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대한 고전풍 RPG, '필라스 오브 이터니티2:데드파이어'

일진일퇴
2018년 05월 31일 15시 40분 14초

2015년 출시된 옵시디언 엔터테인먼트의 RPG '필라스 오브 이터니티'를 잇는 후속작이 지난 9일 출시됐다.

 

'필라스 오브 이터니티2'는 전작 출시 후 약 1년 뒤인 2016년 5월 경부터 개발을 진행한 작품으로 필라스 오브 이터니티가 그랬던 것처럼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제작이 진행됐으며 크라우드 펀딩 개시 첫 날 곧바로 펀딩 목표액을 달성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전작이 베테랑 제작진들의 참여로 눈길을 끌었다면 이번 작품에서는 상대적으로 신인들이 프로젝트에 발을 담기도 했다.

 

필라스 오브 이터니티2에서는 시작하자마자 오드누아의 무한성에 안치된 거대 영혼석 조각상에 에오타스가 현신해 전작에서 플레이어가 기반을 다지고 재건한 캐드 누아를 순식간에 쑥대밭으로 만들어버리고, 이 사건으로 인해 빈사의 상태에 접어든 주시자가 저승의 신인 베라스의 요구로 에오타스의 앞을 막기 위한 여정을 시작하게 된다.

 

 

 

■ 전작의 선택도 영향, 에오타스를 막다

 

이쪽 장르에서는 유명한 BDG의 진행방식과 흡사한 필라스 오브 이터니티2의 메인 스토리는 서두에서 언급한 것처럼 현신하고 캐드 누아를 박살낸 신격 에오타스의 목표를 저지하기 위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플레이어의 캐릭터인 주시자가 생사의 경계에서 베라스를 만나러 가기 위해 걷는 동안 필라스 오브 이터니티의 이야기들을 축약해 배경에서 보여주며 베라스의 요구를 받으며 전작에서 주시자가 밟은 길을 선택하게 된다. 몇 가지 프리셋이 준비돼 전작에서 플레이어가 어떤 플레이를 했느냐를 고르는 것에 따라 작중에 등장하는 인물이 이미 사망한 상태가 되기도 한다. 또, 전작을 플레이 했던 플레이어는 전작의 세이브 데이터를 가져와 그대로 작중에 반영하는 것도 가능하다.

 

캐드 누아에서 빈사에 빠져 돌입했던 생사의 경계로부터 생환한 플레이어는 어딘가로 향하는 배의 선실에서 깨어나 에데어 테일레시와 대면하게 된다. 전작을 즐겼던 플레이어라면 눈치챘겠지만 에데어는 전작에서 등장했던 캐릭터로 본 작품에서도 가장 처음 주시자의 동료로 합류하게 되며 이후 특정 캐릭터와의 연애 요소가 있는 인물이기도 하다. 전작에서는 주시자의 선택지에 따라 연인이 되기도 하는 인물이 등장해 연애의 편린을 보여줬다면 이번 작품에서는 주인공을 비롯한 동료들과의 연애 관계가 발생하기도 하는데, 처음으로 도입된 연애 시스템은 아직은 빈약하다고 느껴질 정도의 단순한 볼륨을 갖추고 있다.

 

 

 

주시자는 에오타스의 음모를 막기 위해 데드파이어 군도에서 여행을 하게 된다. 특징적인 것은 메인 퀘스트의 분량이 그렇게 많지는 않다는 것이다. 메인 퀘스트 일직선으로 진행하면 플레이 타임이 크게 줄어들지만 그를 대신하듯 서브 퀘스트가 많은 분량을 차지한다. 데드파이어 군도에서는 배가 여행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 서브 퀘스트를 진행하기 위해 섬에서 섬으로 옮겨다니며 새로운 땅의 모험을 즐긴다는 느낌을 제공하므로 이로 인한 플레이의 즐거움이 더해진다.

 

개인적으로는 NPC와의 상호작용 같은 자잘한 요소는 전작에서 더욱 빛났다는 느낌.

 

 

 

■ 공을 들인 캐릭터 메이킹

 

베라스와 만나 대화를 하며 진행되는 캐릭터 커스터마이즈 자체는 자유도가 아주 높다고 할 수는 없고 적당한 수준의 외형을 제공한다. 하지만 그것은 외형의 이야기고, 종족부터 시작해 문화나 무기 숙련 등 선택할 수 있는 요소들이 굉장히 다양해 많은 횟수로 게임을 즐겨도 새로운 느낌의 캐릭터를 생성하는 것이 가능할 정도다. 특히 필라스 오브 이터니티2에서는 하나의 단일 직업만이 아니라 두 개의 직업을 혼합한 다중 직업을 선택할 수 있어 원한다면 개성적인 다중 직업으로 에오타스의 음모를 저지하는 것도 할 수 있다.

 

선택할 수 있는 종족이 인간, 올란, 화신족, 엘프, 드워프, 오모아의 6종이며 종족마다 오르는 기초 능력치에 차이가 있다. 경우에 따라 올란 같은 경우는 힘에 -1 보정이 들어가기도 한다. 또 종족을 선택하면 끝이 아니라 그 아래 세부 종족으로 인종 등의 차이가 발생하기도 한다. 인간종을 선택하면 세부종족으로 흰 피부의 초원족, 검은 피부의 해안족, 그리고 사바나족 등이 존재한다.

 

 

 

앞서 언급한 새로운 다중 직업 시스템은 개성적인 직업 시스템이나 메리트만 있는 것은 아니다. 단일 직업 캐릭터는 하나의 직업에 온전히 집중하는 만큼 높은 레벨의 권능에 더 빨리 접근할 수 있는 반면 다중 직업 캐릭터는 두 개의 직업이 가진 권능을 선택할 수 있으나 높은 레벨이 필요한 권능에 늦게 접근하는데다 최고 레벨의 권능은 사용할 수 없다는 결점도 가지고 있다. 필라스 오브 이터니티2에서는 많은 요소들이 이점과 함께 단점이 동시에 존재한다.

 

직업의 종류도 굉장히 다양하다. 첫 번째 직업으로 바바리안, 챈터, 영매사, 드루이드, 전사, 수도승, 성전사, 사제, 레인저, 도적, 마법사를 선택할 수 있고 각각의 직업에는 몇 가지 하위 직업이 준비되어 있다. 예로 레인저는 하위 직업으로 유령 펫과 함께하는 유령의 심장, 강력한 일격을 입히지만 회복이 느려지는 등의 결점이 있는 명사수, 펫이 멀리 떨어지거나 전투 불능에 빠지면 큰 실의를 느끼는 밀렵꾼의 3종이 있고 마법사는 소환술사, 부여술사, 전송술사, 환상술사, 변화술사의 5종 하위 직업 중 하나를 선택 가능하다. 혹은 하위직업을 선택하지 않고 첫 번째 직업만으로 진행할 수도 있다.

 


 

 

 

이후 출신지와 과거의 직업, 캐릭터 초상화와 외형을 설정하면 본격적으로 에오타스를 막기 위한 여정이 시작된다.

 

새로운 다중 직업의 등장 자체는 흥미로우나 직업 사이의 밸런싱에 있어서는 조정이 필요하다. 단일 직업에서도 압도적으로 강한 직업이 있거나 하는 상황에서 다중 직업도 영 쓸모가 없는 직업이 있는 반면 사기적인 수준으로 시너지를 발휘하는 다중 직업도 있는데, 다양성이 장점인 작품에서는 형평성 있는 다양한 직업이 등장해 활약할 수 있다면 하는 바람이 있는 만큼 특정 직업의 격차가 큰 것은 조금 아쉽게 느껴지는 부분.

 

 

 


​동료 합류 시에도 다중 직업 설정 가능 

 

■ 향상된 AI와 함께하는 전투

 

필라스 오브 이터니티2의 전투는 앞에서도 언급한 것처럼 BDG와 비슷한 형태로 진행된다. 실시간으로 펼쳐지는 전투에서 플레이어는 일시정지 기능을 활용해 보다 효율적인 전투를 펼쳐 적을 압도할 수 있다.

 

전투는 파고들면 다양한 방식으로 진행할 수 있다. 단순하게 적을 공격해 처치하는 것부터 일시정지 후 전략을 차근차근 짚어보는 것도 OK. 적이 제대로 공격하지 못하도록 방해하거나 은신한 상태에서 공격을 받지 않고 첫 공격을 안전하게 넣으며 시작하는 것도 가능하다. 전투 중 권능 부여를 통해 자신의 신체나 능력에 권능을 부여할 수 있다. 전투에서 한 번씩 활성형 능력에 권능 부여를 시전해 위력을 높이거나 자신에게 시전해 직업별 능력의 일부를 회복하는 방향으로 활용한다. 최종적으로 전작에 비해 한 명 줄어든 5명의 파티를 운영하게 된다.

 

이번 작품에서는 AI 스크립트가 전작보다 세세하게 동료에게 적용돼 전투에 앞서 전략을 짜는 것이 보다 편리해졌다. 이미 필라스 오브 이터니티의 전투 시스템에 익숙한 플레이어에게는 더욱 쉽게 전략을 수립할 수 있도록 배려한 모습이 엿보인다. 그렇다고 신규 플레이어를 배척하는 것도 아닌 것이, 동료들에게 기본적으로 탑재된 AI 동작도 훌륭해 어느 정도 선까지는 별도로 복잡한 명령을 내리지 않아도 동료가 알아서 잘 싸우는 모습을 볼 수 있다.

 


 

 

 

■ 좋아졌지만 전에 비해 아쉬운 점도

 

선박 커스터마이징이나 배를 이용한 모험, 바다의 모험을 떠올리면 빼놓을 수 없는 갑판 위에서의 전투 등이 필라스 오브 이터니티2에서 구현됐다. 또, 소소하지만 중요한 점으로 게임 내 가독성이 향상됐다. 전작이 묘사를 한 번의 대사에 모두 때려박았던 것과 다르게 이번에는 긴 대사나 묘사는 몇 번으로 나누어 표시돼 한 번에 눈에 들어오는 분량으로 줄어 가독성이 좋아졌다.

 

하지만 전작에 비해서 아쉬운 점도 있다. 방대한 양의 서브 퀘스트가 모험 부분을 보충해준다고는 하지만 메인 퀘스트의 분량이 아무래도 적은 것이 아쉽다. 데드파이어 군도를 다니며 에오타스를 저지하기 위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데, 그 여정이 생각보다 짧아 볼륨이 아쉽다는 기분이 든다. 많은 서브 퀘스트가 보충해 주기는 하지만 그래도…….

 


 

 

 

선박 및 항해 시스템도 아쉬움이 남는다. 해상전이 단조롭고 선원들을 관리하는 것도 꽤 피곤하다. 바다 위에서 일어나는 해프닝들도 어딘지 모르게 다양성이 부족하고 모딩툴이 없어지거나, 마우스 조작이 익숙해지기 전에는 오조작을 일으키기 쉬운 부분도 경우에 따라서는 있다. 5명으로 줄어든 동료도 전투에서는 편리하지만 6명이나 데리고 다닐 수 있었던 것에 비해 조금 불편한 감도 있다. 그리고 동료를 많이 데리고 다니는 것을 좋아한다면 아무래도 아쉬운 변화.

 

필라스 오브 이터니티2는 고전 RPG의 특징을 든든하게 담아낸 필라스 오브 이터니티의 후속작으로, 비록 아쉬운 점도 있지만 전작을 즐겁게 플레이 했다면 무난하게 즐길 수 있는 작품이다. 또, 이런 계열의 RPG를 미처 해보지 못한 플레이어라도 다양한 대화 선택지의 결과나 전략적인 전투, 방대한 텍스트를 통한 이야기들이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BDG 이후 줄어든 이런 형태의 RPG를 좋아한다면 필라스 오브 이터니티와 속편인 본 작품을 즐겨보는 것을 추천.​ 

 

 

조건희 / desk@gameshot.net | 보도자료 desk@gameshot.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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