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근의 新게임세상 - 김병관 in 여의도

김병관 의원, 본격 행보 시작
2016년 04월 25일 21시 55분 08초

이변을 일으키며 국회 입성에 성공한 김병관 웹젠 이사회 의장이 20대 국회 회기 첫 입법으로 이른바 <창업날개법>을 발의할 예정임을 공개하며 본격적인 행보를 시작했습니다. 익히 알려진 것처럼 김 의장은 게임산업 종사자 중 국회 입성 제 1호입니다. ‘삼평동 유명인사’이지만 전국적 인지도는 ‘제로’에 가까웠던 김 의장의 정계 입문과 선거 운동 과정에서 형성된 ‘스토리’가 김 의장의 존재감을 키웠고, 이후의 활동에도 자연스레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김 의장의 국회 입성을 ‘이변’이라 표현한 것은 지역구인 <분당 갑>의 특성 때문입니다. 새누리당 관계자들은 종종 ‘천당 아래 분당’ ‘강남 다음 분당’이라는 말을 합니다. 90년 3당 합당 이후 서초-강남권의 투표 성향이 보수화했고, 이후 송파-강동-분당이 ‘범 강남벨트’에 편입되며 보수당에 표를 던지는 계급 투표 양상을 보여 왔습니다. 김 의장이 대중적 인지도가 전무했다는 점, 야당 후보 입장에선 사지에 가까운 곳에서 생환했다는 점에서 이변으로 불릴 법 합니다.

 

돌이켜 보면 더불어민주당 입당과 지역구 선정, 당선에 이르기까지 김 의장의 행보는 의외성의 연속이었습니다. 입당 당시 김 의장이 게임업계를 대변할 중량감을 갖췄다고 보는 이는 많지 않았습니다. NHN게임스 시절 의 흥행과 이를 통한 성장의 기억은 가물가물해진지 오래고, 웹젠 인수 후 <전민기적>으로 성장하기까지 부진 또한 오래 지속됐습니다. 김 의장 성공에 가장 큰 지분을 가진 <전민기적>의 성공도 제 발로 찾아와 게임을 만들어 준 천마시공의 역할이 커, 자수성가(自手成家)보다 타수성가(他手成家)에 가깝다는 평가를 얻었습니다. 그래서 “왜 문재인 대표가 김 의장을 영입했나”를 둔 궁금증도 적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한 발짝 떨어져 보면 김 의장은 국내 인터넷 기업의 간판인 NHN 출신으로, 독립해서 NHN게임스를 통해 성공을 거두고 웹젠을 인수한 후 또 한 차례 성공스토리를 쓴 인물입니다. 김범수 의장이나 방준혁 의장, 김병관 의장을 제외하면 게임업종에서 엑시트 이후 다시 복귀해 성공하거나 두 회사에서 연속해 성공을 일군 사례가 없습니다. 

 

김 의장을 영입한 당사자가 차기 대권 물망 1순위에 오른 거물이고, 함께 영입된 표창원 당선자의 지명도가 상승작용을 일으켜, 김 의장에겐 자연스레 지명도와 중량감이 생겼습니다. ‘한국판 실리콘밸리’인 판교에서 거듭 성공한 이력으로 수도권 투입이 가능했습니다. 야권의 본산인 호남 출신이라는 점에서. 국민의당과 벌인 호남지역 경쟁에도 투입할 만한 자원으로 꼽혔습니다. IT업계 출신이라는 점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비교된 점도 김 의장에겐 득이 됐습니다. 

 

당선이 어려워 보였으나, 선거 운동 과정에서 새누리당 공천 갈등이 막장 드라마 수준으로 심화한 것도 호재였습니다. 큰 틀의 정치 지형이 4-13 총선을 기점으로 흔들린 것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치적에 대한 향수가 강해, 그 딸인 박근혜 대통령과 그 소속 정당을 지지하는 ‘보은 투표’를 거듭해온 고연령 유권자들이 박 대통령 재임 중 심화한 피로감과 공천 과정에 대한 실망감으로 “그동안 기회 줄만큼 줬다”며 지지를 철회하거나 투표장을 찾지 않은 것도 승리의 원인입니다.

 

그렇다면 ‘천당 아래 분당’에서 생환한 김 의장은 업계 종사자들의 기대대로 든든한 버팀목이 될 수 있을까요? 김 의장이라는 ‘뒷배’가 생긴 게임업종은 규제개선 등에서 수혜를 입을 수 있을까요? 

 

게임업종의 성장은 여타 IT산업과 함께, 중도-진보 성향 정권의 치적으로 꼽힙니다. 예기치 않은 더불어민주당의 원내 1당 등극, IT산업에 뿌리를 둔 안철수 대표가 이끄는 국민의 당의 일대 약진 등 전체적인 구도 자체는 분명 우호적으로 바뀌었습니다. 강도 높은 규제를 주도했던 신의진 의원, 황우여 의원 등이 낙천, 낙선 등으로 20대 국회 입성이 좌초된 것도 행운입니다. 셧다운제 입법 과정에서 본회의 표결을 앞두고 설득력 있는 반대토론으로 깊은 인상을 심어줬던 김성식 전 의원의 복귀도 호재입니다. 조선-철강-자동차 등 경제성장 견인차였던 전통산업이 궤멸적 타격을 입고 있는 상황에서 게임 등 신성장산업에 추가적인 규제를 가하는 것 자체가 어려워 진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마냥 낙관만 해선 안됩니다. 18대 국회에서 셧다운제 입법안을 각각 발의했던 두 의원 중 한 사람은 민주당 소속이었습니다. 의원들이 입법과정에서 여-야간의 정파적 입장보다 소속 상임위의 성격에 맞는 입장을 취하는 경우는 흔히 있습니다. 세상에는 여전히 게임이 제공하는 재미보다 그 부작용에 주목하는 이들이 다수 존재합니다. 그들의 여론을 등에 업은 ‘제2의 신의진’은 언제든지 다시 등장할 수 있습니다. 게임 중독에 질병코드를 부여하겠다고 나서다 역풍을 맞은 보건복지부는 아직까지 ‘오피셜’로 이의 철회를 공식화하지 않았습니다.

 

김 의장은 최근 언론 인터뷰를 통해 “필요하다면 재산을 백지신탁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주식부호인 김 의장은 2637억원 가량의 재산을 보유,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마저 제치고 20대 국회의원 당선인들 중 단연 1위인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김 의장이 IT관련 상임위에서 활동하기 위해선 재산 중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웹젠 주식을 매각하거나 백지신탁해야 합니다. 김 의장의 발언을 감안하면, 재산을 지키거나 이를 증식하기 위해 IT와 무관한 상임위를 선택할 가능성이 낮아 보이는데, 이점은 게임업계와 IT산업 종사자들에게 희망적인 메시지입니다. 저 또한 개인적으론 김 의장의 ‘진정성’에 대해 의심하지 않습니다.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김 의장께 조언하고 싶은 것은 한완상 전 통일부총리가 총선 전 안철수 대표에게 “당신은 반사체일 뿐 발광체라고 착각하지 마라”고 했던 쓴 소리를 잊지 말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한 전 부총리 발언의 요지는 “새정치에 대한 대중의 기대가 안철수 개인에게 투영된 것일 뿐 자연인 안철수는 그 자체로 빛을 발할 만큼 특별한 존재가 아니다”라는 것이었습니다.

 

이는 비단 안철수 개인 뿐 아니라 김병관 의장, 의원 당선인 대부분에 적용할 만한 말입니다. 김병관이라는 무명의 정치 지망생이 단기에 비중있는 정치 신인이 된 것은, 앞서 언급했던 큰 틀에서의 한국 정치 지형과 각 정당 경쟁 역학구도 변화 속에서 합리성에 목마른 게임업종-IT산업 종사자들과 보편 상식을 추구하는 유권자들의 바람이 투영되었기 때문입니다. 개인 김병관은 훌륭한 인품과 능력을 가지고 있겠지만, 정치인 김병관의 첫 출발은 ‘반사체’에서 시작했음을 잊지 않고 초심에 충실해 줄 것을 바래봅니다. 

 

 

서정근 / desk@gameshot.net | 보도자료 desk@gameshot.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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