한복 의상에 대해 중국 네티즌이 "한복은 중국 것"이라며 "한복이 중국에서 유래했다는 내용을 게임에 기재하라"고 지적했고, 개발사는 '우리는 조국의 입장과 일치하다',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며 중국 네티즌의 손을 들었다. 참고로 최근 중국 내에서 '한복은 한푸에서 유래됐다'는 주장이 난립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소식을 접한 한국 이용자들이 반발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 일본 서버 이용자들도 "중국이 기모노를 중국 것이라고 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한국 이용자들 편을 들었다. 그러나 페이퍼게임즈는 "논란을 일으켜 죄송하다"면서도 한국 서버에서 해당 의상을 삭제하는 한편, 중국 본토에서는 한복 의상을 할인판매하는 기이한 행태를 보였다.

 

더욱 가관인 것은 11월 6일 자정 무렵, 갑자기 한국 서비스를 종료하겠다는 공지를 올린 것. '샤이닝니키'는 공식카페를 통해 한국 이용자들이 중국을 비난하는 정도가 지나치다는 이유를 들면서 12월 9일부로 서비스를 종료한다고 밝혔다.

 

게임사측은 공지를 통해 "유감스럽고 분노스러운 것은 논란을 일으킨 의상 세트 폐기 공지를 안내한 후에도 일부 계정들은 여전히 중국을 모욕했고, 우리의 한계를 넘었다. 중국 기업으로서 우리는 이러한 언론과 행위를 단호히 배격하고 국가의 존엄성을 수호합니다"라고 전했다. 

 


샤이닝니키에서 선보인 한복(좌) 5일 23시에 공식카페에 게시된 서비스 종료 공지(우)

 

해당 공지 중 게임사 측이 "이 견해에 동의한다"며 들어간 한 게시물의 내용도 충격적이다. '한복은 중국에서 하사한 것'이라는 내용과 가채나 비녀 같은 머리 장식도 중국에서 유래한 것이라는 '한복 동북공정론'이 고스란히 들어가있다. 즉 '페이퍼게임즈'는 '한복 동북공정론'에 찬성한다는 것이며 이를 비판하는 한국 이용자들의 비판이 도를 넘었기 때문에 서비스를 종료한다는 것이다.

 

이용자들의 여론이 폭발한 것은 물론이다. 특히 환불이나 개인정보 파기에 대한 내용이 없었던 것은 물론, 한국에서 서비스하면서 한국 이용자들을 전혀 배려하지 않는 게임사측의 행태를 이해할 수 없다는 여론이 들끓었다. 다음날 오전에서야 한국 운영팀을 통해 환불 및 결제취소 안내가 이뤄졌지만, 혼란이 극에 달해있던 카페 내 커뮤니티 관련 게시판들을 일괄삭제하면서 이용자들의 목소리는 갈 길을 잃은 상황이다.

 

한편, 한복을 중국의 것으로 편입시키려는 움직임은 TV 드라마를 통해 본격화되고 있다. 올해 초 방영 된 명나라 배경의 중국 드라마 '성화14년'에는 주인공이 갓과 망건을 쓰고 나오거나 다른 드라마 '소주차만행'에는 시녀 역할 배우들이 한복과 유사한 치마저고리 차림으로 등장했다. 이 외에 중국 드라마와 패션쇼에서도 갓과 망건이 자주 등장하기 시작해 논란이 일었다.

 

이에 국내 복식 전문가들은 최근 중국에서 보이는 갓과 망건, 치마저고리 등은 중국에서는 없었던 형태라며 지적했고, '고려 양식이 반영된 명나라 복식'에서 더 나아가 우리나라 고유의 한복까지 은근슬쩍 중국의 것으로 끼워넣으려한다는 우려를 표하고 있는 상황. 어찌보면 '샤이닝니키'의 한복 논란은 최근 중국의 드라마나 패션쇼에서 파생 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중국 TV 드라마 성화14년, 소주차만행

 

최근 중화사상으로 논란을 일으킨 게임은 '샤이닝니키' 뿐만이 아니다. '리그오브레전드'의 경우 2020 LoL 월드 챔피언십을 앞두고 공개 된 새로운 캐릭터 '세라핀'도 논란에 휩싸였다. '다른 캐릭터에 비해 지역(중국)색이 너무 강조됐다'는 내용이다.

 

처음 SNS로 공개되었을 때만해도 참신하다는 평을 들었다. '세라핀'이 직접 SNS를 운영, 실제 장소를 배경으로 한 사진들과 커버송을 공개하면서 호평을 받았고, K/DA의 신규 멤버로 합류한다는 소식까지 더해져 기대감이 높아졌다. 

 

그러나 K/DA의 신곡 MORE가 공개 된 이후 한국 이용자들 사이에서 '세라핀'의 인기는 급속도로 식은 상황. 오히려 가사 내 중국어를 삽입한 것은 물론 다른 캐릭터에 비해 우대하는 경향이 너무 강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MORE' 뮤직비디오에서 센터를 차지한 것은 물론 K/DA의 SNS에서도 다른 멤버들에 비해 너무 자주 등장하고 있으며, 특히 2020 LoL 월드챔피언십 결승전 오프닝에서는 K/DA의 POP STAR를 중국어로 부르고, MORE 무대에서는 세라핀의 비중이 너무 컸다. K/DA의 컨셉은 'K-POP 걸그룹'인데, 아무리 '객원멤버'라는 점을 감안해도 여러모로 과하다는 평이다.

 


MORE MV(좌) 2020 lol 월드 챔피언십 오프닝 공연(우)
 

캐릭터 자체에 대한 비판도 여지없다. 스킬세트가 기존 캐릭터인 '소나'와 유사한 것은 물론 배경 설정도 억지스럽다는 평이다. 또 번들 스킨이 초월급이라는 전례없는 대우, '리그오브레전드'의 모바일 버전인 '와일드 리프트'에 기존 캐릭터들보다 먼저 출시 된 점 등 여러모로 '중국 시장 공략용 캐릭터'라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프로 선수들도 "세라핀이 새로운 챔피언인지 '소나'의 비주얼 업데이트인지 모르겠다"는 반응을 보일 정도.

 

한국 이용자들은 '이 또한 동북공정'이라며 비판하고 있다. '세라핀' 캐릭터 자체가 라이엇게임즈가 중국 시장에 너무 치중하다보니 나온 악수(惡手)라는 것은 물론이고, 아무리 결승전이 중국에서 진행됐다고 치더라도 'K-POP'의 의미가 무엇인지 생각해보라고 지적하고 있다.

 

'샤이닝니키'든 '리그오브레전드'든 일련의 논란은 중화사상이 가상의 세계에 스며든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일어났다고 볼 수 있다. 특히나 현실 세계의 문화적 소재의 경우 보다 세심하게 신경써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오로지 '차이나 넘버원'을 고집하는 중국 게임사들은 다른 지역 이용자들에게 '문화 폭력'을 저지르는 것과 다를 바 없다.​ 

 

한편, 더불어민주당 이상헌 의원은 성명서를 통해 페이퍼게임즈 및 그 동안 논란을 일으켰던 중국 게임사에 대해 가만히 두고 볼 수만은 없다는 입장을 전했다. 그는 페이퍼게임즈의 운영에 대해 지적하고 "해외 게임사의 막장 운영은 이 회사에 국한되지 않는다. 이들이 국내 이용자를 무시하면서 배짱 운영을 하는 배경에는 국내법의 한계가 크게 작용하고 있다. 해외 게임사가 아무리 자극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국민 감정에 크게 역행해도 이들을 처벌할 수단이 없다. 환불 공지 없이 소위 ‘먹튀’를 해도 손쓸 도리가 없다"고 개탄했다.

 

이에 이 의원은 우리 정부가 '국내 대리인 지정 제도'를 즉각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의원은 "국내에 영업장이 없는 일정 규모 이상의 해외 게임사업자를 대상으로 국내대리인을 의무적으로 두도록 하여 법의 사각지대를 없애야 한다"며 "해외 게임사의 국내대리인 지정 내용을 담은 게임법 개정안을 발의하기 위해 조문 작업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국내 시장에서 논란을 일으켰던 중국 게임사들은 셀 수 없을 정도. 주로 선정성 광고와 허위 사실로 논란이 됐었다. '왕이 되는자'를 비롯해 '상류사회', '아르카' 등이 대표적이다. '아르카'는 '19금 모바일 게임!' 이라는 문구와 함께 여성 캐릭터의 신체가 적나라하게 드러난 이미지를 사용하며 논란이 됐고, '왕이되는자'는 '국내 최초의 일부다처제 RPG', '아버지를 위해 몸을 팔기'와 같은 문구는 물론, 여성 캐릭터의 몸을 수색해보라고 하거나 탈의, 옷찢기 등의 미니게임을 내세우며 광고 차단 조치가 내려졌다. 특히 '상류사회'는 노출이 심한 의상을 입고 있는 여성캐릭터들을 나열하고 '절세미녀 내 손안에', '오늘 밤은 누구? 이제 골라봐', '골라먹는 재미' 등 자극적인 문구와 이미지로 논란이 일었다. 또 유사 성행위를 연상케하는 광고를 무차별적으로 배포해 지탄을 받았다.​

 


 

운영적인 면에서도 무책임한 게임사들도 수두룩하다. 불과 며칠 전에는 대형 중국계 게임유통사인 ‘X.D Global’가 우리나라에서 게임 서비스 종료를 앞두고 이용자 환불 안내를 전혀 하지 않았고, '던전앤어비스', '맨트라', 'EXA' 등 출시 이후 어느 정도 매출을 올리면 서비스를 종료하는 소위 '먹튀' 행태도 파다하다. 이 외에 국내 홍보‧운영‧개인정보관리 대행사를 통해 마케팅에만 열을 올리고 책임은 회피하는 사례들도 다수 존재한다.

 

물론 국내 이용자들을 배려한 중국 게임사도 있다. '라이즈 오브 킹덤즈'의 릴리스게임즈 같은 경우 출시 초반 해외 광고 이미지에 동해를 일본해로 표기했다가 국내 이용자들의 반발에 사과한 후 해당 이미지를 삭제했고, 올해 초 한국 초기 영웅 '을지문덕'을 '강감찬'으로 바꾸려다가 이 역시 국내 이용자들의 항의에 사과하고 무산시킨 바 있다.

김은태 / desk@gameshot.net | 보도자료 desk@gameshot.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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