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완성도에 감탄, ‘로스트 아크’

예상 밖의 엄청난 물건을 만났다
2016년 08월 30일 01시 11분 47초

국내 게임 시장이 모바일 위주로 재편된 이후, 시도 때도 없이 신작이 쏟아져 나오던 국산 MMORPG시장이 몇몇 대자본 게임들로 축소되고 그마저도 국내에서는 신통치 않은 성적을 거두고 있는 상황. 그 와중 2014년 11월 지스타에서 깜짝 공개되었던 스마일게이트의 ‘로스트 아크’는 디아블로 시리즈를 연상시키는 원초적인 쿼터뷰 핵 앤 슬래시에 각종 부가 컨텐츠를 결집함과 동시에 상당한 수준의 퀄리티를 보여주어 국내외 게이머들의 이목을 끌었다.

 

하지만, 그 이후 2년에 가까운 기간 동안 판교에서 진행된 한 차례의 FGT 외에는 일절 아무런 소식도 들려오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프로젝트의 존망이 염려된다는 목소리까지 나오던 상황에서 그 염려를 불식시키려는 듯, 1차 클로즈 베타테스트의 진행이 발표되었다. 수천명의 인원을 선발하여 8월 24일부터 5일간 진행된 클로즈 베타 테스트. 기대 반, 우려 반의 마음으로 테스트에 참여한 필자는 그곳에서 예상 밖의 엄청난 물건을 만나볼 수 있었다.

 


 

■ 1차 CBT, 어때?

 

로스트 아크의 베이스는 기존에 공개되었던 정보들에서도 능히 짐작할 수 있듯, 90년대 '디아블로'가 만들어낸 어떻게 보면 고전적이라 볼 수 있는 마우스 포인팅 기반 핵 앤 슬래시다. 디아블로가 마우스 왼쪽 버튼을 이동과 공격 모두에 병용하는 반면 로스트 아크는 마우스 오른쪽 버튼은 이동, 왼쪽 버튼은 제자리에서 마우스가 위치한 방향으로 평타를 사용한다는 점이 소소한 차이점이겠다.

 

스킬은 캐릭터의 레벨이 특정 레벨에 도달하면 자동으로 획득하여, 8개의 슬롯에 배치시킨 후 단축키를 눌러 사용하는 방식이다. 여느 게임처럼 캐릭터가 레벨 업 할 때마다 얻는 스킬 포인트를 소모하여 스킬 레벨을 업그레이드 하는 형식인데, 여기에 더해 스킬 레벨이 4, 7, 10에 도달할 때마다 스킬의 특성을 변경시킬 수 있는 3티어(단계)로 구성된 ‘트라이포드’가 열리게 된다.

 

각 티어에서 어떤 트라이포드를 활성화 하는가에 따라 공격 속성이 바뀌거나, 발동 속도가 느려지는 대신 공격 범위가 넓어지는 등 스킬의 성격이 크게 변화한다. 거기에 트라이포드는 언제든지 자유롭게 변경할 수 있기 때문에 괜히 스킬의 선택지를 넓힌다고 다수의 스킬들을 양산해 내지 않더라도, 소수의 내실 있는 스킬들로 플레이어의 스타일에 최적화된 맞춤형 구성을 만들어 낼 수 있다.

 

 

플레이어 성향대로 설정 가능한 트라이포드

 

 

 

이번 CBT에는 전사, 격투가, 거너, 바드의 총 4가지 클래스를 선택할 수 있다. 각 클래스는 히든 클래스로 설정된 바드를 제외하면 레벨 10에 프롤로그를 완성함으로써 2가지의 하위 클래스로 전직할 수 있다. 각 클래스마다 사용하는 무기와 스킬을 포함한 플레이 방식이 차별화 되어 있다는 것은 RPG라는 장르에서는 너무나 당연한 사실.

 

하지만 로스트 아크는 여기에 더해 ‘클래스 아이덴티티’라고 이름 붙여진 더욱 확연한 차별 요소가 존재한다. 전투로 얻은 분노 게이지를 소모하여 폭주 상태가 되는 버서커와 같은 비교적 평범한 것들부터 시작하여, 건랜스 탄환으로 포격을 가하는 워로드, 사용하는 무기를 핸드건과 샷건, 라이플로 즉석으로 바꿔가며 공격 스타일을 달리할 수 있는 데빌헌터 등 기존의 RPG에서 흔하게 찾아볼 수 있는 전투 자원의 차이 그 이상의 특별한 차별화를 두고 있다.


처음으로 선보이는 1차 CBT임에도 불구, 그야말로 차고 넘친다고 표현해도 과언이 아닐 컨텐츠도 백미이다. 최대 레벨로 설정된 30레벨까지 단 한번의 무의미한 사냥 없이 물 흐르듯 진행되는 ‘메인 퀘스트’들부터, 반복 노가다가 일절 필요 없는 깔끔한 마무리의 ‘서브 퀘스트’, 특정 지역에 진입하면 자동으로 발생하는 ‘돌발 퀘스트’, 지형의 고저차를 이용한 다양한 액션과 폭발물이나 함정 등의 오브젝트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인스턴트 던전’, 몬스터를 잡으면 랜덤하게 떨어지는 지도를 이용하여 발견할 수 있는 ‘비밀 던전’, 모든 메인 퀘스트를 클리어 한 유저를 위한 추가 임무인 ‘실리안의 지령’, 세계 곳곳에 갑작스럽게 발생하는 ‘카오스 게이트’, 거대 필드보스 ‘천둥날개’등 전투에 관련된 컨텐츠만 해도 현재 정식 서비스 중인 게임에 비견할 정도이다.

 


 

■ 탄탄한 컨텐츠 구성이 눈길

 

여기서 정말 높게 평가하고 싶은 부분은 MMORPG라면 빠지지 않는 반복 퀘스트나 반복 사냥 등을 일종의 수집형 도전 과제인 ‘모험의 서’와 ‘메달 수집’을 통해, 하고 싶은 사람은 하되 강제하지는 않는 부가 컨텐츠로 분리하였다는 점이다. 길 가다가 보이길래 때려잡은 우두머리 몬스터가 차곡 차곡 모험의 서에 기록되는 사소한 것부터, 짭짤한 보상으로 도전 욕구를 불러 일으키는 타임어택 미션까지. 끔찍한 노가다들이 동기를 부여하는 튼실한 콘텐츠로 재 포장되는 순간이다.

 

물론, 생활 컨텐츠도 빼놓을 순 없다. 1차 CBT에서는 25레벨 이후 식물 채집, 채광, 벌목, 낚시를 통해 자원을 채집하고, 이를 소모하여 여러 종류의 아이템을 제작할 수 있었다. 비록 이후 공개될 ‘항해’와 같은 다른 컨텐츠들에 비하면 정말 일부분이었지만, 별도로 구성된 생활 기술 메뉴를 통해 로스트 아크의 생활 컨텐츠가 단순 구색 맞추기 용이 아니라는 것은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지금까지 수 많은 국산 게임들이 ‘콘솔 게임에 필적한다’는 미사여구로 홍보해 왔었지만, 정작 현실은 메이저 게임들의 발끝도 따라가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로스트 아크는 탄탄한 컨텐츠 외에도 아낌없는 연출들을 통해 그 어떤 해외 메이저 게임들과 비교해도 전혀 꿇리지 않는 모습을 보여준다. 메인 퀘스트들을 진행하면서 인스턴트 존을 통해 인게임 그래픽으로 보여주는 화려한 컷신들도 박수를 보내 마지않는 수준이지만, 실제 게임 플레이와 자연스럽게 연계되어 등장하는 각종 소규모 연출들에서는 소위 ‘대작’이라고 불리는 다른 국산 MMORPG들에서 찾아보기 힘들었던 ‘장인정신’과 ‘정성’이 물씬 풍겨나고 있다.

 


생활 컨텐츠 등 갖가지 즐길 거리가 강점

 

 

 

■ 아쉬운 점이 있으나 충분히 개선 가능한 것들

 

일반적인 MMORPG의 1차 CBT를 플레이 하면, 완성도에서 “개발중”인 게임을 즐긴다는 느낌이 확연히 들기 마련이다. 하지만 로스트 아크의 1차 CBT는 그야말로 거의 완성된 게임의 일부를 선공개한 후 유저들의 반응을 지켜본다는 느낌이다.

 

물론 아쉬운 점도 있긴 하다. 저사양 컴퓨터의 최적화를 테스트하기 위해서인지는 몰라도 일전 공개되었던 영상들에 비해 확실히 다운그레이드 되어 있는 그래픽, 이상하리만큼 뚝뚝 끊기는 부자연스러운 몬스터의 경직 모션은 다음 테스트에서는 꼭 손을 보아야 할 옥의 티로 남는다. 하지만 이 정도는 로스트 아크가 5일 동안 필자에게 준 즐거움에 비교하면 정말 아무것도 아니다.

 

 

다만, 어떻게 해도 용납할 수 없는 부분이 하나 있다. 엣지와 크롬, 파이어폭스 등 웹 표준을 훌륭하게 준수하고 있는 우량 웹 브라우저들이 일반화 되어 있는 이 2016년에, 로스트 아크는 구시대의 유물인 Active X를 사용하여 ‘인터넷 익스플로러’가 아니면 클라이언트를 다운로드 할 수도 없고, 게임을 실행할 수도 없는 최악의 홈페이지를 유저들에게 선사하였다.

 

윈도우 10을 사용하면서 엣지와 크롬을 병용하고 있는 필자는 로스트 아크를 실행할 때마다 꽁꽁 숨겨져 있는 인터넷 익스플로러를 실행할 수 밖에 없었고, 수년 만에 다시 만나는 Active X는 윈도우 XP 시절의 끔찍한 추억을 다시금 불러 일으키며 필자를 고통의 심연속으로 잡아 끌었다.

 

로스트 아크의 2차 CBT 역시 정말 훌륭한 모습을 보여줄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다만, 더 이상 로스트 아크에 Active X를 묻히는 끔찍한 만행은 부디 그만 두었으면 좋겠다.


이형철 / desk@gameshot.net | 보도자료 desk@gameshot.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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