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통법에서 풍기는 셧다운제의 냄새

성군의 지혜가 아쉬운 오늘
2014년 10월 14일 00시 43분 16초

단통법. 법제처의 풀이대로 말하면 '단말기유통법'이 시행된 지도 벌써 3주차에 접어들었다. 그런데 국내 휴대전화 시장은 사상 유례 없는 빙하기를 맞고 있다. 커뮤니티에는 울상 짓는 판매점 관계자의 하소연이 올라오고 있고, 웹에서는 관계자들을 질타하는 네티즌의 목소리가 끊임 없이 메아리치고 있다.

 

이런 분위기에서 말하기는 조금 조심스러워지지만, 사실 이 법의 취지는 그리 나쁜 것이 아니었다. 새 단말기 구입 시 혜택을 보는 소수의 유저들과 그렇지 않은 유저들 간에 형평성을 맞추고, 휴대전화 유통 시 지급되는 보조금 출처를 명확히 하여 출고가와 통신 요금을 동시에 낮추도록 유도하는 것이었다.

 


미래부, 방통위,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에서 제작한 홍보 만화

 

그런데 법 시행 전 여러 가지 변화가 있었다. 우선 보조금에는 비례성의 원칙이 적용되었다. 비례성의 원칙이란 특정 단말기에 지급 가능한 최대 지원금을 요금제에 따라 차등적으로 지급하는 방식이다. 이로 인해 저렴한 요금제를 이용하는 사람에게는 보조금이 거의 없다시피 한 결과가 나오게 되었다.

 

다음으로 법 시행을 불과 며칠 앞두고, 핵심이나 다름 없던 분리공시가 제외되었다. 분리공시란 휴대전화 보조금을 제조업체 장려금과 통신사 지원금으로 구분해서 공시하는 제도이다. 분리공시가 적용되면 '출고가 뻥튀기'가 어려워지는데, 이것이 빠지면서 반쪽자리 법이라는 불명예스러운 별명을 얻었다.

 

이뿐만이 아니다. 피처폰 시절의 최대 보조금 27만원에 '감으로' 몇 만원을 더한 보조금 상한제, 정부와 통신사 간에 막판 '다급하게' 합의한 1주일의 보조금 공시 기간, 법과 동시에 적용된 '위약4'(해지 시 할인반환금과 함께 통신사, 판매점 두 곳에서 받은 보조금 반환) 등이 더해지면서 지금의 상황에 이르렀다.

 


한 네티즌의 풍자 만화. 위 홍보 만화와는 사뭇 대조적인 분위기이다

 

그런데 이러한 문제점은 이미 오래 전부터 지적되고 있었다. 비례성의 원칙은 차별 없는 보조금이라는 본래의 취지와 상충하는 것이고, 1주일의 보조금 공시 기간은 통신사 간 눈치 보기 현상을 유발하며, 보조금 상한제는 통신사 간 담합을 유도하고, 분리공시 철폐는 높은 출고가를 유지시키기 때문이다.

 

이는 과거 셧다운제의 시행 사례를 떠올리게 한다. 당시에도 업계 관계자 뿐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강제적 셧다운제의 문제점과 실효성을 지적했다. 하지만 주무부처는 법안을 강행했고, 헌법재판소로부터 합헌 판결을 받으며 더욱 힘을 얻었다. 그런데 법 시행 후 만 3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까지도 여전히 논란이 되고 있다.

 

올해 3월, 여성부는 "셧다운제가 게임중독을 예방하는데 어떠한 효과를 내고 있는지 확인하는데 충분한 시간을 확보하지 못했다"면서도, "시행된 지 얼마 되지 않았고, 입법목적이 달성될 때까지 지속해야 하는 부분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미래부와 방통위 또한 "법이 시행된 지 얼마 안 되었으니 기다려보자"는 말만을 되풀이하고 있다.

 

그러고 보니 지난 주에는 한글날이 있었다. 훈민정음을 창제하신 세종대왕은 여러 분야의 개혁에 앞장섰으나, 중요한 정책을 결정함에 있어서는 항상 신중한 자세를 보였다. 특히 공법의 경우 함경도에서 전라도까지 집집마다 관리를 파견, 5개월 동안 17만 여명을 대상으로 여론 조사를 실시한 것으로 유명하다.

 

공법은 토지 세금 체계를 바꾸는 법이었기 때문에 대신들의 반대도 무척 심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무려 17년을 기다리며 11년 동안 대신들과의 논쟁을 통해 법 시행의 타당성을 설득했다. 이리 하여 장장 25년에 걸쳐 완성된 공법은 훗날 조선 토지 제도의 근간이 될 만큼 높은 완성도를 자랑했다.

 

옛 성군의 지혜가 아쉬운 오늘이다.

 

 

이장원 / mimixer | 보도자료 desk@gameshot.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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