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스포츠 승부조작, 그들은 왜 선택 했을까

e스포츠 팀들의 어려움, 승부조작 부른다
2015년 10월 26일 18시 57분 18초

10월 19일 발표된 e스포츠 승부조작 사건으로 인해 현재 e스포츠 업계는 침통함이 감도는 상황이다. 다시 한번 큰 사건이 터졌다는 점에서 혹 e스포츠의 흥행에 영향이 있을까 걱정하는 분위기도 맴돌고 말이다. 

 

이에 게임샷에서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두 편에 걸쳐 불법 승부조작 사건과 어째서 그들은 그러한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었는지를 자세히 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도록 한다.

 

지난 기사 보기 : 1부 - e스포츠 승부조작, 게이머들은 불안하다

 

지난 기사에서는 e스포츠 내에 퍼지고 있는 불법 승부조작 사건에 관해 알아보았다. 그렇다면 과연 승부조작 문제는 단지 불법 사설 스포츠 토토 사이트와 돈에 눈이 먼 선수들 때문에 일어나는 것일까. 벌일 판이 없다면 조작 자체가 성행할 수 없으므로 일단 불법 스포트 토토 사이트의 존재가 승부조작의 가장 큰 원인인 것은 맞다. 하지만 열악한 국내 프로게이머의 상황도 상당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것을 결코 부인할 수 없다.

 

이름이 제법 알려진 국내의 A급 선수들의 경우는 보통 크고 작은 대회를 통해 상금을 획득하기도 하고 대부분이 탄탄한 모기업을 자회사로 둔 팀에 속해 있어 어느 정도 생활이 가능한 수준은 되는 편이다. 여기에 훈련을 하기 위한 시설도 잘 구비되어 있고 선수가 팀의 운영비를 걱정할 필요도 없다.

 

 

확실한 스폰서가 있는 팀은 여유로운 생활이 가능하다

 

하지만 이러한 A급 선수들을 제외한 나머지 90% 이상의 프로게이머들이 상대적으로 열악한 환경에서 생활을 하게 되는 것이 문제다. 그나마 구단에 속해 있는 이들은 적어도 연습이라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상황이 보다 나은 편이지만 그렇지 못한 이들은 사실상 자력으로 생활을 하기 어렵다. ‘프로 게이머’ 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지만 수입보다는 지출이 오히려 더 큰 것이 현실인 것이다.

 

물론 프로 구단, 또는 이름 있는 클랜에 속해 있다고 해도 상황이 썩 좋은 것은 아니다. 아무래도 개인 상태보다는 연습을 하는데 있어 조금 더 낫기는 하겠지만 스폰서의 압박 속에서 팀의 운영비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 심심치 않게 발생한다.

 

실제로 대기업을 자회사로 둔 팀을 제외한 나머지 팀들은 현재 확실한 스폰서를 잡지 못해 운영비 부족에 허덕이고 있으며, 대부분은 감독의 사재를 털어 운영되다가 부채를 견디지 못해 결국에는 해체 수순을 밟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 지금까지 사라진 수 많은 팀들이 이를 증명하고 있으며, IM의 강동훈 감독이나 금번 승부조작으로 연루된 박외식 감독 등 수 많은 팀의 감독들도 과거로부터 지금까지 꾸준하게 토로하고 있는 문제이기도 하다.

 

 

MVP는 그나마 핫식스의 스폰서 십으로 상태가 양호한 편이다

 

물론 어떤 팀이든 통상적으로 팀의 에이스가 존재하는 법이고, 에이스 선수의 경우 국내 및 해외 대회를 통해 어느 정도의 상금을 획득할 정도의 능력은 된다. 이를 이용하면 운영비의 일부를 충당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겨우 입에 풀칠할 수 있을 정도의 수준에 불과한 자신의 상금이 운영비로 사용되는 것을 반길 만한 이들이 적을 수 밖에 없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프로팀에 속해 자신에게 도움이 되어야 하는데, 경제적인 부분을 감당해야 한다면 그 누가 이를 반기겠는가. 이러한 상황에서 프로팀은 이미 ‘팀’이라는 기능을 상실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비슷한 스타일의 연예 기획사와의 차이라면 연예인들은 계약금을 받고 기본적인 부대 비용들을 모두 제공 받는다는 것이다. 이들 중 누군가 성공을 거두면 해당 연예인이 벌어들인 수익으로 회사를 운영하는 식이다. 하지만 현재 프로 팀들의 구성은 이보다는 프로축구나 농구 시스템에 가깝다. 이 때문에 상금 획득 시 팀과 선수가 이를 분배하는 시스템은 있지만 선수들 개개인의 연봉이 상당히 낮은 편이다 보니(특히 중소 팀의 경우) 일명 잘 나가는 선수의 경우는 어느 정도 불만이 생길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선수들 역시 보다 좋은 환경에서 게임 하기를 원하는 만큼 어느 정도 실력이 검증되면 상위 팀으로 이적하게 되고 결국에는 그만 그만한 선수들만 팀에 남게 되는 상황이 발생하게 되는 것도 중소 팀의 어려움을 더 크게 만드는 일이다. 현재 최고의 포스를 구가하고 있는 ‘진에어’의 조성주 역시 2013년 프라임에서 자리를 옮겼고 한지원 등 그 외 많은 선수들도 상위 프로 구단으로 자리를 잡은 상황이다.

 

 

현재 CJ에서 좋은 성적을 기록중인 한지원 선수

 

현재 존재하는 팀 구조 상 팀 자체로의 자립이 어려운 상황에서 스타급 플레이어의 손실은 스폰서를 구하는데 악재로 작용하는 결과를 낳기도 한다. 그렇다고 해서 다른 스포츠처럼 이적료를 받는 것도 아니고 팀의 입장에서도 더 클 수 있는 선수를 계속 잡아 둘 수도 없는 노릇이다. 오히려 감독 입장에서는 자식 같은 선수들이 한명이라도 더 제대로 된 프로 구단으로 갈수 있기를 원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고 해서 다른 종목처럼 이적료를 받는 식으로 룰을 변경할 경우 선수들의 연봉이 낮아지거나 선수의 이적 자체가 힘들어질 수도 있다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 프라임의 승부조작, 단순히 개인의 이득만을 위한 것일까

 

이러한 상황 속에서 이번 ‘프라임’ 팀의 승부조작 사건은 필자의 관점에서 어찌 보면 당연히 선택할 수 밖에 없는 행동으로 보여지는 것이 사실이다. 부족한 운영비와 구해지지 않는 스폰서, 그리고 늘어만 가는 부채 속에서 팀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하고, 결국에는 팀을 유지하기 위한 돈을 구하기 위해 불법적인 행위에 가담할 수 밖에 없게 되는 것이다.

 

이번 사건에서 선수뿐 아니라 박외식 감독까지 승부조작에 가담했다는 사실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박 감독으로서도 팀을 유지하기 위해 자신이 선택할 수 있는 최후의 카드를 쓴 것이라 생각된다. 그간 다각도로 팀의 자립 방향을 모색해 왔던 박 감독이기에 더더욱 이번 사건이 뼈 아프게 느껴지는데, 마재윤 선수가 개인의 영달을 위해 승부조작에 참여한 것과는 그 동기 자체가 조금은 다르다고도 할 수 있다.

  

 

개인의 사재를 써서 팀을 운영하는 감독들도 괴롭다(사진은 박외식 감독)

 

물론 이러한 과정에서 개인의 이익을 생각한 부분이 전혀 없다고는 할 수 없다(특히 사재를 운영비로 사용한 박외식 감독의 입장에서). 박 감독이 프라임 감독에서 물러나고 현재 LOL 스베누 팀을 맡고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위에 설명한 장황한 글과는 달리 프라임 팀과 스타 2 자체를 포기하고 순수하게 돈만을 보고 한 행동일 수도 있다.

 

특히 최병현 선수가 2015년 프라임 팀에 들어온 선수라는 점을 생각하면 그럴 가능성도 충분히 존재한다. 하지만 적어도 박 감독이 지금까지 보여 주었던 부분을 생각하면, 그리고 최종혁 선수와 같은 다른 프라임 선수들까지 승부조작에 가담했다는 사실에서 박 감독과 프라임 소속 선수들이 팀을 살리기 위한 행동이 아니었을까 하는 점에 조금 더 무게가 쏠린다. 박감독이 경제적으로 어려운 이유 또한 프라임 팀을 유지하기 위해서였고 말이다. 물론 그 진실은 당사자들만 알고 있을 것이다.

 

 

프라임 팀의 전성기 시절 선수단 모습

 

당연한 말이겠지만 이것이 승부조작이라는, 스포츠에서 존재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은 사실에 대해 두둔하려고 언급하는 이야기는 아니다. 아무리 힘든 상황이라고 해도 범죄 행위는 용납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째서 감독을 포함한 선수들이 이러한 일을 저지르게 되었는지는 분명 짚고 넘어가야 할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다면 제 2, 제 3의 프라임 사건이 다시 발생하게 될 것이고, 이는 결국 e스포츠의 몰락을 가져올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단순히 가담자들을 영구 제명하고 감시를 강화한다고 해서 결코 해결될 만한 일은 아닌 것이다.

 

■ 돈을 벌 곳이 없는 프로게이머들

 

앞서 열악한 국내 e스포츠 팀들의 어려운 상황에 대해 이야기를 했지만 게이머들이 불법 승부조작에 가담하게 되는 가장 큰 이유는 역시나 돈이다. 지금도 수 많은 프로게이머들(그 대부분은 스타 2를 주 종목으로 하는)이 별다른 수입 없이 가장 빛나는 20대 시절을 낭비하고 있는 실정이고, 프로 게이머라는 이름을 달고 있지만 방송 경기 조차 출전해 본 적 없는 이들 또한 부지기수다. 국내에 ‘프로게이머’ 라는 직업이 생긴 이래 그 벌이는 갈수록 줄어들어 지금은 유명 프로 팀에 속한 선수들과 스타플레이어 급 외에는 대부분이 최저 생계비 조차도 벌지 못하는 상황이기도 하다.

 

 

최근에는 PC방 단위의 대회도 뜸해진 모습이다

 

필자가 과거 게임 방송사에서 방송 작가 생활을 할 당시, 주변의 아는 이들에게 ‘프로게이머가 되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하는가’ 에 대한 질문을 상당히 많이 받은 적이 있다. 물론 지금으로부터 시간이 꽤나 지난 이야기이지만 그 당시도 프로게이머의 입지가 그리 좋지 않았기에 그들의 도전 자체를 간곡히 만류한 경험이 있다. 그런데 그 상황이 지금은 더 좋지 않다. 솔직히 말해 현재는 일부 상위권 선수들을 제외하면 미래가 전혀 없는 상황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스포츠 종목 중 가장 짧은 선수 생명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이렇다 보니 선수들도 살 길을 찾아 이제동이나 최성훈 선수처럼 아예 해외에서 활동하는 이들이 생겨나기도 했고, 게임 개발 등으로 눈을 돌려 프로게이머 생활을 포기한 이들도 많아졌다. 이런 상황에서 브로커의 달콤한 유혹은 충분히 프로게이머들의 마음을 흔들어 놓을 만 하다.

 

 

해외에서의 플레이에 주력하고 있는 이제동 선수

 

자신이 전혀 생각이 없다고 하더라도 경제적인 압박이 생기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한번만’ 이라는 생각으로 불법 승부조작에 가담하게 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결국 ‘프로 게이머’라는 직함을 달고도 별다른 수익을 낼 방법이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 할 수 있는데,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겠지만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해 하는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물론 어떤 스포츠건 실력이 부족해 도태되는 것까지 책임질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실제로 야구나 축구, 농구 등에서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는 이들이 운동을 포기하는 일도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가뜩이나 역사가 짧은 e스포츠 시장에서 이처럼 프로게이머들의 처우가 보장되지 않을 경우, 어렵게 키워 나가고 있는 e스포츠의 미래도 보장할 수 없게 된다. 특히나 프로게이머라는 위치 자체가 수많은 이들과의 경쟁에서 살아 남은 이들만이 올라설 수 있는 자리라는 것을 생각하면 그 결과가 다른 스포츠와 확연하게 다르다고 할 수 있겠다. 야구로 치면 이미 프로야구 선수가 된 상태에서 팀의 주축 선수가 되지 못했다는 이유로 기초적인 생계가 불가능한 상태가 된 셈이다.

 

■ 과연 해결책은 존재할까

 

그렇다면 과연 이러한 상황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앞서 언급했듯이 단순히 행위 가담자를 제명시키고 e스포츠 업계에 발을 붙이지 못하게 한다고 해서 봉합되는 것은 아니다. 가장 큰 문제는 현재 e스포츠 시장이 프로게이머들에 비해 상당히 협소하다는 데 있다.

 

예를 들어 스타2 대회의 경우, 국내에서 진행되는 규모로는 솔직히 3,40명의 프로 게이머들만 있어도 충분히 운영이 가능한 수준이다.

LOL의 경우는 팀제 대전이기 때문에 그보다 많은 인원이 필요하겠지만 어쨌든 그 외의 프로게이머들은 현재의 국내 시장 규모로 과한 인원일 수 밖에 없다. 대회는 적은데 프로게이머는 생각보다 많다. 여기에 항상 우승권에 있는 이들이 상금을 대부분 가져가는 방식이다 보니 중하위권의 프로게이머들은 기껏해야 작은 방송 출연료 정도가 고작일 수 밖에 없다. 다른 스포츠 종목처럼 국가 지원을 받는 것도 아니고 말이다.


 


 

 

 

현재 정기적인 스타2 대회를 진행하는 국내 대표 프로리그들

 

그러한 만큼 보다 활발한 스폰서십을 통해 국내 개최 대회 규모를 늘이고 가급적 1,2위에게 상금을 몰아 주는 방식보다는 1위 상금 자체를 줄이더라도 참가자들이 조금씩이라도 수익을 얻을 수 있는 방향으로 대회 상금 체계 자체를 바꾸는 것이 합리적으로 보인다. 또한 적어도 방송에 자주 등장하는 구단에게는 어느 정도의 지원금과 더불어 적절한 스폰서를 찾아 주는 노력이 더욱 필요할 듯 하다. 물론 지금도 노력을 하고 있겠지만 보다 절실한 행보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우승자의 상금을 일부 출연하고 별도의 모금 등을 통해 기금을 조성, 프로게이머들에게 골고루 혜택이 돌아갈 수 있는 길을 마련하고, 협회 차원에서 금전적으로 어려운 프로게이머들을 위해 자유롭게 연습을 할 수 있는 시설을 만들어 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사설 스포츠 토토 업체들도 아무 선수들이나 접촉하는 것이 아니라 TV나 인터넷 등을 통한 ‘방송 중계’가 이루어지는 선수들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국내의 열악한 구단들의 경제적인 면만 해결되어도 불법 승부조작은 상당 부분 개선될 소지가 있다.

 

여기에 현재 프로게이머를 꿈꾸는 이들에게도 현실적인 부분에 대한 홍보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단순한 장밋빛 미래를 보고 게임을 시작하는 이들에게 실제 프로게이머의 어려움을 충분히 인지시켜야 한다는 말이다.

 

 

이제는 홍보보다 내실에 더 중점을 둘 시기다

 

또한 현재 프로게이머 자격을 갖춘 이들의 수를 정리할 필요도 있다. 현실적으로 지금보다 많은 대회가 갑자기 생겨날 수도 없는 만큼 유사 직종으로의 추천 등을 통해 과포화 상태인 프로게이머 수를 줄이고 현재의 인원을 정예화 시킬 필요도 있다.

 

e스포츠의 탄생 이래 지금까지 e스포츠 시장은 상당한 발전을 이루어 낸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양적 성장에만 몰두한 나머지 그 구성원인 프로게이머들에게는 소홀했던 것을 부인할 수 없다. 적어도 불법 승부조작을 없애기 위해서는 먼저 그들의 어려움을 돌보는 일이 수행되어야 할 것이다. 단순히 ‘영구 제명’과 같은 조치가 아니라…


 

김은태 / desk@gameshot.net | 보도자료 desk@gameshot.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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