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근의 新게임세상 - 엔씨 그리고 노키아

엔씨, 게임업계의 노키아 우려 씻나
2016년 03월 13일 22시 52분 12초

엔씨소프트의 ‘블소 모바일’이 텐센트를 통해 중국 서비스를 시작한 후 초기 흥행에 성공하는 양상입니다. 엔씨는 PC MMORPG 장르에서 압도적인 기술력을 갖췄으나 모바일 게임 대중화 시대에 발맞추지 못해 ‘게임업계의 노키아’가 될 것이라는 우려를 샀습니다. 자체 개발력을 통해 모바일 플랫폼에서 첫 성과를 내면서 이 회사의 향후 행보, 전체 산업 판도변화에 관심이 쏠립니다.

 

엔씨의 모바일 플랫폼 공략이 더뎠던 것은 특유의 개발 문화에 원인이 있다는 평을 얻었습니다. 국내 게임 개발군 중 최고 인재들이 모여 있고, 경쟁도 치열합니다. 경쟁에서 살아남아 우선 출시 대상으로 선정된 프로젝트는 5~6년의 개발을 거쳐 탄생합니다. 기존 게임이 초장기 흥행에 성공한 만큼 신작 출시를 재촉하지 않습니다. 공이 많이 든 만큼 품질도 우수하고, 출시 후 장기 흥행하며 톡톡히 수익을 냅니다.  

 

이러한 개발 문화는 트렌드에 발맞춰 기동성 있게 게임 개발과 사업 구상을 병행해야 했던 초기 모바일게임 시장과 궁합이 맞지 않았습니다. ‘애니팡’이 뜨자 ‘캔디팡’이 신속히 등장해 추격하는 형태의 개발-사업 방식과는 거리가 멉니다. 개발역량과 사업경험이 코어 MMORPG 장르에 극단적으로 편중된 것도 모바일 시장 진입에 걸림돌이 됐습니다.

 

이러한 제약을 극복하기 위해선 폭 넓은 배급 라인업 확보가 필요한데, 김택진 대표는 지난 2012년 보유 지분 일부를 넥슨에 매각한 후 구조조정을 진행하며 모바일 게임 배급 사업 부문을 폐지했습니다. 한 차례 기회를 놓쳤고, 결국 엔씨는 모바일 게임도 온라인 게임처럼 자체 개발에 주력할 수 밖에 없게 됐습니다.

 

엔씨의 모바일 게임 첫 흥행작인 ‘블소 모바일’은 프로젝트 자체의 수익성을 마냥 낙관하긴 어렵습니다. 2012년 하반기부터 개발을 시작했는데, 팀 세팅 초기부터 60명 가량이 편성된 것을 감안하면 지금까지 투입된 누적 개발비만 해도 300억원에 육박할 것으로 추산됩니다. 중국에서 장기흥행에 성공하고 한국, 일본에서도 일정 수준 이상 흥행에 성공해야 흑자 프로젝트가 될 수 있습니다. 한국 시장에서 TCG 장르의 열기가 식은 점, 일본에서 ‘블레이드앤소울’의 브랜드 파워가 한국, 중국에서의 그것을 따르지 못하는 것을 감안하면 개발비 회수에 실패할 가능성도 없진 않습니다. 

 

장기적인 흐름에선 엔씨의 모바일 게임 시장 진입 성공, 나아가 시장 주도 가능성도 높습니다. 캐주얼 게임이 주도하던 초기와 달리 모바일 게임 시장을 대형 롤플레잉 게임이 주도하고 있어, ‘기술력’이 성패를 가르는 핵심 요인이 되었습니다. 제작 엔진의 발전도 끝이 없어, 향후 2~3년 내에 온라인과 모바일 플랫폼의 경계가 허물어질 가능성도 큽니다. 중견 업체들의 선점, 모바일 플랫폼 노하우 부족으로 고전하던 엔씨가 기술력의 힘으로 우위에 설 수 있게 되는 것이지요. 엔씨의 PC 온라인게임들이 가진 브랜드 파워도 큰 힘입니다. ‘뮤 온라인’을 모바일에 구현한 ‘뮤 오리진’의 성공, ‘테라’ 향수를 자극한 ‘히트’의 흥행이 증명한 것처럼 IP의 힘은 모바일 플랫폼에서 큰 영향력을 발휘합니다.

 

다른 게임사들이 개발력과 IP를 함께 보유한 엔씨와 경쟁하는 것은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싸우는 것처럼 핸디캡을 안은 것이 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현 단계에서 모바일게임 사업에 엔씨의 도움이 ‘전혀’ 필요 없는 넷마블이 엔씨의 블록버스터급 IP를 공유할 수 있게 된 것은 엄청난 특혜입니다. 김택진 대표를 김정주 넥슨 회장의 잠재적인 경영권 위협으로부터 해방시켜준 것에 대한 ‘확실한’ 보상이지요.


엔씨 입장에서도 모바일게임 자체 개발로 당장 성과를 내지 못해도 넷마블이 엔씨 브랜드로 만든 게임의 수익을 나눌 수 있다는 점에서 ‘보험’을 들어둔 셈입니다.

 

물론 엔씨가 모바일 게임 시장 석권을 위해 극복해야 할 과제도 있습니다. 대형 개발사의 한 개발 총괄 임원은 “엔씨의 특성상 모바일 게임 플랫폼에서도 특정 장르 편중, 긴 호흡의 개발 등 기존 개발 문화가 이어질 가능성이 큰데, 이런 방식으로 PC 온라인게임 시대처럼 고수익을 담보할 수 있을지 확신하긴 어렵다”고 평했습니다.

 

단기적으로는 모바일 플랫폼에선 제작 주기를 보다 단축하고 현존하는 미드코어 게임들과 흥행대결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어야 하는데, 이는 순차적으로 선보일 ‘리니지’, ‘리니지2’, ‘아이온’의 흥행성과를 통해 검증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넷마블이 제작해서 출시할 엔씨 브랜드 게임과의 실적 비교도 재미있는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입니다.

 

장기적으로는 모바일 플랫폼에서도 PC 온라인에서 ‘20년 불패’를 자랑한 ‘리니지’처럼 장기 흥행작을 배출할 수 있을지가 관건입니다. 모바일에서 코어 RPG로 초장기 흥행이 가능할지 여부는 누구도 알 수 없습니다. OS 홀더가 존재하는 한 게임사가 충분한 수익을 가져가기 어렵다는 근원적인 제약도 있습니다.  

 

엔씨가 ‘게임업계의 노키아’라는 우려를 씻고, 한 발 더 나아가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군림하는 절대강자의 면모를 이어갈 수 있을지, 이에 맞서는 다른 게임사들의 대응은 어떠한 모습일지를 예측하는 것도 흥미로운 일입니다. 

 

이 글을 작성한 서정근 필자는 inew24와 디지털타임스에서 12년동안 게임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지금은 프리랜서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서정근 / antilaw737@gmail.com | 보도자료 desk@gameshot.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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