던전RPG 잔혹동화, 완성되다 '신옥탑 메리스켈터2'

리메이크 동봉된 전작의 프리퀄
2018년 10월 31일 12시 16분 18초

컴파일 하트가 개발하고 사이버프론트 코리아가 유통한 수수께끼 패닉 액티브 3D 던전 RPG '신옥탑 메리스켈터2'는 지난 2016년 컴파일 하트와 전격문고, 전격 플레이스테이션의 콜라보레이션으로 탄생한 신옥탑 메리스켈터의 후속작으로 어둡고 기괴한 분위기 속에서 동화 속 등장 인물들을 모티브로 창조된 소년소녀들이 살아있는 감옥 '프리즌'에서 펼치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전작과 마찬가지로 이번 작품의 캐릭터 디자인은 마괴신 트릴리온, 데스 엔드 리퀘스트 등으로 친숙한 나나메다 케이가 담당해 해당 작품들을 즐겼던 플레이어라면 친숙한 화풍의 디자인을 볼 수 있을 것. 또, 시나리오도 전작 원안과 노벨라이즈 작업을 담당했던 오토노 요모지가 직접 감수해 시나리오의 완성도를 높였다. 덧붙여 이번 작품은 전작인 신옥탑 메리스켈터의 프리퀄 격인 작품으로, 신옥탑 메리스켈터2를 구매했다면 클리어 후 신옥탑 메리스켈터의 리메이크 버전을 플레이할 수 있게 된다. 개발사에서도 2편부터 즐기는 것을 추천하고 있는데, 구태여 1편을 먼저 즐기고 싶다면 무료 배포 DLC를 통해 먼저 리메이크 버전을 개방하는 방법도 있다. 본 기자도 2편부터 플레이하는 것을 추천.

 

그 외에도 신옥탑 메리스켈터2나 전작을 더 확실하게 즐기고 싶다면 노벨라이즈 기획을 찾아읽는 것도 좋지만 신옥탑 시리즈의 소설은 국내에 정식 발매되지 않았다. 그나마 신옥탑 메리스켈터의 전일담인 '옥중동화전일담'과 신옥탑 메리스켈터2의 '옥중동화환일담'이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개방되었으니 관심이 있다면 읽어보도록 하자. 물론, 2편을 먼저 플레이한다면 전일담을 먼저 읽었을 경우 스포일러를 당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

 


 

 

 

옥중동화전일담

 

옥중동화환일담

 

■ 예쁜 그림과 달리 잔혹동화

 

전작을 해봤거나 이번 작품에 대해 미리 알아본 플레이어들은 알고 있겠지만 신옥탑 시리즈는 주요 등장인물들이 동화 속 주인공의 이름과 모티브를 따왔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 것이다. 나나메다 케이가 그려낸 예쁜 그림의 캐릭터들과는 달리 신옥탑 시리즈의 세계는 잔혹함 그 자체다. 신옥탑 메리스켈터2 자체도 설정이나 묘사의 잔혹함과 가끔 있는 엄한 장면 등으로 청소년 이용불가 등급으로 판정받았다.

 

일본이었던 지역을 순식간에 멸망시키고 솟아난 난공불락의 살아있는 프리즌에서는 기괴한 형태의 존재인 메르헨들이 인간을 붙잡아와 감옥에 가두고 온갖 잔인한 고문을 계속했다. 어떤 사람에겐 비명을 지르게 하기 위해 둔통을 입히길 반복하고, 어떤 사람들에겐 피를 흐르게 하기 위해 몸 이곳저곳에 상처를 입혔으며, 어떤 사람들에겐 꾸물거리는 프리즌의 벽을 핥아대도록 강요하는 등 붙잡힌 인간들은 메르헨에게 살해당한 사람들이 더 나을 정도의 고문을 받으며 절망에 빠졌다.

 


​앗아아 어둠에 다크 

 

이런 분위기를 깨고 등장한 것이 메르헨을 상대로도 전투를 벌이고 승리할 수 있는 특수한 능력을 가진 소녀들, 혈식소녀다. 이번 작품에서도 중요한 역할이며 대부분의 주연 캐릭터들이 혈식소녀들이다. 혈식소녀들은 통상 전투에서도 활약하지만 일정량 이상 메르헨의 피를 뒤집어쓰면 제노사이드 모드라는 상태로 변해 강력해진 전투능력을 발휘하곤 한다. 반대로 쌓이는 피를 다른 혈식소녀가 핥아주면 제노사이드 모드 돌입을 지연시킬 수 있다는 설정도 있고 이런 부분은 착실하게 전투 시스템 속에 녹아있다.

 

사실 처음에는 이런 귀여운 캐릭터들로 분위기가 날까 싶은 우려도 있었는데, 정작 게임을 진행해보면 잔인한 묘사와 투박한 3D로 구현된 던전의 기괴한 광경들의 향연이 펼쳐져 사실상 공포 중화제의 역할을 하는 수준.

 


​효과음도 꽤 기괴하다. 여기서는 죄수들의 아우성이 수시로 들려온다. 

 

■ 살아있는 감옥

 

살아있는 감옥으로 언급되는 감옥탑의 설정을 게임 내에서 잘 구현했다. 플레이어는 전투와 던전 내의 변화를 통해 감옥탑이 살아있다는 것을 느끼게 되기도 하고, 다양한 기믹을 돌파하며 길을 여는 던전 RPG의 즐거움도 느낄 수 있다. 2D 캐릭터들이 등장하는 게임에 대해 편견을 가지고 있다면 신옥탑 메리스켈터2의 던전 파트는 꽤 충실하다는 점을 전하고 싶을 정도.

 

감옥탑의 곳곳에는 가시가 튀어나오는 바닥, 추락함정 같은 고전적인 함정부터 외줄타기로 중심을 잡으면서 지나가야하는 로프나 타고 넘어갈 수 있는 로프, 특정 구역을 빠르게 돌아다니는 광차 같은 기믹들이 다수 등장해 혈식소녀들의 혈식 능력을 사용하면서 돌파하는 재미가 있다. 또 이런 기믹들 중 일부는 단순히 던전 기믹에 그치지 않고 전투에도 개입하는데, 예로 바닥에서 솟아나오는 가시 발판 위에서 전투 인카운트가 시작됐다면 해당 전투에서 일시적으로 외부적 요인이 배제되는 것이 아니라 전투 도중에도 가시가 올라와 전투에 기믹이 더해진다. 이런 기믹들은 플레이어의 전략적 결단을 유도하며 전투의 긴장감과 난이도를 높인다.

 

감옥탑은 가끔씩 괴성을 질러대기도 하고, 3대 욕구와 기분 패러미터까지 보유하고 있어 플레이어가 어느 정도 눈치를 봐야하는 존재다. 단순한 던전이 아니라 살아있는 던전이라는 느낌을 내는 연장선인데 식욕, 성욕, 수면욕의 3대 욕구를 특정 행동으로 충족시켜준다면 혈식소녀들에게 프리즌 보너스 룰렛을 제공한다. 허나 프리즌의 욕구를 만족시킬 수 없다면 메르헨이 강해지기도 하며, 프리즌의 기분을 심하게 해치면 본작의 강력한 적 나이트메어가 조기 등장하면서 플레이어를 괴롭히기도 한다.

 


 

 

 

나이트메어들은 그들보다 하위의 존재인 메르헨을 관리하는 강력한 적이다. 스토리에서도 나이트메어가 등장하자 혈식소녀들이 밀리는 연출을 보여주고 실제 전투에서도 강력하기도 하다. 더불어 이들은 살아있는 던전에서도 굉장히 위협적인 존재로 흰색 안개가 짙어진 구역에서 출몰하며 이들의 등장과 함께 학살 술래잡기 모드가 개시된다. 학살 술래잡기 모드에서는 던전의 지도가 가려지고 플레이어는 기억하고 있는 길을 찾아 빠르게 도망치지 않으면 나이트메어의 공격을 받는다.

 

기존에는 1칸씩 이동할 때마다 시간이 흐르는 느낌이었다면 나이트메어의 학살 술래잡기 모드는 플레이어가 움직이지 않는다고 나이트메어가 기다려주지 않는다. 빠르게 움직이지 않으면 붙잡히게 되고, 도중에 전투 인카운트가 발생해도 던전 기믹처럼 나이트메어는 계속해서 플레이어를 쫓아온다. 이때 따라잡힐 경우 나이트메어까지 전투에 난입한다. 조금 게임에 숙련된 플레이어는 아예 일부러 잡혀서 나이트메어를 전투에서 기절시킨 후 유유히 도망치는 전략을 사용하기도 한다. 그래도 첫 등장시에는 굉장히 기괴한 모습과 괴성에 플레이어를 당황시키기엔 충분한 강적이다.

 


​으아악 이게머야 

 

■ 피가 낭자하는 턴 기반 전투

 

살아있는 던전과 맞물리는 유혈 낭자 배틀은 혈식소녀의 설정과 함께 전투에서도 중요한 시스템의 한 축이다.

 

전투는 속도 기반으로 행동 순서가 결정되는데 주인공인 츠우와 잭은 다른 파티원과 달리 차례를 같이 공유하기 때문에 한 번에 2회의 행동을 할 수 있다. 두 사람의 능력을 1턴씩 사용한다거나 츠우 또는 잭이 2개의 행동을 혼자서 사용하게 하는 것도 가능하다. 또 잭과 함께 있는만큼 이들만의 특수 커맨드도 있어서 이를 활용하면 한결 전투의 환경이 개선되는 편이다. 게다가 해당 커맨드는 상황에 맞게 사용하지 않으면 파티의 전멸 및 게임오버를 유도하기도 하니 주의가 필요하다.

 

이외에도 다양한 기믹이나 시스템이 전투에 개입한다. 상술한 던전 기믹에서의 전투 발생은 전투 중 기믹으로 인한 영향들이 나타나고 나이트메어의 경우는 전투에 난입하곤 한다. 기본적으로 메르헨 등의 적을 처치하면 분홍색 피가 뿜어져나오는데, 이 피를 뒤집어쓰면서 혈식 게이지가 모두 차면 다음 차례에는 제노사이드 모드로 변신하면서 강력한 위력의 스킬을 발동시키게 된다. 제노사이드 모드는 피보라를 계속 뒤집어쓰면 변하는 강력한 키가 되기도 하지만 전투 오염으로 캐릭터의 게이지가 점점 혼탁해지고 이를 적절한 때에 정화하지 못한다면 폭주 상태인 블러드스켈터 모드로 돌입해 피아식별 없이 모두를 공격하게 된다. 이를 정화하는 선택지도 몇 가지가 주어지니 상황에 맞게 활용할 필요가 있다.

 


 


​블러드스켈터 모드(상), 크리티컬 예고(하) 

 

아예 제노사이드 모드로의 돌입을 제어하는 방법도 있는데, 피보라를 맞은 혈식소녀의 피를 다른 혈식소녀가 핥아서 혼혈 스킬을 발동시키고 혈식소녀의 피보라 게이지를 줄이는 것도 가능하다. 혼혈 스킬은 회복 및 방어 계열의 스킬로만 구성되어 있어 적절히 사용하면 파티 생존에 큰 도움이 되기도 한다. 또, 카고메카고메라는 시스템은 적을 뒤로 돌아서게 하는 시스템으로 이 상태에서는 강력한 공격이 가능하다.

 

그리고 전투 후 획득한 피는 던전에서 혈식 능력처럼 뿌릴 수 있는데, 이걸 잘 이용해서 뿌려두면 나이트메어가 등장했을 때 당황하지 않고 핏자국을 따라가면 더 쉽게 탈출하는 것이 가능하다. 당황해서 막다른 길로 몰리지 않도록 주의.

 


 

 

 

■ 비로소 완성된 신옥탑

 

전작이 명작이라고 평가를 받는다면 후속작이 그 아성을 깨는 것이 생각만큼 쉽지 않은 편이나 신옥탑 메리스켈터2는 전작의 평을 넘어 더 좋은 평가를 받기에 손색이 없는 작품이다. 물론 어찌보면 프리퀄인데다 리메이크 버전에서 대부분의 스토리가 해소되는 식이니 2라는 넘버링이 조금 퇴색되기는 하지만 말이다. 또, 노벨라이즈와 연계되는 이야기를 가진 작품의 특성상 해당 작품이 발매되지 않은 곳에서는 다소 스토리를 완전체로 받을 수 없다는 점은 아쉽다. 신옥탑 메리스켈터2만으로는 작품이 완결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프리퀄이라는 표현에 딱 맞는 작품.

 

리메이크판을 그냥 제공한다는 점에서 일단 좋은 평을 깔고 들어가는데 이 리메이크가 명 리메이크라고 호평을 받는 작품들의 수준은 아니지만 그래도 각 플랫폼에 포팅하면서 무늬만 리메이크라고 우기는 작품들에 비해 월등히 뛰어난 수준의 리메이크 수준을 보여준다. 마침 시열대도 2편이 먼저니 2편을 플레이하고 1편의 리메이크를 즐기라는 개발사의 안배가 느껴지는 부분.

 

던전 RPG로서의 가치와 재미도 꽤 있는 편이다. 살아있는 감옥이라는 주요 설정과 맞물려 실시간으로 던전 내 활동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들이나 던전 RPG 특유의 즐거운 요소들을 갖추고 있고 각종 기믹을 파훼하는 방법, 기괴한 모습의 던전이 주는 긴장감, 긴박함 등 다양한 방면에서 좋은 평가를 내릴만한 부분이 두루두루 존재한다. 적어도 게임을 하면서 지루하다는 느낌은 그다지 들지 않아서 던전 RPG를 좋아한다면 해보는 것도 좋을 것.

 

 

 

게임 내적으로 스토리 진행이 전형적으로 떠올리는 오덕오덕한 대사들의 향연이기 때문에 오그라드는 대사 등에 면역력이 약하다면 초반부부터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있다. 애초에 그런 컨텐츠를 싫어하는 사람이 신옥탑 시리즈에 관심을 두지는 않을 것 같기는 하지만 정말 오그라드는 대사들이 조금 있으니 주의. 또, 농밀한 수준까지는 아니지만 주인공인 츠우와 인어공주가 서로 결혼했다며 시시각각 관련 언급을 하거나 호감도 이벤트에서 그런 분위기를 내기 때문에 소위 백합 장르에 굉장히 약한 사람도 조금 고민이 필요. 물론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진한 묘사는 없다.

 

전반적으로 신옥탑 메리스켈터2는 전작의 강점을 더욱 개선해 던전 RPG의 완성도를 한층 높인 점이 눈에 띄며, 여기에 매력적인 캐릭터 및 세계관이 잘 어울려져 전작 이상의 재미를 보여주니 이런 류 게임에 관심이 있는 유저라면 한 번 즐겨보기 바란다.

 

한편, 특전으로는 연애 시뮬레이션 장르의 짧은 연옥탑 메리스켈터를 즐길 수 있다. 전체적으로 무겁고 잔인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본편과 달리 이쪽은 완전히 팬들을 위한 서비스 개념으로 플레이 타임 자체도 짧지만 분위기가 굉장히 밝은 일종의 팬디스크다.​ 

 

 

 

 

조건희 / desk@gameshot.net | 보도자료 desk@gameshot.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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