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위기는 나름대로 나왔다, 크툴루 신화 기반 수사ADV '싱킹시티'

그런데­…분위기만?
2019년 07월 31일 00시 26분 15초

에이치투 인터랙티브가 지난 6월 말 유통한 프로그웨어의 수사 어드벤처 게임 '싱킹시티'는 인간이 어찌할 수 없는 거대한 공포를 다룬 코즈믹 호러의 거장 H.P.러브크래프트가 창조한 '크툴루 세계관'에 착안해 제작된 오픈월드 기반의 신작 어드벤처 게임이다. 제목에서처럼 작중에 등장하는 도시의 절반 가까이가 물에 잠기고 온 동네에 초자연적인 힘이 드리워진 오크몬트에서 플레이어는 한 명의 사립 탐정으로 도시와 주민들을 홀린 초자연적 현상의 정체를 밝혀야 한다.

싱킹시티 속 도시인 오크몬트에서 플레이어는 도시를 걷거나 거리와 거리 사이를 메우는 물바다를 건너기 위해 배를 타고, 장비를 갖춘 후부터는 다이빙을 해 무엇이 도사리고 있을지 모르는 물 속을 헤쳐나가기도 한다. 장르적으로 어드벤처이긴 하지만 게임 내에 총기를 활용한 액션이나 스킬 트리 같은 RPG적 요소들이 첨가되어 있다.



■ 환상, 음울한 도시 오크몬트

사립 탐정을 자처하는 찰스 리드는 자신이 시달리고 있는 기괴한 환각과 흡사한, 메사추세츠 오크몬트 시에서 발생하는 히스테리 및 환각을 조사하기 위해 배를 타고 오크몬트 시로 발길을 옮긴다. 싱킹시티는 요하네스 반 데르 베르그라는 인물이 찰스 리드에게 보낸 오크몬트로 오라는 편지, 그리고 찰스 리드가 선실에서 꾸는 바닷 속 도시와 거대한 괴물의 환상에서부터 시작된다.

배에서 내리자마자 보이는 것은 우중충한 하늘의 오크몬트로, 최근 발생한 대홍수의 영향으로 빈민 지역이 물에 잠겨버린 폐허가 된 상태다. 따라서 앞에 언급한 것처럼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이 오크몬트 시에 도달한 찰스 리드는 기괴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육지와 물 위, 그리고 물 속을 가리지 않고 헤집고 다니면서 수시로 나타나는 환상에도 저항해야만 한다.





게임의 첫 장면인 항구에서부터 눈에 들어오는 것들부터가 기괴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아무렇게나 던져진 문어 시체나 대충 한 쪽으로 치워둔 폐자재들, 바다를 향해 경배하고 있는 주민들 등이 그렇다. 도시 내에서 들어갈 수 있는 건물이 많은 편은 아니지만, 게임을 진행하면서 찰스 리드가 들어갈 수 있는 건물들은 상당히 낡은 폐허거나 진한 곰팡내나 바닷내음이 화면을 뚫고 나올 것 같은 모습을 하고 있어 오크몬트의 음울하고 기괴한 분위기를 한결 살린다.

이미 크툴루 신화를 접했던 사람이라면 굉장히 익숙한 이름인 인스머스가 여기서도 등장하고, 실제 인스머스 출신의 생선 얼굴을 닮은 주민들도 게임 내에 자주 나오기 때문에 소설 인스머스의 그림자를 읽었다면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꽤 반가운 그들의 모습을 감상할 수 있다. 이 인스머스의 주민들은 서브 퀘스트는 물론이고 찰스 리드가 가장 처음 맞닥뜨리는 메인 퀘스트에서도 주요 인물로 등장한다.

그외에도 오크몬트 시의 실세라고 할 수 있는 주요 3가문 구성원들이 고릴라와 닮았다거나 생선과 닮은 얼굴 등 하나같이 특이한 점을 보여주고 있어 오크몬트가 정상적인 도시가 아니라는 점을 느끼게 해준다.





■ 추리에 따라 달라지는 수사와 전투

수사 시스템은 대화 등을 통해 새로운 정보를 획득하고, 그 정보들의 인과 관계를 마인드 팰리스에서 합쳐 결론을 도출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처음에는 단서들이 적지만 진행을 하면서 얻는 몇 가지 단서들을 순서대로 배치하면 새로운 단서가 되며, 마지막에 이르러서는 범인으로 의심되는 용의자에 대한 처분을 가르는 추리를 플레이어가 결정해 완성할 수 있다. 가령, 범인이라고 밀고하면 해당 인물이 앙갚음을 받게 될 것이라는 사실을 안 상태에서 그를 밀고할 지 숨겨줄 지 결정하는 결론을 도출하게 되는 것.

여기에 찰스 리드가 가진 특수한 능력으로 추리에 기괴함을 더한다. 찰스는 일반적인 시야와 별개로 마음의 눈이라는 능력을 통해 사건 현장을 조사할 수 있고, 모든 증거를 발견하면 추리 단계에서 역행 인지라는 기술을 통해 사건의 순서를 나열하고 추리할 수 있다. 여기서 마음의 눈을 사용하면 평소에 보이지 않는 것들이 보이기 때문에 기괴한 무늬가 화면을 가득 채우기도 한다. 사용하는 동안 찰스의 정신 수치도 계속해서 줄어든다.











게임 진행 중 퀘스트를 받거나 편지를 비롯한 다양한 문서를 보게 되는데, 이런 내용은 언제든 사건집과 구전 지식란에서 다시 확인할 수 있다. 찾아낸 것들을 읽어보면 오크몬트 시 일대에서 벌어진 일련의 이야기들에 대한 갈피를 잡을 수 있다. 그런데 플레이어들에게 극한의 추리감각을 주려고 했는지 다음으로 갈 장소에 대해 자동으로 목적지 표시를 해주지 않는다. 현재 진행하고 싶은 목표를 화면에 고정시키는 것은 가능하지만 목적지 핀을 꼽아둬도 방향감각에 신경을 쓰지 않으면 길을 잃기 쉬운 UI를 제공하고 있고 어느 거리와 어느 거리, 그리고 어느 거리 사이의 집이라는 단서만 가지고 지도를 살핀 뒤 그 구역을 샅샅이 뒤지게 만들어서 다소 불편한 감이 있다.

전투는 허술하다. 몇 가지 무기를 얻어서 사용할 수 있는데, 총이 발사되는 소리부터 맥 빠지는 부분이 있지만 이를 떠나서라도 전투를 즐기기엔 뭔가 밋밋하고 허술하다는 느낌을 준다. 주로 사용되는 특정 무기를 제외하면 사실상 주요 무기의 탄을 아끼기 위해 울며 겨자먹기로 사용한다는 감도 있다. 사건 해결이나 모든 증거 수집 등으로 획득한 경험을 통해 기술 트리에서 기술을 배우는 것도 가능하다.









■ 아쉬운 기술력

개발사의 이전 작품들을 해봤다면 기대 반 불안 반을 가지고 싱킹시티를 기다렸을 터인데, 이번에 보여준 싱킹시티에서의 모습은 그들의 아쉬운 기술력에 입맛을 다시게 만들었다. 다른 것을 다 제쳐두고라도 게임 몰입도 자체를 떨어뜨리는 기술적 결함인 프레임 드랍 현상을 꼽을 수 있다. 싱킹시티를 플레이하다 보면 정말 시도때도 없이 프레임이 요동쳐서 뚝뚝 끊기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한편 크툴루 기반의 게임에서 볼 수 있는 특유의 정신 수치가 깎이는 개념을 잘 구현해내기는 했지만 특정 상황에 화면에 표시되는 반투명한 실루엣은 같은 것을 초반부터 자주 재활용하고 있어서 몇 번 보면 다소 식상해진다. 그렇다 하더라도 능력을 통해 사건의 발자취를 따라가다보면 화면을 꽉 채워가는 무늬들 때문에 정신이 산만해져서 게임 속 주인공의 기분을 간접적으로 체험하는 효과는 있다.

오픈월드 수사 어드벤처라고 분류하기는 하지만 실제 게임을 해보면 다소 유사 오픈월드 같은 느낌을 주기도 한다. 잡로딩이 많아서 앞서 말한 프레임 드랍과 함께 게임의 몰입도를 잘라먹는 주범이다. 크툴루 신화의 분위기를 어느 정도는 잘 표현해냈지만 늘 크툴루 신화 기반의 게임이 뛰어난 성적을 내지 못했던 점을 사실상 답습했고 개발사의 전작인 셜록 홈즈를 즐겼기에 기대를 품었던 팬이라면 플레이 후 아쉬움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조건희 / desk@gameshot.net | 보도자료 desk@gameshot.net




알립니다

창간 24주년 퀴즈 이벤트 당첨자

창간 24주년 축전 이벤트 당첨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