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교체는 성공적… 신 사쿠라대전

14년만의 본편
2019년 12월 26일 02시 56분 54초

'아이돌마스터'와 '러브라이브'처럼 하나의 IP(지적재산권)의 소스로 게임, 애니메이션, 공연 등 다양한 미디어믹스를 펼치는 선구자격 작품인 '사쿠라대전' 시리즈 신작이 오랜만에 출시됐다.

 

세가퍼블리싱코리아는 PS4용 신작 '신 사쿠라대전'을 한글화로 선보였다. 이번 작은 전작이라 할 수 있는 2005년작 '사쿠라대전5' 이후 14년 만에 출시한 본편이고, 실제 게임 세계관 역시 10년 이상 시간이 흘러 메인 주인공부터 주요 등장인물들이 모두 교체된 점이 특징이다.

 

 

 

 

 

본 게임을 소개하기 앞서 사쿠라대전 시리즈를 간략하게 소개하면, 증기 기술이 발달한 '다이쇼 시대'라는 가상의 무대를 배경으로 미소녀와 로봇을 결합시킨 독특한 컨셉과 여기에 참여한 성우를 실제 캐릭터화해 무대 공연 등을 장기간 펼쳐 199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중반까지 많은 팬층을 부유한 바 있었다.

 

또한, 1996년 세가새턴으로 출시한 첫 작품과 1998년 출시한 두 번째 작품은 도쿄의 평화를 지키기 위해 결성된 비밀 조직 '제국화격단'의 활약을 그렸고(평상시는 제국 극장의 스타로 활약), 2001년 막대한 예산을 들여 드림캐스트로 출시한 '사쿠라대전3'는 플레이어 캐릭터 '오오가미 이치로'를 제외한 메인 히로인을 대거 교체함과 동시에 무대를 파리로 옮겨 구성부터 시스템까지 역대급 완성도를 보여줬었다.

 

그리고 PS2로 2005년에 출시한 사쿠라대전5는 무대를 미국으로 바꾸고, 메인 주인공이었던 오오가미의 조카 '타이가 신지로'로 메인 주인공을 교체하는 등 파급적인 시도를 했다. 하지만 당시 사쿠라대전 시리즈 인기는 드림캐스트 몰락과 함께 하락세였고, 이는 들어간 제작비에 비해 판매량이 부진하는 결과까지 가져와 후속 시리즈 제작이 불투명해지는데 큰 역할을 했다. 특히 이 작품이 성공했으면 사쿠라대전 글로벌화를 본격적으로 추진하려고 했으나 결국 이뤄지지 못했다.

 

 

기존 사쿠라대전(1, 2, 4)의 메인 히로인 신구지 사쿠라

 

 

 제국, 파리, 뉴욕화격단이 모두 등장하는 정사이자 외전작 드라마틱던전 사쿠라대전

 

■ 새로운 개발진이 만든 신작

 

본론으로 들어와 신 사쿠라대전을 이야기하면, 일단 제작진이 대폭 교체됐다. 본 제작자였던 레드컴퍼니는 사실상 손을 뗀 상태이고, 원작자였던 레드컴퍼니 고문 히로이 오지도 일본 내 아이돌과 스캔들 등으로 평가가 좋지 않아 예전처럼 적극적으로 이 게임에 참여할 수 없게 됐다.

 

또한, 메인 프로듀서는 '소닉 더 헤지혹'을 개발했던 사람이고, 기존 메인 캐릭터 디자이너였던 후지시마 코스케가 여성들과 부적절한 관계로 사실상 업계에 퇴출된 상황에 가까워 이번 작은 '블리치'로 유명한 쿠보 타이토가 메인 캐릭터를 디자인했다.

 

물론, 신 사쿠라대전에 기존 작을 참여한 개발진들이나 꾸준히 음악을 담당한 작곡가 타나카 코헤이가 없던 것은 아니지만, 시리즈 얼굴마담이었던 사람들이 대거 물갈이 되니 팬들은 이 게임 론칭 전부터 기대보단 우려가 높았다.

 

 

개발진부터 캐릭터 디자이너까지 파격적인 교체가 있던 신 사쿠라대전

 

 

 

필자도 첫 작품부터 외전작까지 모두 즐겨온 팬으로서 이번 작품을 예약했을 때 '그냥 추억팔이겠지'라는 생각으로 별다른 기대 없이 결제를 했고, 실제 게임이 도착했을 때도 1주일 넘게 방치했다가 이제서야 즐겨봤다.

 

게임을 구동하고 플레이를 해보니 사쿠라대전 그 자체였다. 먼저 전통적으로 주인공은 해군에 입대했다가 특명을 받고 제국화격단에 오게 되고, 앞으로 '사랑' 나눌 소녀들과 이야기를 하면서 해야 할 일들을 듣게 된다. 이런 구성은 일반 미소녀 게임에서 볼 수 있던 어드벤처 파트와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데, 사쿠라대전 시리즈가 여기서 끝났다면 PC에서 흔히 볼 수 있던 미소녀연애시뮬레이션에서 끝났을 것이다.

 

사쿠라대전 시리즈에서는 'LIPS(제한 시간 선택지)'라는 독특한 시스템이 있고, 이 시스템은 제한 시간 내에 선택문을 고르거나 다양한 행동을 해야 되는 게임의 중요한 요소이다. 예를 들면 소녀들이 답변을 빨리 기다리는데 넋 놓고 있다가 시간을 다 보내면 호감도가 떨어지고, 반대로 선택문에서 마음에 드는 내용이 없다면 그냥 가만히 시간을 보내 호감도를 올릴 수 있다. 이는 실제 사람들과 대화를 하는 느낌이 들 정도로 긴박감을 준다.

 

더불어 상대방이 나에게 무언가 부탁할 때 LIPS 시스템을 시간이 흐르기도 하는데, 제한 시간 내에 그들의 목적을 달성해주는 것도 중요하다. 또 선택문 외에도 제한 시간 내에 L3로 강도를 조절해 대사를 외치는 요소도 있다(출격할 때는 가장 높게, 조용히 대화해야 될 상황에는 최대한 강도를 낮춰서).

 

 

 

 

 

 

 

 

 

 

 

어드벤처 파트가 어느 정도 종료가 되면 아이캐치가 등장하고, 여기서는 세이브뿐만 아니라 그간 올린 히로인 및 주연인물들에 대한 평가를 볼 수 있다. 이들의 호감도를 얼마나 올렸는가에 따라 향후 전개 및 전투 파트 공방에 영향을 준다. 캐릭터 호감도 표시될 때 SD로 이뤄진 캐릭터 연출은 꽤 귀엽게 그려졌다.

 

전투 파트는 전작들과 차이를 보인다. 전작들은 SRPG이거나 SRPG에 액션성을 가미한 형태로 구현됐으나, 이번 작은 순수 액션으로 진행 방식이 변경됐다. 이로 인해 출격 수가 피해를 봤는데, 전작들은 모든 대원들을 전투에 참가할 수 있었으나, 이번 작은 2명만(화격단 대전은 3명까지) 플레이어블 캐릭터로 사용 가능하다(실제 사용은 1명만, 나머지 1명은 교체하는 방식).

 

조작은 아날로그와 약/강공격, 점프, 필살기 버튼 정도만 조합하면 되는 누수나 손쉽게 플레이 가능한 수준이고, 그래픽 디테일만 낮춘다면 PS2로도 충분히 구현할 수 있는 퀄리티이다. 시리즈 전통적으로 전투 파트는 재미없었는데, 이번 작도 액션으로 바꿔도 재미없다. 심지어 록온 기능까지 없어서 즐기다 보면 가끔 짜증 날 정도.

 

 

 

 

 

 

 

 

 

전투 파트까지 즐기면 한 화가 끝날 것이고, 예고편이 흐르고 그 다음 다음 화가 이어진다(이런 식으로 8화까지 반복). 이번 작은 8화까지 구성됐기 때문에 전작보다 분량이 빈약하다고 생각할지 모르나, 한 화마다 분량이 꽤 길어 실제 1회차 엔딩까지 플레이 타임은 전작과 비슷한 수준이다.

 

이야기 흐름은 권선징악형 누구나 쉽게 파악할 수 있는 내용이지만, 전문 용어가 많기에 기본적으로 세계관 이해도는 필요한 편이다. 또 메인 히로인 사쿠라 외에는 다른 히로인들의 배경 이야기가 부실하고 전개도 번갯불에 콩 구워먹듯이 빠른 편이라 아쉬울 수 있는데, 이는 전작들부터 이랬으니 나름 '전통'이라 생각하고 넘어가면 될 것 같다. 일부는 후속작을 위해 내용을 대놓고 아껴둔 것 같다.

 

 

 

 

 

 

 

■ 사쿠라대전 그 자체인 게임

 

전반적인 캐릭터 배치는 기존 작만큼 훌륭한 편이다. 새롭게 등장한 히로인 5명은 전작 캐릭터들을 오마주함과 동시에 색다른 매력을 보여주며, 과거 진행하려고 했던 사쿠라대전 글로벌화 흔적인 상하이화격단, 런던화격단, 베를린화격단이 게임 내 등장해 몰입감을 높였다. 단 분량상 제국화격단 외에 다른 화격단 인물은 2명 밖에 등장하지 않는다.

 

또 과거 캐릭터는 행방불명 처리됐지만, 유일하게 지휘관으로 등장한 '칸자키 스미레'가 전작 팬들의 향수를 일으키는 장치로 활용됐다. 참고로 스미레는 '사쿠라대전4' 이후로 영력을 잃어버렸다는 설정을 가지고 있었기에 전작들 인물들이 강마들과 싸우기 위해 현 세계에서 사라질 때 영령이 없어서 따라가지 못했다.

 

메인 캐릭터의 인게임 내 3D 폴리곤 그래픽을 보면 잘 만들어졌으나, 저급 애니메이션을 보는 애니메이션 데모의 작화나 무성의한 2D CG를 보면 차라리 인 게임 그래픽으로만 게임을 만드는 쪽이 좋지 않았나 싶다. 전작들은 시대의 혁명을 이룰 정도로 애니메이션 데모나 CG를 잘 만들었는데, 이번 작은 품질을 떨어뜨리는 애니메이션 데모 및 2D CG가 몰입감을 떨어뜨린다(일부 브로마이드는 전작 2D CG를 재활용했는데, 이번 작과 비교하면 그 차이를 잘 알 수 있다).

 

또한, 메인 캐릭터 디자이너 쿠보 타이토의 설정화를 보면 인 게임 그래픽과 다른 괴리감을 보여주는데, 이 것은쿠보 타이토는 극우 의혹 논란 이전에 사쿠라대전과 어울리지 않는 미스캐스팅에 가깝다고 절실히 느낄 수 있다(실제 인 게임 그래픽을 보면 쿠보 타이토의 원안보다 제작진 쪽 성향이 더 들어간 형태로 캐릭터들이 디자인됐다).

 

 

클라리스 인 게임 그래픽

 

 

애니메이션 데모에서는 클라리스 머릿결이 퀄리티가 다운

 


2D CG. 더 이상 설명하지 않겠다

 

 

사쿠라대전3 2D CG 퀄리티 

 

그밖에 즐길 거리인 미니게임도 약간 마련됐다. 초기 시리즈와 달리 최신작들은 미니게임을 없애는 분위기라 그 수가 적은 점은 아쉬우나, 본 작에 마련된 게임을 알아보면 일본식 화투로 대전을 하는 '코이코이 대전'과 본편 전투 파트를 다른 캐릭터로도 즐길 수 있는 '싸우미' 등이 준비돼 본편과 다른 잔재미를 줄 것이다. 또 진행 및 맵 곳곳에 마련된 전통의 브로마이드 수집 요소도 있다.

 

이외로 전작 팬들이 즐길만한 포인트로는 브로마이드 수집 말고도 친숙한 무대인 제국 극장이 풀 3D로 이뤄진 점, 곳곳에 기존 작부터 사용됐던 BGM 등이 활용이 있다. 또 사쿠라와 스미레 외에도 다른 캐릭터들은 전부는 아니지만 그들이 생각나도록 은유적으로 언급되긴 한다. 그 외 향수를 느끼고 싶다면 복장과 BGM이 동봉된 DLC를 추가 구입하면 된다.

 

전반적으로 신 사쿠라대전은 전투가 SRPG에서 액션으로 변하고, 증기 기술로 스마트폰을 만든 점 등을 제외하면 대부분 전작 것을 그대로 사용하는 안전한 길을 걸었다(게임 퀄도 전작들보다 예산도 덜 들어간 듯). 즉 기존 팬들은 큰 무리 없이 즐길 수 있다.

 

이 시리즈 전성기 당시는 시대를 앞서간 완성도로 좋은 평가를 받았지만, 지금은 하는 사람만 하는 장르인 이 게임을 요즘 유저들도 받아들일 수 있을지는 향후 후속작이 나와보면 알 것 같다. 

 

 

 

 

 

 

 

 

 

이동수 / ssrw@gameshot.net | 보도자료 desk@gameshot.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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