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 비욘드 어스 - ‘라이징 타이드’ 리뷰

이제야 좀 문명 같아졌다
2015년 10월 19일 04시 04분 53초

지난 해 출시한 ‘문명 비욘드 어스’는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를 배경으로 한 것이 아닌 실제 문명 시리즈의 최종 단계(우주선 발사) 이후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는, 문명 시리즈의 외전 형태로 발매된 작품이다. 기본적인 설정 자체가 미래의 이야기를 다룬 SF적인 배경에서 진행되기 때문에 등장하는 건물이나 유닛들이 모두 미래 지향적인 편이며, 그만큼 기존 시리즈에서는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유닛과 기술, 그리고 연합체 국가의 등장 등 전혀 다른 내용으로 플레이가 진행된다. 

 


하지만 다소 준비가 미흡했기 때문인지 기존 시리즈에 비해 플레이 타임도 짧고 난이도 또한 그리 높은 편이 아니었다. 여기에 문명 시리즈가 가지고 있는 고유의 ‘타임머신’ 기능도 약해 게임을 플레이 하는 몰입도가 넘버링 타이틀에 비해 낮은 편이었다. 

 

이런 문제들로 인해 비욘드 어스는 사실 다른 문명 시리즈에 비해 크게 주목 받지도, 팬들에게 큰 인기를 얻지도 못했다. 비욘드 어스를 하느니 비슷한 비주얼의 문명 5를 즐기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한 것이다. 

 

실제로 문명 5와 비욘드 어스의 비주얼은 3년이 넘는 시간 차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 게임성 자체는 문명 5가 훨씬 나으니 SF의 광팬이 아니라면 문명 5의 손을 들어 주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일 수 밖에 없다. 물론 문명 시리즈를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당연히 비욘드 어스를 즐겨 봤을 테지만 거의 대부분의 이들이 문제점을 지적할 정도로 비욘드 어스의 퀄리티는 그리 좋지 않았다. 필자 역시 문명 시리즈의 광팬임에도 불구하고 비욘드 어스를 서너 번 정도 플레이 한 후 조용히 삭제 한 기억이 있다. 

 

비주얼 퀄리티는 이번 작도 동일하다

  

이처럼 나름 새로운 시각으로 내 놓은 비욘드 어스가 팬들에게 외면을 받게 되자 제작사도 문제의 심각성을 깨달은 듯싶다. 결과적으로 1년 여 만에 새로운 확장판을 내 놓았으니 말이다. 

 

비욘드 어스의 확장판 ‘라이징 타이드’는 비욘드 어스에서 부족한 부분들을 어느 정도 메우어 주면서 상당히 완성된 형태로 만들어 주는 작품이라 할 수 있다. 그간 문명 시리즈에서 발매되었던 각종 확장판에 비해서도 변화 폭이 큰 편이며, 새로운 요소의 추가 또한 많다. 제작사가 얼마나 고민을 하고 이 확장판을 내 놓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 새로운 형태의 외교 시스템

 

라이징 타이드에서 추가된 가장 큰 요소는 바로 외교다. 원작의 경우 외교라는 요소 자체가 상당히 부실한 편이었으나 새로운 요소의 추가로 인해 제법 나쁘지 않은 결과물이 완성되었다. 무엇보다 다채로운 행동을 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요소일 듯 하다. 

 

라이징 타이드에서는 별도의 누적 자원인 ‘자본’ 이 새로이 추가되었다. 이 자원은 오직 외교와 관련된 부분에만 사용되며, 특정 건물을 건설하는 등의 행동을 통해 그 양을 늘릴 수 있다. 

 

라이징 타이드의 외교는 상당히 간단하다. 문명처럼 ‘내가 뭘 줄 테니 뭘 달라’ 식의 밀당 외교나 자원을 달라는 식의 강압 및 원조 요구도 없다. 단순히 특정 세력과의 관계만이 존재할 뿐이며, 동맹과 같은 요구를 위해서는 상대가 나를 바라보는 존경심과 두려움이 제한 수치 이상 높아야 할 뿐이다. 

 

존경심은 통상적으로 기타 경제적인 요소들을 잘 관리하다 보면 오르게 되지만 해당 국가 지도자의 인격 특성에 따라 영향을 받는다. 또한 두려움은 게이머가 가진 병력 규모가 해당 국가보다 많을 경우 상승하며, 적을 경우는 낮아진다. 이 두 가지가 낮다면 상대 지도자는 아군을 향해 전쟁을 불사하게 될 것이며, 높다면 자연스럽게 관계 개선 요구를 해 온다. 게이머가 관계 개선 요구를 할 때는 일정한 자본이 소모되지만 자본의 진정한 활용은 아래 소개할 협정에서 이루어진다. 

  

상대 지도자 오른쪽에 수치가 표시된다

  

협정은 일정한 자본을 지불하고(더해서 매 턴 일정 자본이 상대에게 주어진다) 다양한 효과를 얻을 수 있는 시스템으로, 군사의 유지 비용을 없애거나 수도에서 더 많은 생산을 할 수 있는 등 여러 협정이 준비되어 있어 입맛에 맞게 선택이 가능하다. 물론 상대의 관계에 따라 거절 당할 수도 있고 아예 제안이 불가능하기도 하지만 중간 이상의 관계라면 거의 대부분 승인된다. 

 

총 5개의 협정을 맺을 수 있고 나 역시 다른 국가에 총 5개의 협정을 제공할 수 있다. 타 국가에서 협정 제안이 들어온 것을 수락하면 턴 당 얻는 자본 수치에 플러스적인 영향을 주게 되고 내가 사용하는 협정에 따라 턴 당 얻게 되는 자본 수치는 그만큼 마이너스가 된다. 

 

다양한 협정 목록들

자신이 어떤 인격 특성을 선택하는가에 따라 게이머가 제공하는 협정이 달라지는데, 인격 특성의 경우, 기본적으로 가지고 시작하는 하나의 캐릭터 특성 외에 일정 자본을 소비해 추가로 정치, 내부, 군사 3개의 인격 특성을 습득할 수 있다. 

 

또한 습득한 특성 역시 3단계로 효과가 존재하고 있어 자본을 소모해 레벨을 올릴 경우 보다 강력한 인격 특성 효과를 얻을 수 있다. 3개의 인격 특성은 각각 여러 특성 중 하나를 선택해 습득이 가능하며, 이후 추가 자본을 지불하고 다른 특성으로 변경할 수도 있다. 또한 어떤 특성을 선택하는가에 따라 자신이 타국가에 제공할 협정이 결정되기 때문에 이러한 부분도 잘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인격 특성 목록

  

이렇듯 변화된 외교 시스템이 바로 이번 라이징 타이드의 가장 핵심적인 요소다. 전쟁이 진행중인 상황에서는 상대에게 입힌 피해가 큰 쪽이 종전 협정의 우선권을 가지게 된다. 기존 문명 시리즈에서도 볼 수 없던 시스템인 만큼 나름 참신한 요소라고 할까. 그에 반해 게임 후반부로 가면 자본 수치를 쓸 데가 없어 무한정 쌓이게 되는 결과를 낳기도 한다. 

 

■ 그 외 변화된 요소들

 

라이징 타이드의 또 다른 변화 요소는 기존 조화, 순수, 우월 3가지로 나뉘어져 있던 친화력이 조화 및 순수, 또는 순수와 우월 등의 복합적인 형태로도 가능해졌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원작에서는 특정 친화력에 올인하는 전략이 중요했지만 이제는 적당히 친화력을 섞어 올려도 업그레이드나 특정 효과를 받을 수 있게 되었다. 나름 게이머들을 위한 변화라고 생각되는 부분이다. 

 

두 친화력을 합친 레벨로도 보상 효과를 받을 수 있다

  

이와 함께 상당히 단순한 유닛 체계를 보여주었던 전작과 달리 이번 작에서는 여러 유닛들이 새로이 추가되었다. 사실 필자의 경우는 원작의 단순한 유닛 체계가 더 편하다는 생각이지만 다른 게이머들의 요구가 컸기 때문인지 나름 다채로운 유닛들을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여기에 습득 가능한 기술도 늘어 전체적인 플레이 타임이 제법 증가한 모습. 플레이 타임이 늘고 외교 시스템이 추가되면서 할 것이 많아지다 보니 그나마 원래의 타임머신 기능이 다시 돌아 온 듯한 느낌이기도 하다. 

 

군사 유닛 종류가 상당히 다양해졌다

  

여기에 새로운 국가들이 추가되면서 이를 즐기는 재미도 더해졌다. 특히 한국을 대표하는 ‘청수’ 의 등장은 내심 반가운 부분이라 할 수 있는데, 다만 이미 여러 경로로 알려진 대로 지도자인 문한재의 모습이 중국이나 북한 사람 같은 이미지를 풍기다 보니 이에 대한 아쉬움이 다소 존재하는 편이다. 

 

양적으로 늘어난 국가들

  

바다 위에 도시를 건설할 수 있다는 점도 이번 확장판의 새로운 특징이다. 이제 게이머들은 바다 위에 도시를 건설할 수 있으며(단, 특정 국가를 제외하면 이에 대한 연구가 선행되어야 한다), 이를 통해 보다 많은 도시를 만들 수 있게 되었다. 단, 해상에 세워진 도시는 문화의 팽창에 따라 저절로 도시 타일이 증가하지 않으며, 도시를 들어 올려 인접한 타일로 옮기는 방법으로(옮길 때도 일정 턴이 소모된다) 도시 타일을 늘릴 수 있다. 물론 에너지를 소비해 타일을 구매하는 것도 가능하므로 어떤 형태를 사용할지는 게이머들이 결정할 부분이다. 

 

이제 해양 도시를 세우는 것이 가능하다

  

새로운 추가 요소인 ‘유물 시스템’ 은 탐사를 통해 일정 확률로 얻을 수 있는 다양한 유물을 조합해 새로운 기능을 가진 건물 등을 만들어 내는 시스템이다. 어떤 유물을 조합하는가에 따라 다채로운 연구 결과가 나오기 때문에 나름 이를 연구하는 즐거움도 있는 편. 여기에 조합 시 일정 생산력이나 문화 수치를 얻을 수 있어 게임 초반 탐사의 중요성이 보다 부각되는 모습이기도 하다.

 

유물 조합을 통해 다양한 건물을 발견할 수 있다

 

그에 반해 원작에서 문제가 많았던 요소들이 이번 확장판에 그대로 유지되고 있는 부분도 많은 편인데, 플레이를 하다 보면 느낄 수 있는 번역의 오류라던가 도시 자체의 방어 능력이 낮아 상당히 빠르게 도시를 점령당하는 문제는 게임의 재미를 떨어트리는 부분이라는 점에서 상당한 아쉬움을 자아내고 있다. 또한 활용도가 그다지 높지 않은 스파이의 존재도 그렇고 단순히 교역을 하는 데만 사용되는 중소국가의 존재도 크게 변한 것이 없다. 다양한 전략이 요구되었던 문명 5의 도시 국가와 비교하면 상당히 비교 되는 부분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도시가 너무 쉽게 점령당한다

  

■ 제법 좋아지긴 했지만 아직은 부족하다

 

‘라이징 타이드’의 등장은 비욘드 어스를 상당히 ‘문명스럽게’ 바꾸어 놓았다. 이것 저것 해야 할 일도 많아지고 그만큼 난이도도 어려워졌다. 콘텐츠의 증가로 플레이 타임 또한 늘어났으며 그만큼 게임에 대한 몰입도도 높아진 느낌이다. 비욘드 어스가 기존 문명 시리즈의 50% 퀄리티였다면 이제는 80% 이상은 된 듯한 인상이랄까. 덕분에 필자 역시 전작보다 이번 라이징 타이드의 ‘타임머신’ 효과가 압도적으로 높게 느껴졌다. 

 

하지만 이 때문인지 게임 내에서 처리하는 데이터 량은 상당히 늘었다. 이로 인해 제법 사양이 높은 PC로도 어느 정도 게임이 진행되다 보면 딜레이 시간이 길어지는 것을 볼 수 있으며 데이터의 세이브 로드에도 시간이 제법 걸린다. 앞서 언급했듯이 기존에 존재하던 비욘드 어스의 문제점들이 모두 개선되지 않은 점 또한 마이너스 요소가 되기도 한다. 

 

무엇보다 확장판을 통해서야 그런대로 완성된 작품이 되었다는 점이 불만스러운 부분인데, 그나마 이를 통해서라도 즐길 수 있는 게임이 되었다는 것을 생각하면 반대로 긍정적인 부분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김은태 / desk@gameshot.net | 보도자료 desk@gameshot.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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