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근의 新게임세상 - 일베와 게임

쯔이, 류준열 일베 파문으로 본 리스크
2016년 03월 08일 11시 00분 29초

세상 살다보면 어떤 이에게 아무렇지 않은 것이 다른 이로부터 극심한 반발을 사는 일이 있습니다. 때론 그 누구도 이상하게 보지 않을 것도 특정한 상황과 결부되면 분노와 증오를 촉발시키기도 합니다. 

 

‘응답하라 1988’을 통해 알려진 청년 배우 류준열이 SNS를 통해 언급한 ‘어머니 두부심부름’이라는 용어는 이 청년이 절벽을 등반하는 듯한 연출사진과 조합되자 큰 파장을 일으켰습니다. 두부는 누구에게나 친숙한 식품이지만 사진과 맞물리자 추락사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망원인인 ‘두부외상’을 연상시켰기 때문입니다.  

 

대만인들에게 청천백일기(靑天白日旗)는 어엿한 국기이지만, 한국으로 건너와 가수 활동을 하는 대만인 소녀 쯔이의 손에 태극기와 함께 나란히 쥐어지고, 이것이 중국 대륙 ‘본토인’들의 눈에 비쳐지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양안(兩岸)이라곤 하나, 본토와 대만간의 힘의 균형이 무너진 지 오래기 때문입니다. ‘하나의 중국’이라는 ‘다수의 당위’가 대만인들의 당위를 압살하기 때문입니다. 

 

심각하지 않을 법한 일들이 심각한 파문을 부르는 경우는 게임 산업에서도 벌어집니다. 한국 이용자들의 시각을 고려하지 않은 해외 게임에서 욱일승천기가 등장해 뒷말을 낳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넥슨의 ‘던전앤파이터’는 지난해 5월 업데이트를 단행하면서 진행한 이벤트에 노무현 전 대통령을 모욕하는 요소가 담겼다는 논란을 샀습니다.

 

이는 해프닝으로 마무리 되었지만 최근 논란이 된 ‘이터널클래시’는 제작사 벌키트리와 배급사 네시삼십삼분을 일대 위기로 내몰았습니다. 이 게임에서 챕터 제목으로 등장했던 <반란> <폭동> <산자와 죽은자> 등의 용어는 전쟁과 전투를 소재로 한 게임에서 일상적으로 쓰일 법한 것들이나, 우리 현대사에서 큰 비극으로 기억되는 날들과 조합되며 ‘일베 게임’으로 낙인 찍히는 결과를 초래했습니다.

 

청천백일기가 분란의 소재가 된 또 다른 사례도 있습니다. 과거 e스포츠협회가 국제대회를 준 비하며 참가국인 대만 측 참석자를 위해 청천백일기를 행사장에 비치했다 중국 측의 항의를 받았습니다. e스포츠협회와 게임산업진흥원, 문화체육부가 곤란한 상황에 내몰렸고, 당시 저는 이를 ‘혼자’ 보도했다는 이유로 e스포츠협회 사무총장의 욕설 담긴 항의전화를 심야에 받아야 했습니다.

 

최근 한 중소 개발사 사장은 ‘이터널클래시’의 일베 논란이 불거진 후 “우리 회사 팀장급 스탭들이 ‘직원들이 무슨 사이트 주로 드나드는지, 우리가 좀 살펴보겠습니다’라고 건의해 왔다”고 토로했습니다. 이 사장은 “어찌 보면 사상 검열과 마찬가지일 수 있지만 그러라고 허락했습니다. 한 방에 훅 갈 수도 있으니까요.”라고 덧붙였습니다. 게임 하나의 성패에 목숨 거는 중소 개발사는 종업원의 일탈로 회사가 존폐의 기로에 내몰릴 수 있습니다. 이해는 가지만 씁쓸한 느낌은 어쩔 수 없더군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아무렇지 않게 보이는 것들이 특정한 조건과 조합되며 새롭게 의미가 부여되어 논란이 되는데, 이것이 ‘이스터에그’인지 우연인지를 가려내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네티즌들은 사회악으로 지목할 만한 요소를 귀신 같이 가려내고 이를 신랄하게 응징하는 반면 혐의 당사자가 ‘억울할 수도 있다’는 개연성을 살피는 데는 인색한 경우도 있습니다. 팀장급 스탭들이 직원들의 인터넷 이용 행태를 ‘5호 감시제’와 비슷한 형태로 검열하게 묵인한 사장이 느끼는 ‘불안함’은 게임 소프트웨어 제작 업계에 광범위하게 퍼진 것이기도 합니다.

 

게임이라는 콘텐츠가 글로벌 서비스의 형태로 보다 더 쉽게 국경을 넘나들게 된 만큼 이러한 형태의 리스크는 더욱 커질 수 있습니다. 게임이 유의미하게 서비스되는 100여개 국가도 그 나름의 질곡과 갈등을 갖고 있기 마련입니다. 서구 문명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우리에게 영국의 국왕 ‘라이온 하트’ 리처드1세와 그의 군대가 십자군전쟁에서 보여준 무용담은 ‘용맹’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아랍 문화권에선 그의 용맹이 ‘무자비함’으로 비춰지고 그의 군대가 사용했던 문양은 ‘극혐’의 대상일 수 있습니다. 웰링턴 장군이나 넬슨 제독이 프랑스에서 사랑받을 순 없겠지요. 우리 게임사들이 중세 동아시아를 배경으로 한 게임을 만들 경우, 토요토미 히데요시를 최종 보스로 그릴 법 하지만 이를 일본 게이머들이 보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이러한 것들이야 그나마 ‘상식’이 있으면 걸러낼 수 있지만 일베 파문처럼 우리 내부에서도 그 ‘상징성’을 간파해내기 쉽지 않은 사례가 해외 곳곳에 ‘함정’처럼 존재할 수 있습니다.  

 

어느 대형 개발사의 개발 총괄 임원은 “게임 제작에 있어서 ‘문화검수’를 전담하는 팀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게임 시스템 상의 버그 존재 유무와 번역의 충실함 등을 점검하는 수준이 아니라, 이 게임이 세계 각국의 문화에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그 사회에 토착한 정서와 관련한 위험 요소가 없는지 등을 정서적인 면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살펴 리스크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것이지요. 

 

앞서 언급한 두부 파문의 경우, “류준열은 억울하다”는 쪽으로 수습이 되었습니다. 다만 그는 “나는 일베충이 아니다”라고 선언하며, 그의 신념 체계가 사회 보편 기준에서 벗어나지 않음을 ‘인증’해야 했습니다. 중국 본토의 평범한 사람들은 쯔이의 ‘해프닝’을 내심 심각하게 생각지 않을 것입니다. e스포츠협회와 청천백일기 사건도 당시 협회 사무총장 등 간부들이 중국 본토로 찾아가 ‘사죄’한 후 잘 수습됐습니다. (중국 측 인사들은 “뭘 그런 일로 직접 찾아오기까지 하느냐. 심각한 문제라 생각지 않았는데 이렇게 성의를 보여주니 오히려 우리가 감사하다”고 했다고 합니다. 이쯤 되면 당시 협회의 e스포츠 외교는 ‘사대외교’ 수준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홍역을 겪었지만 곡절 끝에 ‘적당히’ 마무리 될 수 있었던 것은 갈등 요소를 두고 대치한 쌍방 간의 ‘이해’와 ‘관용’이 있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러나 일단 ‘사고’가 나면 이러한 이해와 관용을 (특히 해외 시장에선) 낙관할 순 없다는 점에서 게임 등 각종 문화콘텐츠를 생산하는 이들은 오해를 사는 일이 없도록 만전을 기해야 할 상황이 됐습니다.  

 

이 글을 작성한 서정근 필자는 inew24와 디지털타임스에서 12년동안 게임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지금은 프리랜서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서정근 / antilaw737@gmail.com | 보도자료 desk@gameshot.net




국내최고의 스마트폰 커뮤니티 팬사이트

알립니다

게임샷 서버 이전 작업 안내(2차 작업)

게임샷 서버 이전 작업 안내(추가작업)

게임샷 어플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