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로L과 게임 업계, 슈퍼마켓과 정용진 부회장

정치적 프레임에 갇히지 말라
2013년 11월 07일 17시 31분 19초

지난 6일 있었던 여성가족위원회 국정감사로 인해 게이머와 게임 업계 관계자들에 사이에 한바탕 소동이 일었다. 정말 말도 안 되는 일이 국정감사에서 벌어졌기 때문이다.

민주당 백재현 의원은 라이엇게임즈의 '리그 오브 레전드'(이하 LoL) 팬 아트를 들고 나와 "LoL인지 에로L인지 모르겠다"며, "12세 이용 등급게임이 이렇게 선정적일 수 있느냐"고 증인으로 출석한 라이엇게임즈코리아의 오진호 대표에게 호통을 쳤다. 당황하던 오 대표는 "우려 하시는 바를 매우 공감하고 있으며 인정하고 있다"고 짧게 대답했다.

하지만 백의원은 “5명이 함께 하는 것부터가 과몰입이다”라고 말하면서 청소년들이 ‘한 게임만 더’라는 유혹에 쉽게 흔들려 자제할 수 없다는 납득하기 어려운 주장을 이어 갔다.

이 상황을 방송으로 지켜본 수많은 네티즌과 게임 업계 관계자, 그리고 현장에서 취재하던 기자들은 일제히 백의원을 비난했다. '팬아트'와 '정식 콘텐츠'도 구분 못하면서 그걸 따진다는 게 말이 되느냐는 지적이 사방에서 쏟아졌다.

그런데 반대로 생각해보자. 게임 업계 사람이나 게이머가 아닌 사람에게 백의원이 보여준 팬아트가 '공식'인지 아니면 '비공식'인지가 과연 중요할까? 비판적인 입장에서 게임을 바라보는 세력이라면 그보다 중요한 것은 'LoL의 중독성과 선정성'뿐이다. 어차피 그들에게는 누가 뭐래도 게임은 중독이고 유해물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게임 업계가 인지해야 할 사항은 "정치적 프레임에 갇히지 말라"는 것이다. 예나 지금이나 정치권의 기본 법칙은 "상대의 이슈에 프레임을 가둬라"이다. "게임이 유해하며 선정적이다"라는 이슈에 "그렇지 않다"는 논리로 맞서기 시작하면 "게임이 유해한가 아닌가"라는 문제만 끝임 없이 제기될 뿐이다. 차라리 "일부 유해성이 있지만 우리는 그 유해성을 없애기 위해 이러한 노력을 하고 있으며, 반대로 긍정적인 효과도 이렇게 많다"는 자세로 대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럼 정치권과 오랜 관계를 맺어온 대기업들의 대응 자세를 살펴 보자. 최근 국정감사 증인으로 출석한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신세계가 운영 중인 기업형 슈퍼마켓 이파트에브리데이가 골목상권을 침해하고 있다"는 국회의원들의 질타에 "죄송하다"며 "이마트에브리데이 점포에 앞으로 이마트라는 상호를 달지 않겠다"고 말했다. 다음 날 신세계는 보도자료를 통해 "이파트에브리데이에서 이마트 상표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이지 기업형 슈퍼마켓 사업에서 철수하겠다는 의미는 아니다"라는 입장을 내놓았다.

어찌 보면 말 장난 같아 보이지만 국회의원들은 대기업으로부터 골목상권을 지켜냈다는 명분을 얻었고, 신세계는 상표만 교체한 채 여전히 프랜차이즈 슈퍼마켓을 운영할 수 있게 됐다. 만일 그 자리에서 정용진 부회장이 "우리는 골목상권을 침해하지 않고 있다"는 자료를 들이 댔으면 "신세계가 골목 상권을 침해했나 안 했나" 라는 프레임에 갖혀서 논란만 부추겼을 것이다.

조금 얍삽해 보일지 몰라도 이런 식의 대응을 이제는 게임 업계도 해야 하지 않을까.

 

김성태 / mediatec21 | 보도자료 desk@gameshot.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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