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 닌텐도의 ‘미래의 적’이 되다

[컬럼] 아이폰이 닌텐도의 적수가 되는 이유
2010년 05월 18일 13시 07분 31초

휴대용 게임기 부문에서 닌텐도의 위세는 실로 대단하다. 소니컴퓨터엔터테인먼트가 콘솔 게임 업계의 패권을 차지했을 때도, 휴대용 게임기만큼은 감히 닌텐도의 자리를 넘볼 수 없었으니까. 현재 PSP가 고전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닌텐도와 맞붙어 이 정도의 성과를 올린 업체도 드물기 때문에 실은 꽤 선전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그런 닌텐도의 눈 앞에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적수가 나타났다.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앞세운 애플이 그 주인공이다.


아이폰

왜 아이폰은 적이 되었나

얼마 전, 영국의 타임즈온라인에 흥미로운 기사가 실렸다. 닌텐도의 이와타 사토루 사장이 동사 간부에게 “소니와의 싸움은 이미 승리했다. 애플과 아이폰, 아이패드를 미래의 적으로 간주하라”라는 발언을 했다는 것이다. 이 기사를 접한 필자는 ‘드디어 올 것이 오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불과 1년 전만 하더라도 - 회사 내부에서는 어땠을지 모르지만 - 대외적으로 애플과의 라이벌 의식이 없음을 강조하던 닌텐도였다.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기자들의 질문에는 시종일관 ‘애플과는 갈 길이 다르다’는 대답으로 응수했다. 그랬던 닌텐도가 애플을 경쟁자로 인정한 것이라고나 할까.

과거 일본에서 모바일 게임이 한창 인기를 끌 때도 이와 비슷한 상황이 벌어진 적이 있었다. 확산일로에 있던 모바일 게임 시장이 결국 휴대용 게임기 시장을 잠식하지 않겠느냐는 견해. 그러나 닌텐도는 휴대용 게임기와 모바일 게임은 갈 길이 다르다고 주장했고, 닌텐도 DS를 통해 이를 입증해 보였다.

그런데 왜 아이폰은 다르게 취급하는 것일까? 필자가 생각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앱스토어

앱스토어는 가장 성공적인 온라인 게임 스토어의 대표 사례로 꼽을 수 있으며, 누구나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도록 개발 생태계가 활성화 되어 있는 몇 안 되는 서비스이기도 하다. 2008년 6월 개설 이후 2010년 1월까지의 다운로드 회수는 30억 건, 애플리케이션 수는 10만개를 상회한다.

닌텐도 역시 DSi웨어를 통해 휴대용 게임기를 위한 온라인 게임 스토어 부문에 발을 들여 놓기는 했지만, 아직까지 괄목할 만한 성과를 올리지는 못 하고 있다. 그러나 무선 통신 속도가 향상되고 저장 용량도 확대되는 미래에는 게임 온 디맨드 시장이 지금보다 더욱 확대될 것이 분명하다.


앱스토어

2. 유저층

닌텐도 DS가 지금과 같은 대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로 터치스크린을 빼놓을 수 없다. 비록 PSP보다 하드웨어 성능은 열등했지만, 휴대용 게임기 최초로 터치스크린을 도입하여 새로운 인터페이스를 선보였고, ‘두뇌 트레이닝’, ‘닌텐독스’ 같은 소프트웨어가 뒷받침 하면서 신규 유저층을 창출하는데 성공했다.

그런데 아이폰은 닌텐도 DS보다 터치감이 월등한 정전식 터치스크린을 채용했다는 점을 차치하더라도, 닌텐도 DS가 개척한 캐주얼 게임 시장과 유저층이 겹친다는 문제가 있다. 닌텐도가 절대 강세를 보이는 저연령층에는 어필 하기 힘들겠지만, 닌텐도의 약점이라 할 수 있는 10대-20대 남성층의 관심도 한 몸에 받고 있다.

같은 맥락에서 PSP가 최근 약세를 면치 못하는 것도, 닌텐도 DS 때문이라기보다는 아이폰 탓이 더 크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몬스터헌터’ 덕분에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일본과 달리 북미 지역에서는 PSP의 주고객층이었던 10대-20대 남성들이 아이폰과 아이팟 터치로 이탈하면서 유저풀이 급격히 감소했다는 것이다.

3. 보급기반

동일한 운영체제를 적용해도 하드웨어 설계 및 제조업체에 따라 천차만별의 모습을 보여주는 통상의 휴대전화와 달리, 아이폰은 애플이라는 단일 업체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통합적으로 관리하고 있기 때문에, 1년에 한 번씩 새로운 제품이 나와도 언제나 일정한 호환성을 유지하고 있다.

게다가 아이폰에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MP3 플레이어 아이팟 터치와 태블릿 PC 계열인 아이패드라고 하는 우군이 있다. 양쪽 모두 전화 기능은 없지만(스카이프 애플리케이션을 사용하는 것은 논외로 치도록 하자), 애플리케이션은 상호 호환성을 갖고 있어 이들의 숫자를 모두 합하면 상당한 기반 세력을 확보하게 된다.


아이패드

4. 범용성

아이폰은 기존의 휴대전화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다양한 기능을 제공한다. 하드웨어 사양만 놓고 보면 딱히 다를 것이 없어 보이지만, 수많은 종류의 애플리케이션과 3G/Wi-Fi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네트워크 접속 능력 덕분에 게임은 물론 웹 서핑, SNS, 네비게이션, 멀티미디어, 증강현실 등 활용도가 무궁무진하다.

물론 게임 하나만 따지면 ‘마리오’나 ‘철권’ 같은 킬러 컨텐츠를 찾아 보기 힘든 것이 사실이지만, 게임 업계에 몸 담고 있는 필자마저 단 하나의 휴대기기만을 들고 나가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다면 아이폰을 선택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전화에 인터넷, 게임까지 모두 소화할 수 있는 게임기는 현재로선 없으니까.

마치면서

올해 E3에서 닌텐도는 가칭 닌텐도 3DS를 공식 발표한다. 미루어 짐작하건대 이 새로운 휴대용 게임기에는 ‘안경을 쓰지 않아도 되는 3D’ 기능 외에도 아이폰에 맞서기 위한 기술들이 대거 포함될 것이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양 부문이 앞다투어 ‘서프라이즈’를 준비하고 있다는 풍문이 돌 정도니 말이다.

과연 닌텐도가 지금까지의 경쟁자들과는 완전히 다른 미래의 적, 애플과의 대결을 위해 어떤 준비를 했고 또 어떤 싸움을 벌이게 될 지 앞으로의 향방을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스퀘어 에닉스의 아이폰용 RPG 케이오스 링스

 

이장원 / mimixer | 보도자료 desk@gameshot.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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