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재경 “온라인게임, 지속된다면 위기 돌파 가능”

엑스엘게임즈 송재경 대표 인터뷰
2016년 04월 08일 16시 40분 19초


 

1990년대 중·후반부터 시작된 대한민국의 게임 산업은 10조원에 육박하는 거대한 산업으로 성장해 과거와는 달리 그 위용을 자랑하고 있는 문화 산업 중 하나이다.

 

400억에 불과하던 시장의 규모가 10조원으로 변하기까지 게임산업도 많은 변화를 겪어왔다. 90년대 초·중반 강세를 띄던 패키지게임을 시작으로 90년대 후반의 온라인게임 시대를 거쳐 2012년 이후 현재까지 대한민국은 모바일게임의 시대 흐름을 유유히 항해 중이다.

 

20년이 채 되지 않은 역사 속에서 가장 큰 패러다임을 꼽으라고 한다면 단연 온라인게임 시대의 출현이다. 1996년 '연'서버의 오픈과 함께 시작된 넥슨의 세계 최초 그래픽 온라인 게임 '바람의나라'는 한국에 PC방의 부흥기를 안겨다 주었고 이어 1998년에 등장한 '스타크래프트1'과 '리니지'는 온라인게임의 폭발적인 인기와 정착을 만들어 주는 중요한 역할을 했다.

 

게임이 단순히 놀이문화에서 전세계를 아우르는 문화산업이 되기까지, 바로 그 성장의 중심에는 엑스엘게임즈의 송재경 대표가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송 대표는 대한민국에서 온라인 게임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인물이기 때문. 

 

넥슨의 '바람의나라'와 엔씨소프트의 '리니지'가 모두 그의 손에서 나왔고 두 회사는 이 게임들을 바탕으로 모두 크게 성장했다. 대한민국에서 송재경이라는 인물이 없었다면 게임 산업의 시작이 늦춰졌을 것이라는 건 자명한 사실이다.

 

온라인게임의 출현으로 많은 패키지 게임들이 그 명암을 달리했지만, 모바일게임이 대세를 이루고 있는 지금에도 온라인게임은 그 명맥과 인기를 유지 중이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대한민국 온라인 게임의 아버지라 불리우는 그를 엑스엘게임즈 사옥에서 만나 온라인 게임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그가 추구하는 온라인 게임의 가치관을 들어보았다.

 


엑스엘게임즈 송재경 대표

 

■ 게임의 패러다임을 바꾸다… 패키지 시대 속 온라인 게임 개발

 

송재경 대표는 익히 알려져 있는 바와 같이 카이스트 대학원 전산학 과정을 중퇴했다. 남들은 들어가고 싶어도 못들어가는 국내 최고의 교육기관을 스스로 포기하게 이유가 훗날 세계 최초의 그래픽 온라인 게임 바람의 나라를 만들게 된 초석이 됐다. 92년 카이스트 내부에서는 학생들이 만든 게임인 '키트머드(Kit mud)'가 유행하던 시절이었다. 송 대표 또한 이 게임을 접하고 채팅이 접목된 네트워크 게임의 매력에 푹 빠졌다고 한다.



송재경 대표가 개발에 참여한 텍스트 머드 게임 '쥬라기공원'

 

"텍스트 머드게임은 마치 소설처럼 각자 머릿속에서 그 장면을 상상하며 게임을 하게 되는데, 그런 부분이 매력이기도 하지만 반대로 눈으로 이미지를 직접볼 수 없다는 점에서 기억력을 많이 필요로 하는 게임이기도 합니다. 당시 이런 텍스트 머드게임은 오픈소스였기 때문에 뜯어서 분석도 해보고 그랬었죠. 그 시절 1990년대 초반에는 '울티마6'가 인기를 끌었는데 이런 게임이 텍스트머드와 접목될 수 있다면 정말 재밌을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이 작은 생각이 점점커져 송 대표는 카이스트 박사 과정을 과감히 중퇴한다. 이후 주변 권유로 한글과 컴퓨터에 입사하게 되고 여기에서 넥슨 김정주 대표와 만나 넥슨 설립 후 바람의 나라 개발에 매진하게 된다. 그 당시는 패키지 게임이 강세던 시절이여서 온라인네트워크게임을 개발한다는 것 자체를 매우 특이하게 여기는 사회 분위기가 있었다. 

 


1996년 출시 당시의 '바람의 나라' 로그인화면

 

"당시에는 패키지게임이 강세였습니다. 그러나 불법복제가 비일비재했고, '원숭의 섬의 비밀'이나 울티마6 정도의 월드클래스 수준으로 만들어야 시장 가능성이 있었는데 김정주 대표와 단 둘이서 그런 퀄리티의 패키지게임을 만들 수는 없다고 판단했죠. 그래픽은 약간 떨어지더라도 온라인게임에서 채팅이나 전투 시스템을 만들어 놓으면 유저들끼리 스스로 잘 뭉쳐서 재밌게 플레이하지 않을까 생각했고 이런 부분에서 온라인게임의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과거 게임개발자들이 게임을 개발한다는 일념으로 개발자의 길을 걸었던 반면, 송 대표는 게임시장의 사이즈와 경쟁력을 고민하고 이후 온라인게임 제작을 진행했다. 그 동안 미국이나 일본같은 게임선진국의 게임을 따라가기만 했던 후발주자 한국이 처음으로 동등한 선상에서 경쟁할 수 있었던 계기가 시작된 시점이 바로 그때였다.

  

■ 대한민국 대표 온라인게임 '리니지'

 

대한민국에서 출시된 지 오랜 시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꾸준한 사랑을 받는 게임이 여럿 있다. 그 중에서도 눈에 띄는 한가지를 손에 꼽아보라면 단연 '리니지'일 것이다.

 

1996년도에 넥슨 김정주 대표와의 의견차이로 바람의 나라를 만들던 도중 회사를 나온 송 대표, 그는 그때 온라인게임 개발을 꾸준히 시작해야겠다고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바람의나라와 달리 한국적인 색깔이 가미되지 않은 중세풍의 온라인게임을 개발하기로 맘먹었는데 그 온라인게임이 바로 우리가 알고 있는 '리니지'다.

 


'리니지' 출시 초기 월페이퍼

 

리니지 개발 시작 1년 후, 송대표는 바로 큰 암초를 만난다. IMF였다. 당시 리니지는 '아이네트'라는 '인터넷솔루션' 회사에서 제작하던 게임이었다. 그러나 IMF가 터지자 아이네트는 돈도 안되는 '리니지'를 무작정 개발할 수 없는 상황에 처했다. 송재경 대표에게 게임개발 보다는 돈이 되는 다른 업무를 맡겼다. 송 대표는 '바람의 나라'도 끝까지 만들지 못하고 넥슨을 나온터라 '리니지'는 꼭 완성하고 싶었다.

 

그래서 제작중이던 게임을 들고 회사를 떠났다. 그를 오래전부터 눈여겨 보고 있던 엔씨소프트 김택진 대표가 송 대표를 제작중이던 리니지와 함께 스카웃 해왔다. 당시 아이네트는 리니지의 가치를 매우 낮게 평가해 제작중이던 리니지 판권 역시 헐값에 넘겼다.

 

만일 아이네트가 계속해서 리니지를 개발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아마 대한민국 게임산업 역사가 바뀌었을 것이다.

 

리니지는 송 대표가 엔씨소프트에 합류하면서 본격적으로 개발에 속도가 붙었다. 그리고 점차 안정화 되기 시작했다.

 

1998년 9월 정식 출시 이후 99년까지 동접 인원 수 천명 수준의 돈 잘 버는 온라인게임으로 자리잡아가던 리니지에 한 가지 사건이 생기게 된다. 바로 아이템도난사건이다.

 

90년대 후반 당시의 PC방들은 손님들을 모객하기 위해 사장이 고급 아이템을 구매하고 PC방을 방문한 리니지 이용 손님들에게 빌려주곤 했는데 바로 이게 화근이었다.

 

아르바이트생에게 아이템 대여 업무를 맡기고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에 아르바이트생이 고가의 아이템을 모두 판매 한 뒤 도망간 것.

 

당시에는 게임아이템의 재산권에 대한 인식이 아직 자리잡지 않은 상태였기에 이 사건을 도난사건이라고 봐야하는지에 대한 의견이 분분했다. 이 사건은 최초로 뉴스에 나온 게임사건이 됐고, 이 뒤 게임아이템 관련 사건이 비일비재하게 생겨나 사이버수사대를 만들게 되는 초석이 된다.

 

재미있는 것은 그 뉴스가 나간후에 동시접속자가 무려 10배 넘게 증가했다. 말 그대로 대박이었다.

 

 

"지금은 업계의 관행이나 학습이 생겨서 매뉴얼이 있었는데 당시에는 그런 사건이 드물어서 모두들 어떻게 해야하는 지 몰랐습니다. 물론 온라인게임을 개발하면서 좋은 일도 있었죠. 게임 내에서 혈액이 부족한 환자가 혈액 수급이 급히 필요했는데 유저들이 힘을 모아 생명을 구한 사례도 있습니다"

 

리니지는 대만에서 특히 큰 화제를 일으켰는데, 리니지(대만 서비스명 천당)가 대만에서 정식서비스를 하는 날 대만 인터넷이 다운될 정도로 엄청난 인기를 누렸다고 한다. 전체 인터넷 사용 인구 중 70%가 리니지에 접속했을 정도라고 하니 가히 그 인기의 규모가 상상이 되는가? 다만 그가 아쉬워하는 것은 대만이후 이러한 붐이 없었다는 것이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당시 본인을 포함한 경영진이 욕심을 부렸기 때문이라고 아쉬워했다.

 

■ 온라인게임의 매력은 커뮤니티

 

모바일게임보다 개발 기간이나 제작비, 그리고 인력투입이 훨씬 많이 이루어지는 온라인게임 제작.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개발사들이 개발 업무에 매진하는 이유는 분명 온라인게임에서 느낄 수 있는 매력이 있고 이 매력에 유저들이 응답하고 있기 때문이다. 온라인게임의 매력이 무엇이냐 묻는 질문에 송재정 대표는 커뮤니티라고 답했다.

 


문명 온라인 공방전 중 유저들이 대화를 하고 있다.

 

"PC온라인 게임에서 느끼는 재미가 모바일 플랫폼에서 완전히 대체 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책상 앞에 앉아 데스크탑을 키고 대용량의 클라이언트 파일을 깔면서까지 수고스러움을 감수하는 이유는 온라인게임에서만 느낄 수 있는 재미가 분명히 있기 때문이죠. 저는 그 재미가 바로 커뮤니티라고 생각합니다. 온라인게임의 경우 커뮤니티가 잘 형성되어 있고 이런 커뮤니티 속 구성원들과 주고받는 인간애가 온라인게임의 대체불가능한 매력아닐까요" 

 

 

■ 모바일게임 시대 속 온라인게임의 생존법

 

최근 게임산업의 성장률이 한 자릿수로 떨어지면서 다수의 업계관계자들이 게임산업이 현재 위기를 겪고 있다고 말한다. 이와 함께 한국 온라인 게임시장은 스타트를 빨리했다는 선구자의 위치에서 누릴 수 있었던 경쟁력과 이점을 성숙기에 접어들며 점점 잃어가고 있다. 온라인게임의 시대가 도래하며 패키지게임이 그 빛을 잃었던 것처럼 모바일게임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현재, 온라인게임의 생존법은 무엇일까?

 

"K POP이 30년 이상을 굳건히 달려와 K POP만의 색깔이 생겨 글로벌하게 자리잡은 것처럼 온라인 게임도 조금만 더 달려간다면 한국 온라인게임 만의  색깔이 생길 것이라고 봅니다. 전 연령을 둘러보았을 때 충분히 게임을 즐기는 유저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반대로 그만큼 시장이 포화됐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그는 당장의 급성장을 바라는 것은 무리이지만 세계시장에서 3~4위 정도의 자리를 굳건히 지키면서 지속하는 힘을 낼 수 있다면 분명 나아질 것이라고 믿는다고 했다. 또 온라인 게임에서만 즐길 수 있는 분명한 매력이 있고 이를 지지하는 유저들이 꾸준히 있기 때문에 무엇보다도 유저들을 만족시키는 방법도 놓쳐서는 안 된다고 당부했다. 

 

또 후배 개발자들에게 해 줄 조언이 있냐는 질문에 그는 "적절한 밸런스를 잘 찾는게 중요한 것 같습니다. 자기가 만들고 싶은 게임과 시장이 원하는 게임, 그 사이의 교집합을 잘 접목시키는게 중요한 것 같습니다. 아, 엑스엘게임즈에서는 그런 의미에서 개발자 채용을 진행하고 있으니 참고해 주세요(웃음)"라고 답했다.

 

마지막으로 '여전히 콘솔게임에 대해 부정적이냐?"라는 질문에 송 대표는 "이 자리를 빌어 과거 이야기에 대해 해명을 하자면 당시에는 콘솔게임 개발을 꿈꾸는 학생에게 국내 콘솔을 부정적으로 이야기 한것이지 콘솔게임을 완전히 부정적으로 바라보지는 않는다. 다만 콘솔게임이 미래 시장을 주도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밝혔다.

 

 

임향미 / sunpriest@gameshot.net | 보도자료 desk@gameshot.net




WATAROO / 25,534 [04.09-04:09]

송재경 “콘솔게임에는 더 이상 희망이 없다” 하면서 아키에이지를 내세웠지만 1년도 못가서 남양에이지 타이틀 득할 정도로 운영은 개판이고 그런데 롱런 이야기를? 개발자로서 시도하는 모험에 대한건 좋으나 경영부분은 영~


파반 / 4,223 [04.09-10:43]

송재경대표님 오랜 기간동안 게임개발에 손떼지않고 꾸준히 한길을 달리는모습 멋집니다. 저도 저런 삶을 살고싶네요


하늘이애비 / 650 [04.09-09:50]

게임에 대해 걸어온길이 정말 힘드셨을것 같아요. 앞으로도 화이팅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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