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시리즈의 시작으로, '어쌔신 크리드 오리진'

배경은 과거로, 게임은 새롭게
2017년 12월 05일 15시 57분 26초

2007년 시리즈의 첫 신호탄을 쏘아 올린 ‘어쌔신 크리드’ 이후로 10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그동안 시리즈의 큰 기둥이 되는 게임을 포함하여 소설과 만화, 영화에까지 근 50종에 달하는 미디어 믹스가 전개되었고, 르네상스 시대, 프랑스 혁명, 미국 독립 전쟁 등 인류 역사의 굵직한 전환점이 되는 많은 시대가 배경으로 등장하였다.

 

그러나 그중 단 한번도 첫 어쌔신 크리드가 다루었던 11세기 십자군 혁명 이전은 다루어지지 않았다. 암살단의 시초가 고대 이집트 시대였다는 점이 넌지시 언급되어오던 적은 몇 번 있었지만, 음모론을 시나리오의 주요한 바탕으로 삼고 있는 시리즈인 만큼 기록으로 전해지지 않은 수많은 미스터리들이 도사리고 있는 ‘고대 이집트’라는 달콤한 배경은 헛되이 소모할 수 없는 달콤한 소재였을 것이다.

 

그러나, 시리즈의 큰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기대되었던 ‘유니티’가 대 실패를 거두고, ‘신디케이트’가 평가는 좋았지만 예상보다 흥행하지 못한 상황에서, 시리즈를 환기시킬 필요가 있었던 유비소프트는 1년에 하나씩 내놓던 정책을 폐지하고 2년의 개발 기간을 들여 꽁꽁 싸매두었던 암살단의 기원을 다루는 ‘어쌔신 크리드 오리진’으로 다시 한번 반등을 노리게 된다.

 

 

 

■ 고대 이집트를 배경으로 한 신작

 

이번 작품은 기원전 1세기 고대 이집트의 프톨레마이오스 왕조 시대를 배경으로 하여 치안부대인 ‘메자이’의 마지막 일원 ‘바예크’를 주인공으로 한다. 여느 어쌔신 크리드 시리즈가 그리하였듯, 주인공은 프톨레마이오스 13세와 클레오파트라 7세의 반목이라는 실제 역사 속 사건에서 클레오파트라를 왕위에 옹립하기 위해 그림자 속에서 활약했던 세력으로 등장하며, 당시 이집트가 로마의 영향을 많이 받았던 만큼, 익히 들어 보았을 카이사르(시저)나 폼페이우스 같은 실제 역사적 인물들과 함께 널리 알려진 실제 역사 속 사건들의 중심에서 활약하게 된다.

 

어쌔신 크리드가 ‘애니머스’라는 기계를 통해 유전자 속 과거 인물들의 기억을 체험한다는 컨셉을 쭉 유지해 온 만큼 메인 스토리는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과거와 현대 파트로 나뉘어진다. 현대 파트에서는 어쌔신 크리드 3편 이후 1인칭으로 진행되던 플레이 방식이 다시금 3인칭으로 돌아와 과거 파트와 동일한 감각으로 플레이할 수 있게 되었다.

 

어쌔신 크리드와 같은 오픈 월드 게임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지형에서는 대부분 건물이 많은 도시를 배경으로 지붕과 지붕을 넘나들었던 전작들과는 달리 시대적인 배경 상 사람들이 사는 마을이나 도시의 규모들이 그렇게 큰 편이 아니다. 또한, 도시 각각의 간격이 넓은 만큼 진행의 많은 부분을 낙타와 같은 탈것을 타고 산악 지형이나 사막과 같이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야생에서 할애하게 된다.

 

 

 

그렇기에 시리즈 전통적으로 이동 방법 중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벽타기 또한, 인공물 외에도 바위산과 같은 산악 지형을 오르내리는 경우가 잦은 편이며, 건물들 또한 높낮이가 있는 지형에 세워져 있어 저층 건물임에도 벽을 탈 만한 환경이 만들어져 있다.

 

또한, 자연물들의 외형이 규칙적이지 않은 만큼, 따로 잡고 매달릴 턱을 찾지 않더라도 대부분의 지형에 자연스럽게 매달릴 수 있게 되어, 한때 일종의 퍼즐과도 같이 활용되었던 벽타기에서의 길찾기 요소는 거의 사라졌다고 보아도 좋다.

 

전작들에서 제작 재료 수급용 그 이상은 아니었던 야생동물들 또한 마치 동사의 파 크라이 시리즈를 보듯 본격적으로 생태계가 구현되어 있어, 악어가 물가의 새들을 덮친다던가, 하이에나 떼가 무리를 지어 사냥하는 등, 한층 자연스러운 야생 환경을 보여주고 있다.

 

 

 

■ 전작과 분위기가 다른 점이 특징

 

전체적인 게임 시스템은 시리즈의 첫 출시 후 근 10년 가까이 이어져오던 매너리즘을 탈피하겠다는 듯, 송두리째 갈아엎어졌다. 전투의 경우 시리즈 첫 작품부터 변함없이 이어져 왔던 “공격 도중 타이밍에 맞춰 반격”을 버리고, R1과 R2 버튼을 이용하여 약공격과 강공격을 조합해서 싸우는 형태로 바뀌었다. 타이밍만 맞추면 알아서 뚝딱 진행되던 만능 반격은 사라졌고, 대신 회피로 적의 공격을 피하거나 방패로 막아낸 후 빈틈을 노려 공격하는 방식이 유효하게 되었다.

 

암살과 잠입 요소가 그나마 전작과 비슷하지만, 레벨 격차가 나는 적은 아무리 뒤를 잡아도 한 번에 죽일 수 없게 되었고, 동시 암살이 사라졌기 때문에 레벨 업 보상인 능력 포인트로 습득해야 하는 ‘연속 암살’을 통해서만 깔끔하게 복수의 적을 암살할 수 있게 되어 잠입 플레이의 난이도는 올라갔다고 보아야겠다.

 

캐릭터의 성장에서는 전작 신디케이트에서 처음으로 도입되었던 10단계의 레벨 시스템이 수십단계로 나누어져 보다 본격적으로 적용되었는데, 마치 RPG 게임을 보듯 레벨 격차가 나는 적에게는 데미지가 거의 들어가지 않을 정도로 극단적으로 적용되어 있는 것이 특징이다. 덕분에 스토리라인을 다루는 메인 퀘스트를 따라가려면 레벨을 바득바득 올려야 하나, 다행히도 수많은 사이드 퀘스트들이 맵에 산재되어 있어 무의미한 레벨 노가다를 할 필요까지는 없다. 다만, 사이드 퀘스트들에 얽힌 스토리는 그렇다 치더라도, 많은 퀘스트들의 형식이 지역만 다를 뿐 동일한 구성을 보이고 있다는 데에서는 아쉬운 부분이다.

 

장비 역시 RPG 마냥 등급과 랜덤 옵션이 붙는 파밍 요소가 첨가되어, 적 보스를 해치우거나 숨겨진 보물 상자를 열고 퀘스트를 클리어하여 보상을 받는 등 지극히 RPG스러운 방식으로 장비를 획득할 수 있게 되었다. 특이한 것은 마음에 드는 옵션이 달린 높은 등급의 장비를 찾아낸다면 플레이어의 레벨이 올랐다고 해서 다른 고레벨의 장비로 바꿀 필요 없이 대장간에서 돈을 주고 강화하여 아이템의 능력치를 플레이어의 현재 레벨에 맞출 수 있다는 것. 때문에 굳이 다른 RPG처럼 아이템 파밍에 필사적으로 매달릴 필요는 없다.

 

 

 

맵 곳곳에 숨겨져 모든 도전 과제를 해결하는데 가장 큰 장벽이 되었던 수집 요소들은 이번 작품에서 흔적도 없이 송두리째 사라졌다. 그나마 숨겨져 있는 보물 상자도 마치 ‘고스트 리콘’의 드론을 연상시키는 독수리 세누의 눈으로 하늘에서 숨겨진 보물이나 퀘스트 목표물을 탐지해낼 수 있는 시스템이 추가되어 쉽고 간편하게 찾아낼 수 있다. 다행히도 탐험 요소에서는 천장이 막혀 있는 동굴이나 피라미드나 스핑크스 같은 불가사의한 건축물들이 그 역할을 다 하고 있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될 듯하다.

 

사실 과거로부터 시리즈를 쭈욱 플레이해 온 사람이라면, 그래픽적인 향상 이외에도 사실상 매번 같은 게임을 플레이하는 듯한 매너리즘을 벗어나기 위한 전환점이 필요하다는 데에서는 그 필요성을 느끼고 있었을 것이다. 그렇기에 여러 시스템들이 눈에 띄게 심화화된 이번 변화는 긍정적인 평가를 줄 수 있으며, ‘어쌔신 크리드 오리진’이 충분히 만족스러운 완성도를 보여주고 있다는 데에서는 이견이 없다.

 

하지만 적어도 전작들에서 이미 정점을 찍고 있었던 부분들, 특히 상황에 따라 미리 짜여진 스크립트가 만들어내는 호쾌한 연출로, 일대 다수를 상대하는 전통적인 전투 방식이 마치 다크 소울 시리즈를 따라 한 것만 같이 변해버린 데에서는 시리즈의 팬들에게 호불호가 갈릴만한 부분이 아닐까 싶다.

 

 

이형철 / desk@gameshot.net | 보도자료 desk@gameshot.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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