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템 간소화·토지 점령전, '삼국지14'

이번에도 PK로 완성인가
2020년 01월 22일 23시 34분 16초

디지털터치가 유통하는 코에이 테크모 게임즈의 역사 시뮬레이션 게임 삼국지 시리즈 최신작 '삼국지14'가 지난 16일 PC 플랫폼과 PS4 플랫폼에 정식으로 발매됐다. 역대 시리즈 중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었다는 삼국지9나 11의 계통을 이어 1맵 군주제를 도입, 간단한 방식으로 즐길 수 있는 삼국지를 추구했다. 이번 작품의 슬로건 중 핵심은 '토지'를 제패하는 자가 천하를 제패한다는 것.

 

광대한 고대 중국 대륙을 3D로 표현된 1장의 맵으로 표현해 46곳의 도시가 점재하고 각 도시는 다시금 340개의 지역으로 구분되어 있다. 세세한 토지 구분인 지역에서 전국의 군웅들이 쟁탈전을 벌이는 것이 이번 신작의 핵심이다. 세력이 점령한 지역을 해당 세력의 '색칠하기'로 표현해 직관적인 방식을 채택했고, 좀 더 자유롭게 자신의 세력을 넓히며 대륙 통일을 목표로 한다.

 

역사를 다루는 게임사 중에서도 전략적인 전투를 플레이어가 직접 지휘할 수 있는 CA의 토탈워 시리즈가 삼국지에 손을 대면서 강력한 경쟁자로 떠오른 가운데, 비교대상이 될 수 밖에 없는 삼국지14는 어떤 변화를 맞이했을까. 그리고 그 변화가 늘 똑같은 삼국지에 지쳐버린 팬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을 것인가.

 

 

 

■ 역대 최다 장수 참전

 

삼국지14에 등장하는 장수는 시리즈 역대 최대 규모인 1000명 이상으로, 장수마다 전법과 별개로 개성을 지니고 있다. 장수에게 부여되는 개성은 150종이며 부여된 개성에 따라 전투 또는 내정 등 특정 분야에서 효과를 발휘한다. 이런 개성 시스템은 예를 들어 전투에서 각 장수의 부대에 추격 방침 등을 지정해줄 수 있는데, 장비의 경우는 저돌적인 개성 때문에 적을 추적하지 않도록 하는 방침을 선택할 수 없는 식으로 작동한다.

 

내정 시스템인 시정에서 활용되는 정책도 장수마다 다르게 가지고 있어 정책 레벨과 코스트, 효과 등을 확인하면 이전엔 중용하지 않았던 인재도 뜻밖의 활용처를 찾게될 때가 있다. 무엇보다도 등장하는 장수의 수가 굉장히 많다는 점은 코에이 삼국지 시리즈의 장점이라고 볼 수 있다. 기본 무장들 외에 초한지의 장량을 비롯한 12명의 고대무장을 튜토리얼 완료 후 해제할 수 있다.

 


 


 

 

 

여성 무장들의 경우는 이벤트에만 등장하고 실제 장수로는 활용할 수 없도록 하거나, 무장으로 처리해 실제로 활약할 수 있도록 시나리오 설정 단계에서 선택권을 준다. 이후 이야기할 부분이지만 초기에는 상당한 인력난에 시달리기 때문에 시작 단계에서 부인 등 여성 무장이 존재하는 세력으로 진행할 경우 여성 무장들을 등장시키는 것이 인력 면에서 조금이나마 수월해진다.

 

한편 인물들의 혼인 관계가 한 명만 인정이 되는 시스템으로 인해 여러 부인을 두고 있었던 장수들의 가족관계가 대거 수정됐다. 삼국지 연의 초반부 유비 삼형제가 흩어졌을 때도 유비와 혼인관계였던 두 부인 중 한쪽만 부인으로 인정됐고 다른 부인은 아예 무관한 프리 상태가 되는 등의 변화가 있다. 초선을 둘러싼 로맨스로 극초반 많은 주목을 받는 여포 역시 초선과의 부부 관계가 아닌 본처 엄씨만이 부인으로 나온다.

 

 

 


국태님 고우시다

 

■ 시정과 제안, 지역 담당관

 

내정 컨텐츠가 더욱 단순해졌다. 물론 손은 더 가게 된 부분도 있지만 한 번 설정하고 나서는 어지간해선 바꾸지 않아도 되는 것들이 있고, 실제 게임 플레이 도중 내정 페이즈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은 아까워 특별한 목적도 없이 탐색을 보내 확률적으로 얻어오는 전법서나 금을 얻는 정도 외에 특별한 일이 없으면 내정 커맨드를 거의 실행하지 않는 일이 많아졌다.

 

작위가 오를 때 자국 장수들에게 관직을 부여하거나 타국에 계략을 걸 때 정도를 제외하면 초반에 신경을 쓸 내정 커맨드가 거의 없다. 탐색이나 등용도 자국의 영토에서만 재야 인물을 발견할 수 있고, 타국 인재의 경우는 외교 관계 악화를 감수하면서 진행해야 하니 시기나 상황을 살펴야 한다. 애초에 생각보다 충성도가 떨어질 일이 자주 발생하지 않는 편이기도 하다. 일전에는 조금만 충성도가 내려가도 쉽사리 배신하던 여포 역시 배신을 이전보다 덜 한다는 느낌이다. 플레이를 하면서 여포가 시나리오 내내 정포로 있었다는 점이 의외라면 의외.

 


 


 

 

 

시정은 군주의 방침과 군사 및 휘하 장수들의 정책을 배치하고 발동하는 커맨드다. 각각 전투, 지원, 모략, 내정, 인사의 5종에 장수들을 배치할 수 있고, 여기에 배치한 장수들이 지닌 정책 레벨에 따라 시정 배치 다음 턴부터 효과를 받을 수 있다. 왕도, 패도 등의 특징이 있으며 시정 레벨이 오름에 따라 배치 무장의 숫자나 배치 가능한 정책의 최대 코스트가 증가한다.

 

결재 커맨드를 통해 장수의 제안을 받아들여 실행하거나 발동 조건을 맞춘 이벤트를 발동시킬 수 있다. 제안에서는 현 상황에 맞춰 소속 장수들이 플레이어에게 제안을 하는 것으로, 목표를 제시하고 착수금을 요구하는 방식이다. 여기서 원하는 제안이 있다면 장수에게 맡겨볼 수 있으며 각 지역에 파견한 담당관들의 요청도 따로 정리되어 한 번에 확인 가능하다.

 


 

 

 

이전처럼 도시를 점령한다고 끝이 아니라, 마을을 기점으로 주위에 딸린 각 지역에 담당관을 파견하고 그곳을 발전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도시와 지역 담당관을 각각 파견할 수 있는데 도시의 담당관은 모병과 훈련 담당관이 있으며 이들을 배치하지 않으면 소속 부대의 사기가 진작되지 않고 모병도 이루어지지 않는다. 상황에 따라선 일시적으로 담당관을 공석으로 두는 것이 방법이 될 수도 있다. 도시 내정을 통해 도시에 딸린 지역의 내정방침까지 일괄 지정이 가능하다. 지역 담당관으로 지정된 장수의 능력치에 따라 상업, 농업, 병영의 상승치가 다르다. 다만 지역은 담당관을 파견해두더라도 전투 상황이 되면 단지 적의 부대가 주변을 지나가는 것으로도 쉽사리 점령된다는 것이 약점.

 

 

 

■ 지역을 지배하고 토지를 점령하라

 

신작의 전투 시스템이 간략화되면서 플레이어가 개입할 수 있는 부분을 줄여버렸다. 내정부터 전투의 진행까지 이어지는 흐름이 명령서를 소모해 내정 커맨드를 정하고, 특정 도시에서 군대를 출정시키기 위해 지휘관을 선택한 뒤 진형과 병력을 정한 후 목적지를 정해주고 진행 버튼을 누르면 시간이 흐르며 모든 커맨드가 시작되는 방식이다. 내수용 게임이라 국내에서는 마니아들이 해봤겠지만 코에이 테크모의 신장의 야망을 생각하면 익숙한 바로 그 방식이다.

 

전투가 간소화되면서 플레이어가 할 수 있는 것이 굉장히 줄어들었다. 단기접전(일기토)의 경우 플레이어가 직접 신청하는 것이 아니라 전투 중인 무장들이 알아서 신청하는 식이라 원하는 타이밍에 단기접전을 볼 수가 없다는 부분은 개인적으로 아쉬웠다. 전투 중 아무때나 발생할 수 있는 단기접전은 5합만 진행되며, 한 쪽이 쓰러지지 않더라도 남은 체력을 기준으로 승패가 갈려 패자 쪽의 부대 사기가 떨어지는 방식이다. 대신 같은 상대와 다시 단기접전을 벌여 남은 체력을 깎고 아예 부대를 해산시키는 경우도 벌어져 여전히 단기접전이 일발역전의 수단으로 쓰이기는 한다. 원하는 타이밍에 걸지를 못한다는 것이 문제.

 

 

 


 


 

단기접전만이 아쉬운 것이 아니라 이번 시스템 아래에서는 플레이어가 진행 버튼을 누른 뒤로 개입할 수 있는 것이 아무도 없다는 부분도 조금 답답했다. 즐기려면 그러지 못할 것도 없긴 하지만 예측하지 못한 상황에서 보급로가 끊기는 것을 막으려고 해도 그 수단이 굉장히 제한적이다. 장수들의 전법도 단기접전도 자동으로 발동하니 플레이어가 진행 버튼을 누른 후에 개입할 수 있는 시스템은 지휘무장뿐이다.

 

지휘무장은 지휘 탭에서 임명한 무장을 말하는데, 최대 5명까지 임명할 수 있고 모인 지휘 포인트를 소모해 플레이어가 원하는 타이밍에 전법을 발동시킬 수 있는 시스템이다. 헌데 5명의 제한도 갑갑하지만 임명하고 바로 쓸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지휘 포인트가 쌓이길 기다려야 하고 심지어 지휘무장 자체가 작위를 주목까지 올린 후부터 한 명을 지정할 수 있게 개방되는 시스템이라 주목까지 오르기 전엔 진행 버튼을 누른 후엔 손가락을 빨아야 한다. 이외에도 중랑장부터 개방되는 포위점령, 대장군부터 풀리는 항복권고와 공격요청, 그리고 공부터 개방되는 주 단위 전투인 출정 시스템 등 전투 및 외교 관련 컨텐츠가 자세력 작위에 제한된 것이 많다.

 


 


 


단기접전 모델링은 그다지

 

삼국지14의 시스템에서 특징적인 부분은 점령 시스템이다. 이전처럼 도시를 점령하면 끝이 아니라 도시를 비롯한 주변 지역들을 온전히 점령해야 제대로 점령 효과를 볼 수 있다. 헥스로 표시된 지역의 토지를 병력으로 점령하면 자세력의 색으로 칠해지는 직관적인 방식으로 점령 시스템을 표현했다. 이 점령 지역은 부대의 보급로 역할도 하기 때문에 도중에 부대의 소속 도시와 이어지는 점령지가 끊어지면 보급도 끊어져 혼란 등의 부정적인 효과를 준다. 이를 고려해 병력의 운용과 점령지 확보가 중요해졌다. 이번에는 초급과 중급 난이도 모두 아주 멍청하진 않고 진행 이후엔 플레이어의 개입 요소가 배제됐다는 부분으로 인해 전투와 세력 확장에서 조금 더 생각할 요소가 생긴 셈이다.

 


 


그래서 지도가 좀 지저분해보이기도

 

■ 미완의 느낌

 

삼국지14는 출시 초기에 스팀 내 평가 기능이 전체적으로 불만족스러움에 치중됐었지만 최근엔 복합적인 수준까지 플레이어들의 평가가 올라왔다. 크게 보면 플레이어들이 요구하는 부분들엔 그다지 손을 대지 않아 변함이 없고 바뀐 시스템에서 플레이어가 할 일이 줄어들어 더욱 심심한 느낌을 준다. 게다가 진행을 누르고 나서 시간이 흐를 때 기본 설정이 가장 빠른 속도로 되어있는데도 다소 답답함을 준다.

 

게임 시스템상 인재풀이 적은 초반부에 할 게 너무 없다. 사실 초반부만 그런 것이 아니라 진행을 누른 뒤에도 그런 편이지만 초반부는 정말로 인재의 수가 적으면 할 수 있는 것들이 적기에 인재 확보에 집중해야 게임 진행이 수월하다. 이전 시리즈에서는 에이스급의 명장들을 데리고 어느 정도 굴릴 수 있었으니 거들떠보지도 않았던 장수들의 손까지 빌려야 할 정도로 인재가 절실하다.

 


앗 이 UI는

 

앞서 신장의 야망을 언급했는데, 이번 작품의 시스템은 상당 부분이 신장의 야망과 흡사하다. 다만 군사나 문관이 매 평정 턴에 중요한 부분을 언급해주는데 점령 지역 확보 완료나 전투 발생 같은 것들을 중요한 정보로 분류하지 않는 부분이 의아했다. 전투 면에서는 플레이어가 개입할 수 없기에 생기는 긴박감이 있지만 너무 할 일이 줄었다는 부분은 생소하다.

 

전작에서 완성된 부분들을 다시 뺀 모습들이 보이기도 하고, 점령 AI가 상당히 비효율적으로 작동한다는 점 등 아직 새 시스템이 완전히 정착됐다고 느끼기 어려운 부분들이 있어 아쉬움이 큰 편이다. 개인적으론 신장의 야망 시스템을 즐겁게 했던 기억이 있어서 아주 재미가 없지도 않았지만 14번째나 되는 시리즈에서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는 모습은 상당히 답답하다. 심지어 5편에서 사용했던 진형 시스템을 부활시켰지만 당시에도 진형의 모습을 그대로 전장에서 보여줬던 것과 달리 14에서는 진형을 그냥 표시만 하고 모든 부대의 모습이 동일하다는 점에서 좀 무성의하다는 느낌을 받기도 했다.

 

한편 삼국지14의 조기 특전으로 추가 시나리오인 정시정변과 이릉 전투 시나리오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이릉 전투 같은 경우는 일정 기간이 지나면 다시는 구할 수 없는 시나리오라고 미리 언급을 한 바 있다.

 


 

조건희 / desk@gameshot.net | 보도자료 desk@gameshot.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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