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모바일 신작 3종, 긍정적 시작 보여줘

이런 작품들이 필요했다
2017년 03월 06일 08시 54분 22초

절반을 넘어선 2017년 1분기는 마치 스마트 플랫폼 게임의 여명기를 다시 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드는 분기라고 말할 수 있다. 물론 그 당시에 쏟아져 나온 다양한 수작들이나 실험적인 작품들의 물량, 작품성을 이기기란 쉽지 않고 실제로 오늘 이야기를 할 1분기 작품은 세 작품에 한하기에 엄밀히 말하자면 완벽하게 그때의 작품성이 부활했다곤 할 수 없겠지만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 이야기 할 세 작품은 수년 동안 금방이라도 끝장날 것 같은, 실제로도 언제 관심이 뚝 떨어져도 이상하지 않을 반복과 표절의 연속이었던 흐름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틀어놓을 수 있는 작품들이다. 더 나아가, 그간 각각의 개발사들이 안전하게 수익을 추구할 수 있었던 과금 시스템과 결여됐던 작품성 사이의 밸런스를 어느 정도는 제시하고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이번에 소개할 신작들은 과금을 하지 않거나 그렇게 많이 하지 않더라도 충분히 게임으로서 기능을 갖추고 있고, 플레이어가 즐길 수도 있는 작품들로 체인크로니클을 통해 한때 모바일 RPG를 국내에 서비스 했던 세가의 '오르텐시아 사가', 소프트뱅크벤처스로부터 23억의 후속투자를 받으며 꾸준한 관심을 받았던 베스파의 프로젝트 '킹스레이드', 최초의 스마트 플랫폼 완전 유료 게임을 출시한 넥슨의 '애프터 디 엔드:잊혀진 운명'이다.

 


 


 

 

 

■ 오르텐시아 사가

 

세가의 오르텐시아 사가는 실시간 액티브 스킬바를 바탕으로 진행되는 턴 기반 실시간 SRPG 작품으로, 세가의 전작인 체인크로니클에서 영감을 얻은 것인지, 체인크로니클을 연상시키는 장면들이 종종 있었다. 플레이어와 관련이 있는 소형 캐릭터로 체인크로니클의 피리카가 있었다면, 본 작품에서는 쿠가 있고 여행의 동반자이자 사연이 있는 캐릭터로 사건의 중심에 있는 존재인 캐릭터로 체인크로니클의 피나에 해당하는 인물인 마리유스가 있다.

 

전투는 다소 취향을 탈지도 모르는 시스템으로 무장했다. 실시간으로 각각의 캐릭터가 쿨타임을 가지고 있으며 상단에 위치한 다섯 칸의 대기열에 공격 순서를 선점하는 식으로 전투에 임하고, 몇 가지 공격 특성에 따라 공격을 가하는 범위도 정해져 있어 상대의 진형 상태나 타일 위치 등을 고려해야 하는 등 단순해보이면서도 나름대로 단순하지 않은 시스템이다.

 

플레이어가 게임을 진행하면서 점차 많은 캐릭터들을 만나게 되고, 메인스토리에 관여하는 캐릭터와 서브 스토리에서 활약하는 캐릭터가 확실하게 나뉘어 있는 것 역시 닮았다. 스토리에도 심혈을 기울인다는 점 역시 전작에서의 긍정적인 면을 끌어다 놓은 셈이다. 일본에서는 3부가 시작된 메인스토리는 플레이어가 몰입에 빠지기 쉽도록 짜여 있고, 도전적인 스토리보다는 왕도적인 전개를 주로 펼쳐나가는 편이다. 각각의 캐릭터마다 보유하고 있는 서브 스토리는 주인공과의 해후부터 그 이후의 이야기까지를 짤막하게 다룬다.

 

 

 

메인스토리와 서브스토리 외에도 메인스토리의 과거 시점을 다룬 외전도 본편에서는 종종 언급만 되던 이야기들을 다뤄 플레이어의 궁금증을 충족시켜준다. 메인스토리는 전력만 허락한다면 쭉쭉 진행할 수 있지만 외전이나 캐릭터별 스토리인 기사전은 특별한 조건을 달성해야만 개방되는 형식이므로 모든 기사전을 보기 위해서라면 플레이어는 모든 캐릭터를 파티에 편성해 게임을 즐겨야 한다. 각각의 기사전은 회차가 3회 정도로 짧지만 하나의 캐릭터를 집중적으로 다루는 내용이기 때문에 캐릭터들의 개성이 잘 드러나 흥미를 끈다.

 

오르텐시아 사가는 스토리에 대해서는 크게 꼬집을 부분이 없을 정도로 스토리 관련 컨텐츠에 집중한 작품이다. 또, 대책도 없이 스케일만 실컷 벌려두고 던져둔 떡밥도 회수하기는 커녕 그 결말을 보기도 힘든 스마트 플랫폼 게임들 사이에서 세가의 전작인 체인크로니클은 비록 국내 철수는 결정했지만 일본 서버에서는 여전히 서비스를 이어가며 성공적으로 주인공과 피나, 의용군들의 이야기인 1부를 마친 후 2부의 이야기를 출시한 상태다. 앞서 말했던 것처럼 오르텐시아 사가 역시 올해부터 3부가 시작된 바 있으며, 국내 서비스에 난항을 겪지만 않는다면 끝맺음이 확실한 스토리 기반 SRPG를 충실하게 즐길 수 있을 전망이다.

 

캐릭터들은 뽑기를 통해 수급하지만 생각보다 자주 퍼주는 편이고, 스토리 등을 플레이 하기 위한 스태미너 역시 푸시 선물 등을 통해 자주 제공하는 편이라 진도를 꽤 빨리 뽑을 수 있다. 싱글 플레이 방면에서는 나쁠 것 없는 작품이지만 역시나 길드 컨텐츠인 기사단전을 본격적으로 즐기려면 자연회복만으론 힘들 것이다. 거기에 기사단전 전용 재화를 통해 획득 가능한 SSR을 최종단계까지 한계돌파하려면 더 많은 고생이 요구될 것.

 

 

 

■ 킹스레이드

 

먼저 소개한 오르텐시아 사가가 턴 기반 실시간 SRPG 장르였다면 베스파의 킹스레이드는 턴을 기반으로 하지 않는 실시간 RPG라고 부를 수 있다. 캐릭터들이 자동으로 전장을 누비며 전투를 벌이고, 플레이어는 스킬을 발동시켜주는 간단하고 보편적 방식의 신작이지만 몇 가지 장점들이 특별함을 만들어낸다. 심지어 이 단순한 전투 방식 역시 들여다 보면 그리 단순하지만은 않고, 오히려 다양한 시스템들이 눈에 띄고 작품에 들인 공을 엿볼 수 있어 킹스레이드의 매력을 좀 더 느끼게 된다.

 

전투는 실시간으로 진행되지만 플레이어가 직접 공격 타깃을 지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플레이어가 스킬을 사용했을 때 빠르게 누를 수만 있다면 동시에 여러 캐릭터가 스킬을 발동하는 것도 가능하고, 사정거리 바깥에 캐릭터가 위치하면 스킬 사용을 위해 거리를 좁히기도 한다. 단순히 스킬 쿨타임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며 스킬 발동에 필요한 코스트 시스템이 있어 신중하면서도 빠른 선택을 요구해 플레이에 긴박감을 더해주기도. 동시다발적인 스킬 발동이나 필드 곳곳에 위치한 적들을 처치하기 위해 뛰어다니는 캐릭터들을 보고 있노라면 난전을 잘도 표현했다는 기분이 든다.

 

연출적으로도 뛰어난 편이다. 스토리 자체는 오르텐시아 사가와 마찬가지로 왕도 전개를 따라가고 있지만 대화 장면에서도 3D로 표현된 캐릭터들이 다양한 구도와 표정, 몸짓을 보여줘 지루함을 줄여주고 전투나 이벤트 도중, 새로운 캐릭터 합류 시 보여주는 연출들은 시각적인 매력을 증폭시켜 플레이어가 킹스레이드의 매력을 제대로 느낄 수 있도록 돕는다.

 

 

 

캐릭터 뽑기 시스템은 없어 다행이지만 여관 시스템을 통해 오랜 시간을 들여 영웅을 영입하느냐, 아니면 과금 등을 통해 유료 재화인 쥬얼 수천 개를 지불하고 즉시 캐릭터를 구매하느냐는 플레이어의 선택에 달렸다. 대신 확정적으로 영웅을 획득할 수 있다는 점은 매력적이나 전용장비의 성능이 꽤 높은 탓에 장비 뽑기는 호황을 이룰 것으로 보인다. 이 역시 PVP 컨텐츠인 결투장 재화를 통해 느리지만 착실히 구입할 수 있기도 하다.

 

전투 자체의 재미나 연출적인 부분에서는 오르텐시아 사가보다도 더 매력적이다. 사실 장르 특성상 턴 기반의 SRPG인 오르텐시아 사가보다 훨씬 역동적이라 보는 맛이 더해지기 쉽다. 글로벌 시장을 염두에 두고 있어 처음부터 보이스는 영어 고정이라는 점이 아쉽다. 몇 개의 음성팩을 두고 선택이 가능했다면 더 좋았을 것. 물론 그랬따면 예산 문제가 더 커지겠지만.

 

 

 

■ 애프터 디 엔드:잊혀진 운명

 

그간 넥슨 게임을 많이 접해본 사람이라면 본 작품의 출시 소식이나 게임 플레이를 직접 경험하면서 적잖이 놀랐을지도 모른다. 그도 그럴 것이, 애프터 디 엔드:잊혀진 운명에선 넥슨 게임이라면 거의 대부분이 가지고 있었던 부분 유료 컨텐츠가 전혀 없기 때문. 본 작품은 스마트 플랫폼에 본격적으로 넥슨이 진출한 이후 처음으로 출시하는 완전 유료 게임이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안드로이드 구글플레이 스토어 기준으로 4,600원이니 애플 앱스토어의 경우 $3.99~4.99 정도에 준하는 작품이라는 말이기도 하다.

 

애프터 디 엔드:잊혀진 운명은 끊임 없는 투쟁의 역사를 가진 부족의 아들이 먼저 떠난 후 돌아오지 않은 아버지를 찾기 위해 선발되어 여정을 떠나는 이야기를 다룬 감성적인 퍼즐 장르 신작이다. 모래 바람이 일어나는 사막의 폐허를 지나, 음악이 울리는 장치를 조작해 지하의 유적으로 들어가다 떨어지는 바위에 위기를 맞이하거나 다양한 함정과 트릭으로 가득한 지하에서 파츠와 길을 찾아 헤메는 등 아들이 떠난 후 일련의 여정을 서정적이고 감성적으로 다루고 있다.

 

 

 

다소의 계단 현상이 보이기는 하지만 비주얼은 훌륭한 수준이며, 사운드 역시 처음 헤드셋을 권장할 정도는 된다. 마치 모뉴먼트 밸리를 떠오르게 하는 맵 트릭들도 종종 보이며 수시로 카메라를 돌려 길을 찾아나가는 퍼즐 장르 특유의 플레이 스타일은 만족스러운 편이다. 아버지의 시간과 아들의 시간이 같은 공간에서 펼쳐지는 연출 같은 경우는 인상적인 순간이다.

 

확실한 건 결코 게임의 가격이 아깝지 않은 작품이라는 사실.

 

 

 

■ 지킬 건 지키는 작품 계속되길

 

턴 기반 실시간 SRPG, 실시간 RPG, 퍼즐 어드벤처……세 작품 모두 장르적 특징 등은 조금씩 다르지만 적어도 대부분의 기성 출시작들과 비교했을 때 공유하는 공통점이 있다. '지킬 건 지킨다'는 점이다. 수년 동안 지속된 작금의 스마트 플랫폼 출시작들은 VIP 시스템을 전면에 내걸고 일일 퀘스트에 과금 요소를 반드시 끼워넣거나, 노골적인 과금 유도가 보이는 뽑기 시스템을 도입해 플레이어의 지갑을 터는 데에만 전전긍긍하는 모습을 보여준 것과 달리 '지름'이 '더 즐기기 위한 행위' 이상으로 넘어가는 일은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비록 애프터 디 엔드가 완전 유료 게임이니 당연히 그러는 편이 좋다는 이유도 있기는 하지만 다른 두 작품은 시장 추세에 따라 부분 유료화를 채택하고 있음에도 과한 욕심은 부리지 않고 있다.

 

출시 초기라 그렇다고? 그렇다면 출시 1개월 이내의 신작들을 대강 둘러보고 오자. 처음부터 돈 내놓으라고 노골적으로 외치는 게임 같지도 않은 게임들은 수두룩하게 널려 있지만 최소한의 게임성을 갖추고, 장르에 충실한 상태에서 큰 과금 유도가 없는 작품은 그리 많지 않다. 아직까지는 1분기에 사실상 이 세 작품보다 양심적인 작품은 거의 없었다. 오르텐시아 사가도, 킹스레이드도 RPG를 구성하는 기본 요소를 결코 겉핥기로 두지 않았으며 애프터 디 엔드는 유료 게임다운 훌륭한 퀄리티를 보여줬다.

 

꾸준히 이야기해왔던 것처럼, 매번 안전한 수익을 위해 플레이어의 지갑을 강제로 여는 것은 옳지 않다. 되다 만 작품으로 플레이어의 지갑을 호시탐탐 노리기보다는 이 작품들처럼 플레이어가 게임으로부터 만족감을 느낄 수 있고, 그로 인해 스스로 지갑을 열 수 있는 작품이 되어야 비로소 건강한 게임 시장의 시작점에 설 수 있을 것이다.

 

1분기의 수작들이 앞으로도 지킬 건 지키는 양심적인 작품들이 대거 출시되는 순기능의 시발점이 되길.​ 

 

 

조건희 / desk@gameshot.net | 보도자료 desk@gameshot.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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