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와 토탈워의 올바른 만남, '토탈워:삼국'

즐길만한 삼국지 게임
2019년 06월 20일 00시 08분 58초

삼국지. 촉나라의 유비, 위나라의 조조, 오나라의 손권이 각각의 목표를 내세워 중국 대륙의 패권을 다투는 역사적 사실을 각색한 내용을 담은 동양의 대표적 소설이다. 삼국이 주고받으며 거대한 규모의 전투를 벌이는 모습도 흥미진진하지만 이 세 나라가 삼국정립의 형세를 다지기보다 조금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도 손에 꼽을 수 있는 재미있는 사건들이 많았다.

 

'토탈워:삼국'은 후한 말기의 힘든 생활에 반발해 일어난 황건의 난과 역적 동탁이 한 왕실을 손에 쥐고 흔들어 이에 대항한 반 동탁 연맹이 출범하는 시기를 기점으로 진행되는 역사 기반 전략 게임 토탈워 시리즈의 신작이다. 인기 삼국지 게임 시리즈처럼 게임 시작 연도나 캠페인을 고를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한 시점에서만 시작되므로 플레이어가 선택할 수 있는 군주도 그 시대에 맞춰져있다. 따라서 유비와 조조는 고를 수 있지만 손책이나 손권으로 게임을 시작할 수는 없고 같은 시기의 군주인 손견부터 게임을 시작해야 한다.

 

 

 

정식 발매 빌드에서 플레이어는 조조와 유비, 손견을 포함한 연합 세력 군주들, 각 주를 통치하는 주목들 중 일부를 선택할 수 있는 주목 세력, 이 두 세력은 물론 한 왕실에도 속하지 않는 높은 난이도의 무법자 세력의 군주들을 선택할 수 있으며 DLC 소유자에 한해 황건 세력 지도자들을 고를 수 있다. 아쉽게도 장각, 장보, 장량 등 황건적의 거두 3인방은 군주로 등장하지 않는다.

 

한편 토탈워:삼국은 사전에 알려진 것처럼 텍스트 한국어뿐만 아니라 시리즈 최초 한국어 음성까지 지원한다.

 

 

 

■ 연의와 정사

 

기존작들처럼 전투만 즐기는 모드도 있지만 토탈워:삼국은 크게 두 가지 특징적인 모드가 존재한다. 싱글 플레이 모드에서 연의 모드와 정사 모드 두 가지로 나뉘는 것인데, 삼국지 이야기가 나오면 늘 빠지지 않는 나관중의 삼국지 연의와 진수의 정사 삼국지처럼 연의 모드가 더 영웅적인 면모에 집중하고 있다.

 

연의 모드에서는 인물에 더 큰 비중을 할애해 전통적인 토탈워 방식과 달리 장수가 하나의 독립된 부대로 취급되며 전장에서 영웅적인 활약을 펼친다. 운용하기에 따라선 유비와 관우, 장비 3형제만으로도 수 천의 병사를 쓸어담는 전설적인 전투를 엿보는 것이 가능할 정도로 장수의 비중이 높다. 장수들은 전투에서 스킬을 사용해 아군 또는 적에게 효과를 부여하는 등 직 간접적인 활약을 벌이며 장군끼리 일대일 대결을 펼치는 일기토도 구현됐다. 굉장히 불리한 상황에도 영웅을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비등비등한 결과를 내거나 승리를 거머쥐는 장면도 만들어낼 수 있다.

 


그 말은 안 돼……!

 

정사 모드는 전통적인 토탈워 방식을 채택한 모드다. 영웅 부대로 별도 편성되는 것이 아니라 인물과 호위대가 하나의 부대로 편성되는 기존의 시스템을 따른다. 영웅이 활약할 수 없는 것은 아니지만 연의 모드와 다르게 군병전을 중점적으로 다루는 모드이므로 장수의 돌연사가 상대적으로 잦은 편이다. 특히 장수의 호위대가 기병으로 구성되어 있으므로 진군 속도나 위치에 주의하지 않으면 적의 원거리 공격에 개전부터 전사 또는 패주하고 헛된 광란 버프를 까먹는 수가 있다.

 

연의와 정사 모드 공통으로 인물들은 특정 역할에 특화된 여러 타입으로 분류된다. 때문에 일기토가 불가능한 모사 타입의 장수들은 재미로라도 일기토에 나설 수 없고 장군 중에도 장수전에 뛰어난 장수와 백병전에 뛰어난 장수 등의 타입이 나뉜다. 인물이 전설적인 등급이 되면 전사가 흔한 토탈워에서도 패주 후 쉽게 죽지 않고 부상당할 확률이 늘어난다.

 

또 게임을 진행하면서 퀘스트 형식으로 삼국지의 스토리를 따라갈 수 있는 임무가 존재한다. 토탈워의 게임 시스템 특성상 삼국지의 이야기를 최대한 따라가려고 한다면 꽤나 운영이 빠듯해지거나 다소 힘들어 초보자가 삼국 임무를 따라가기가 은근히 어려운 감이 있다. 다행히 이 임무의 경우는 선택 임무라서 여건이 딸리는데도 억지로 임무를 따라갈 필요는 없다.

 

 

 

■ 전투와 내정은 양립

 

일부 세력에서는 다소 형편이 낫지만 대부분의 상황에서 전투와 내정은 양립할 수밖에 없다. 내정 관련 컨텐츠가 딸리면 다양한 부작용이 발생하며, 전투를 벌이기 위해서는 다양한 자원이나 상황들이 받쳐줘야 한다. 기본적으로 캠페인 지도에서 운용할 수 있는 부대의 수가 3개로 굉장히 적고 이후 특정 조건들이 성립되면 추가로 부대 슬롯을 얻을 수 있지만 그것도 등장하는 장수의 수나 전선의 규모에 비해 적기 때문에 전선을 형성할 때는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이런 애로사항들을 개선해주는 것이 개혁 시스템이다. 일정 턴마다 돌아오는 개혁 턴을 통해 새로운 개혁들을 선택하고 그 효과를 볼 수 있다. 효과는 단순히 세력이나 특정 역할군에 적용되는 버프부터 새로운 건물이나 기존 건물의 업그레이드 제한을 풀어주기도 하는데 나무의 가지 형태로 뻗은 각 빌드는 특정 분야에 특화된 효과를 발휘한다. 단, 현재 자세력의 상황에 맞게 개혁을 해나가야지 인구 증가폭을 감당하지 못해 식량이 따라가지 못하는데 인구 폭발 버프를 가져오는 개혁을 진행하면 곤란을 겪기도 한다.

 

 

 

하나의 지역에는 대장간, 광산, 농지 등 다양한 역할을 담당하는 몇 개의 부속 부지가 배치되어 있으며 마을과 부속 부지는 전부 지배하게 되면 하나의 통일된 지역으로 간주되지만 전투를 통해 각기 다른 세력의 소속이 될 수도 있다. 특정 지역의 지배권을 가져오는 임무를 받은 상황에서는 꽤나 어려운 환경이 되기도.

 

전투 내에서뿐만 아니라 캠페인 지도에서도 부대는 진형을 변경할 수 있다. 특정 상황에 특화된 태세 같은 것으로 현재 부대의 상황과 필요에 맞춰서 변경하며 사용하면 유용하다. 또, 장강이나 황하 같은 대표적인 강들이 존재해 이곳을 지날 때 배에 탑승하나 해전은 자동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토탈워 스타일의 해전을 경험할 수는 없다.

 

인물들은 장비 슬롯에 다양한 부속품을 장착할 수 있으며 레벨이 오를 때마다 스킬 트리에서 스킬을 올릴 수 있다. 이런 관리를 철저히 해둬야 해당 인물이 필요한 상황에서 최대 효율을 발휘하게 된다. 그외에도 세력에 특화된 게이지를 일정량 채우면 이로운 효과를 받을 수 있고, 세력의 힘에 따라 더 높은 조정 관직에 오를 수 있고 높은 직위에 오를수록 부하들에게도 다양한 관직을 수여할 수 있게 된다.

 

한편 어느 세력으로 플레이하더라도 사방이 타세력으로 둘러싸인 특성상 외교의 필요성은 굳이 말하지 않아도 될 정도다.

 

 

 

■ 창천이사 황천당립

 

DLC에서는 황건 세력을 선택할 수 있다. 황건 세력의 지도자들은 기존 세력들과 다른 점들이 눈에 띈다. 타 세력들과 다른 형태와 효과를 지닌 개혁 시스템, 민병 위주로 구성된 병과나, 의원 같이 기존 세력들과 다른 인물들의 타입이 존재해 색다른 팩션을 하고 있다는 느낌이 제대로 전달된다.앞서 언급한 것처럼 황건적 지도자라 하면 흔히 떠오르는 장각, 장보, 장량 형제가 아닌 하의, 황소, 공도가 세력 지도자로 선정됐다.

 

황건 세력은 모두 시작 상황이 어려움 이상으로, 하의가 어려움, 공도와 황소가 매우 어려움으로 진행하게 된다. 그도 그럴 것이, 황건동란은 각 세력으로부터 공공의 적으로 되어 있고 시작 시점에서 가장 많은 영토를 가진 한 왕실 세력과도 적대하며 외교도 변변치 못한 상황인지라 게임 초반을 풀어나가기가 굉장히 힘든 편이다.

 

그래도 게임에 어느 정도 익숙해지고 나서부터는 어려운 초반부를 넘어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세력이기도 하다. 기존 세력과 다른 특색이 살아있다는 점이 무엇보다 좋다. 어려운 난이도를 극복하는 것을 좋아한다면 구매해도 괜찮은 DLC 세력이다.

 


 

 

 

■ 삼국지에 목마른 자

 

삼국지 게임이라고 하면 대표적으로 떠오르는 K모 사에서 거의 십 년 내내 시리즈 내적인 발전은 지지부진하고 가격에서만 발전하고 있는 와중에 비록 연기된 끝에 출시됐지만 토탈워:삼국은 장르적 차이도 포함해 그간의 유명 삼국지 시리즈에선 느낄 수 없었던 새로운 즐거움을 얻을 수 있는, 삼국지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좋은 선물이 될 수 있는 신작이다.

 

토탈워의 특징적인 요소 자체가 삼국지라는 이야기와 굉장히 어울린다는 점도 한몫을 하고 있다. 방금 언급한 기존의 삼국지 시리즈는 일부 넘버링을 제하면 턴 기반으로 진행되는 SRPG 느낌이 강하다면 토탈워는 실시간 시뮬레이션으로 전투가 진행되고 운용에 따라 소설 삼국지 연의처럼 각 장수들이 영웅적인 활약을 벌이기도 하는 등 전쟁과 인물의 영웅담이 주축이 되는 삼국지와 이만큼 어울리는 장르도 많지 않다.

 

 

 

일부 번역이 매끄럽게 되지 않았다는 부분이 없지는 않지만 이번 작품에서 시리즈 최초로 한국어 음성 더빙까지 들어가면서 전투 등 특정 상황에서 느낄 수 있는 만족감이 높아졌다. 가령 플레이어가 부대를 선택하고 명령을 내릴 때 병사들이 복명·복창을 하는 장면은 처음 플레이 했을 때 플레이어가 지휘를 하면서 느낄 수 있는 현장감이나 박력이 훌륭하다.

 

시리즈 대대로 고질적이었던 로딩 렉도 굉장히 나아졌으며 연의 모드에서 장수들이 보여주는 액션은 꽤 멋져서 가끔은 당겨서 볼 가치가 있다. 일부 장수 외에는 고유 조형이나 초상화가 없어 클론이나 다름없는 상황 유명한 장수임에도 불구하고 전설적인 등급으로 시작하지 않는 장수들이 많은 점 등은 아쉬운 부분이다.

 

하지만 토탈워:삼국은 토탈워라는 게임 시리즈로서도, 삼국지를 소재로 삼은 게임으로서도 훌륭한 선택이 될 수 있는 작품이다. 토탈워와 삼국지를 좋아한다면 필구 추천.​ 

 

 

조건희 / desk@gameshot.net | 보도자료 desk@gameshot.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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