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년 최고의 FPS로 기억… 둠 이터널

전작 이상의 완성도를 선봬
2020년 04월 02일 07시 17분 25초

지난 1993년 첫 선보인 이드 소프트웨어의 ‘둠’은 그 당시 모두의 감탄과 놀라움을 자아내게 만든 3D 그래픽과 네크워크 멀티 플레이의 도입 등 매우 혁신적인 행보를 펼침과 동시에 FPS 장르의 기본적인 게임 플레이 틀을 정립했고, 이는 곧 미래 게임 산업의 발전과 성장에 지대한 영향력을 선사하는 발판을 마련했다. 이것이 바로 시리즈 첫 출시일로부터 무려 30년을 바라보는 둠이 훗날 게임 역사에 길이길이 기억되며 지금도 수많은 게이머들에게 화자 되는 이유다.

 

이렇듯 게임계에 막강한 영향을 끼친 우주 명작 ‘둠’은 이후로도 다양한 플랫폼에서 다수의 신작을 선보이며 전 세계 게이머들에게 원작 이상의 큰 호응과 상업적 성공을 거두며 대중에게 이드 소프트웨어를 대표하는 작품으로 자리매김했다.

 

지난 20일 PC와 PS4, 그리고 XBOX ONE과 닌텐도 스위치 플랫폼으로 출시된 시리즈의 최신작 ‘둠 이터널(이하 이터널)’ 역시 시리즈의 명성을 이어나갈 우수한 재미로 무장해 시리즈 팬들을 매료시킨다. 이터널은 지난 2016년 발매된 ‘둠 리부트’ 이후 4년 만에 선보이는 작품으로 전작 이상의 풍성한 볼륨 및 다양한 컨텐츠, 화려하고 화끈한 액션 등이 특징으로 보다 매력적인 게임성과 한층 우수한 완성도를 자랑하며 시리즈 최초로 정식 한국어화를 선보인 기념비적 작품이기도 하다.

 

참고로 본 리뷰는 PC 플랫폼을 기반으로 작성됐다.

 

 

 

 

 

■ 게임의 새 지표를 연 둠의 최신작, 뛰어난 완성도가 일품

 

이번 이터널에서 가장 호평할 만한 부분은 역시 전투 시스템의 변화가 아닐까 싶다. 더불어 새로워진 게임 난이도 또한 많은 이들의 관심사일 터.

 

전작 둠 리부트는 오리지널 클래식 둠을 새로운 시각으로 재해석해 추가적인 무장과 기술을 접목시키는 시도, 그리고 화려하며 잔혹한 연출과 손맛 좋은 액션을 선보이는 점은 만족스러웠으나 일부 고효율 무기로 인한 전반적인 무장의 밸런스 문제, 그리고 지나치게 반복을 요구하는 게임 플레이와 악마들의 단조로운 전투 패턴은 플레이어에 따라 호불호가 크게 갈렸다. 이는 필자 역시 마찬가지였고 게임 극 초반부는 액션과 연출에 감탄했지만 게임을 진행할수록 반복적이고 단순한 미션 구조에 흥미를 잃게 됐다.

 

이터널은 지난 문제점을 인식한 듯 플레이의 흐름을 큰 폭으로 변화시켰다.

 

우선 게임의 템포가 전작과 비교해 확연히 빨라졌다. 기존 작품에서 바로 사용할 수 없었던 이단 도약이 처음부터 가능한 상태로 개방됐고 둠 시리즈의 특징 중 하나인 여러 무기를 빠른 속도로 교체하며 적들에게 무차별 타격을 가하는 총기 스왑의 속도감도 한층 빨라져 전작보다 한층 아레나 FPS에 가까운 시원한 속도감을 자랑하는 모습을 선보였다.

 

더불어 리부트에서 큰 지적을 받던 무기 밸런스 역시 개선됐다. 리부트는 로켓 런처와 전기톱, 단 두 가지 무기만으로도 게임을 클리어할 수 있다 말해 과언이 아닐 만큼 무기 간 성능의 양극화가 극심해 저 두 개를 제외한 무기들은 사실상 버려지는 구조였고 이로 인해 게임 진행이 앞서 언급했듯 머리를 비우고 졸면서 해도 될 정도로 상당히 단조롭고 지루하게만 느껴졌는데 이터널은 등장하는 악마별로 각기 존재하는 특수한 약점들과 몸의 부위별 파괴 시스템 등이 생겨나는 등의 변경이 이뤄졌다. 이를 통해 적의 약점 별로 다양한 총기를 스왑해 사용하는 빈도가 크게 늘어 전작처럼 버려지는 무기없이 대다수의 무장이 악마의 형태에 따라 골고루 잘 사용되는 편이다.

 

이렇게 무기 밸런스를 바로잡고 및 단조롭던 전투를 보다 짜릿하고 속도감 있게 변화시킨 점은 매우 만족스럽고 또 한 가지 둠의 특색이라 할 수 있는 적의 사지를 가르고 찢어 죽이는 잔혹하며 통쾌한 플레이와 그 연출 또한 매우 만족스럽다. 이어 새롭게 디자인된 보스전 역시 상당한 재미를 선사하는데 지난 리부트처럼 단순히 플레이어와 보스 1대 1 구조가 아닌 일반 악마들도 함께 배치해 뒀는데 이는 후술한 체력과 탄약 수급 문제와 어우러져 리부트와는 차별화된 전략적 재미를 선사했고 새롭게 변경된 게임 내 인터페이스 또한 단순하면서도 시각적 전달 효과가 커 만족스럽게 느껴졌다.

 

  

 

 

 

 

 

다만 게임의 난이도는 배로 어려워져 이 부분이 새로운 호불호의 요소로 남을듯하다.

 

게임의 난이도 옵션은 총 4개로 가장 쉬운 난이도로 플레이할지라도 전작의 보통, 그리고 사람에 따라 어려움 수준까지 느낄 수 있을 만큼 진행이 대폭 어려워졌다. 필자의 체감상 전작 대비 난이도의 수준이 한 단계는 오른 듯했다.

 

위에서 말했듯 악마 별로 약점이 상이한 탓에 적재적소에 걸맞은 총기를 빠르게 스왑해 공격해야 하고 더불어 적들의 공격 패턴도 보다 다양해져 갈고리를 타거나 이단 점프, 좌우 회피를 필요로 하는 경우가 많아져 플레이어는 정신없이 움직이며 적들을 공격해야만 하며 난이도가 오를수록 적의 공격력과 명중률이 높아지는데 이를 회피하며 약점 타격 및 부위 파괴를 이뤄내는 건 정말 쉽지 않은 일이다.

 

또 리부트와 달리 무기별 탄약의 소지 개수, 드랍량도 대폭 줄어들어 총알 한발 한발이 매우 귀해졌고 줄어든 탄약에 반해 적의 피통은 늘어나 약점 부위에 정확히 타격하지 못해 악마에게 큰 피해를 입히지 못한다면 부족한 총알로 인해 곤욕을 치르고 극도의 탄약 수급 스트레스에 시달릴 수도 있겠다. 이 때문에 전기톱의 비중이 커졌고 잡몹을 잡아 체력 및 탄약을 수급하는 것이 보다 중요해졌다.

 

덧붙여 이러한 탄약 수급 문제를 일시적으로나마 해결해줄, 막강한 화력을 뽐내며 위기 상황이나 보스전에서 빛을 발하던 무한 탄약 룬 또한 사라졌고 위에서 누누이 언급한 오버 밸런스의 일부 무기들도 사실상 없어진데다 전작의 넉넉한 체력 시스템마저 너프된 탓에 플레이어는 상당한 에임과 진행 판단력, 그리고 반복적인 무기 스왑과 이동기를 연타할 빠른 손놀림 이 모두를 신경 써야 한다. 이 부분은 아무래도 FPS에 특화된 PC 조작이 컨트롤러 중심의 콘솔보다 한층 우위를 점하리라 여겨진다.

 

이처럼 이터널의 난이도는 상당히 높다. 에임이 나쁘고 손이 느리며 FPS 플레이 경험이 전무하더라도 로켓 런처와 가우스 캐논 단 두 가지 무기만으로 모든 악마를 녹이며 게임 내 최고 난이도 최악의 악몽까지 무난히 클리어가 가능했던 둠 리부트를 생각하고 이터널 진행에 임한다면 큰 충격과 고통을 맛볼 수 있겠다. 필자 또한 쉬움과 보통 두 난이도를 클리어하며 셀 수 없을 만큼의 죽음과 재시도를 경험해야만 했다.

 

이렇듯 본 게임은 판단력과 순발력, 뛰어난 에임 등 뛰어난 실력이 요구되는 만큼 플레이어에 따라 거대한 진입장벽이 생겨나고 이에 게임에 흥미를 잃을 수도 있겠지만 긍정적으로 본다면 그만큼 손에 땀을 쥐는 긴장감과 짜릿함을 맛볼 수 있고 게임 클리어 시의 성취감과 만족감은 그 어떤 둠 시리즈의 작품보다 뛰어나니 게임을 플레이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 매력적인 세계관과 훌륭한 전투에 만족, 난이도는 글쎄

 

지나친 반복적 플레이를 강요하던 리부트의 캠페인 요소와 달리 이터널은 이런 제약이 감소해 보다 자유도가 늘어난 점도 매우 반가운 부분이다.

 

전작을 경험한 적 없는 이들을 위해 복습을 하자면 리부트의 경우 사실상 아레나 입장, 전투, 아레나 입장의 연속이었고 이 문제점은 게임 중반부를 넘어갈수록 더욱 가속화돼 게임 진행에 있어 큰 지루함을 유발했고 리부트의 전반적 완성도를 떨어뜨리는 큰 요인이었는데 이터널은 이 문제점을 인지하고 아레나의 구조와 배치를 새롭게 개선해 전반적인 맵 크기를 확충하고 적 이외에도 다양한 퍼즐이나 탐험 요소, 챌린지 미션 등을 도입하는 등 게임의 재미를 한층 업그레이드시켰다. 특히 둠 이터널 게임 내에서 클래식 둠과 그 후속작 2편을 즐길 수 있는 이스터에그의 발견은 매우 흥미로웠다.

 

아울러 리부트에서 호평을 받은 뛰어난 스토리텔링도 이번 이터널 역시 플레이어를 매료시킬 만큼 뛰어났다.

 

클래식 둠을 기반으로 제작된 탓에 클래식의 기존 배경과 구성의 틀을 크게 벗어나지 못했던 전작과 달리 이터널의 세계관은 둠 클래식과 리부트, 그리고 둠 2편과 둠 64의 스토리를 아우르며 게임 이외의 둠 소설책과 코믹스의 이야기까지 언급되는 매우 방대한 스토리 볼륨을 자랑한다. 둠 프렌차이즈의 미디어믹스는 사실상 거의 다 들어간 셈.

 

늘어난 스토리 볼륨에 걸맞게 그 내용 또한 매우 알차며 흥미진진한 전개 양상을 띠는데 시리즈의 주인공 둠 슬레이어의 정체에 대한 해답, 그리고 지구와 화성, 천국과 지옥을 오가는 시공간을 초월한 새로운 배경과 둠 시리즈 본연의 감성이라 할 수 있는 분노로 가득 찬 화끈하고 자극적이며 희비가 엇갈리는 전개 또한 일품이다.

 

게임의 최적화도 나쁘지 않았는데 필자가 보유 중인 인텔 제온 E3-1231v3, 지포스 GTX 1070, 32GB DDR3 램 환경에서 1080p 해상도 매우 높음으로 플레이해도 90에서 100프레임대를 유지했고 그 어떤 경우에서도 절대 60프레임 이하로 떨어지는 일이 없었다. 필자의 CPU가 무려 6년 전에 출시한 인텔 4세대 하스웰 기반, 그리고 VGA가 4년 전 발매된 메인스트림과 하이엔드의 경계임을 감안한다면 둠 이터널의 최적화가 얼마나 뛰어난지 알 수 있을 터.

 

끝으로 시리즈 처음으로 선보인 한국어화에 이야기하며 리뷰를 마치고자 한다. 게임 플레이 시 보게 되는 대화는 물론 메뉴에도 갖가지 오타와 오역, 그리고 마치 번역기를 돌린 듯한 의역의 비중이 상당히 크고 이 중 몇몇은 상당히 거슬리는 부분이 많다. 변역 상태는 조금 아쉬운 편이나 게임 진행에 있어 지장을 줄 만큼은 아니니 대충 넘어가도 좋다. 무엇보다 시리즈 첫 한국어화라는 것에 대한 의미가 각별하며 차기작도 꾸준한 한국어화를 선보이길 기대해본다.

 

이처럼 뛰어난 게임성과 완성도로 무장한 둠 이터널은 올해 출시된, 그리고 앞으로도 출시 예정인 올해 하반기 FPS 게임까지 통틀어 금년 최고의 FPS 라 불러 손색이 없다. 둠 시리즈 팬은 물론 FPS를 사랑하는 모든 이들에게 강력 추천한다.

 

 

 

 

 

 

김자운 / desk@gameshot.net | 보도자료 desk@gameshot.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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