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럼] 아쉬움이 남는 신인 드래프트

최저 연봉제 등 마련 시급
2006년 03월 22일 14시 29분 21초

2006년 스타크래프트 프로리그와 개인리그에 출전할 신예를 뽑는 등용문인 2006년 상반기 프로게이머 신인 드래프트가 20일 오후 4시부터 용산 아이파크몰에 위치한 e스포츠 상설구장에서 열렸다. 3회째를 맞는 이번 드래프트에는 커리지매치와 KeSPA컵 등을 통해 준프로 자격을 획득한 55명의 프로게이머 지망생들이 참여했다. 종족 별로 살펴보면 테란이 22명으로 가장 많았으며 저그가 17명, 프로토스가 16명으로 뒤를 이었다.

드래프트는 2005시즌 단체전 성적의 역순으로 진행하여 하위권 팀들의 전력 강화를 꾀했으며 스네이크 방식을 채택하여 상위권 팀들의 일방적인 불이익도 방지했다. 1, 2라운드는 각 팀이 기존에 보유하고 있는 연습생들을 선발하는 우선 지명으로 진행되어 3라운드부터 5라운드까지가 실질적인 드래프트라고 할 수 있었다.

드래프트 참가자들은 자기 소개 시간을 통해 저마다 자신의 장점과 플레이 스타일, 앞으로의 포부 등에 대해 밝혔다. 각 구단 감독과 코치들의 눈에 들어야 한다는 부담감에 말을 더듬거나 목소리를 떠는 이들도 있었던 반면, 똑 부러진 목소리로 자신의 생각을 명확히 표현하여 관계자들에게서 박수 갈채를 받은 참가자도 있었다.

감독들은 재치있는 질문으로 행사의 분위기를 화기애애하게 만들었다. 최근 창단한 르까프의 조정웅 감독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속옷만 빼고는 르까프를 입어야 하는데 그럴 자신이 있냐"는 질문을 드래프트 참가자에게 던져 웃음을 자아 내게 했으며 한빛소프트의 이재균 감독은 드래프트 전 GO에서 테스트를 받았는데 연락이 없어서 섭섭했다는 참가자에게 "우리 팀에 오면 GO를 이길 자신이 있냐"며 뼈있는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각 구단의 감독들은 심사숙고 끝에 지명 선수를 모두 결정했다. 자기 소개 시간에 박수를 받았던 참가자나 자신감 넘치는 모습을 보였던 이들은 적극적인 사고 방식과 하고자 하는 의욕에서 좋은 점수를 받아 3라운드에서 대거 뽑혔다. 참가자들의 기량에 대해 평가할 만한 객관적인 데이터가 부족했던 상황이라 경기 외적인 요소가 많이 작용할 수 밖에 없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드래프트에 참여한 모든 프로게이머 지망생들이 각 팀의 지명을 받고 새 소속팀을 찾은 것은 아니다. 선수층이 두터운 KTF와 SK텔레콤, 삼성전자 등에서 소수의 인원만을 지명한 후 지명을 포기한 것. 'e스포츠계의 레알 마드리드'라 불릴 정도로 선수층이 탄탄한 KTF는 단 한 명만을 지명했으며 삼성전자는 2명, SK텔레콤은 3명만을 지명했다. 비기업 구단 중 가장 선수층이 두터운 GO의 경우 마지막 5라운드에서 지명을 포기, 4명만을 뽑았다.

구단들의 지명 포기로 인해 드래프트 참가자 중 10명은 아무 팀에서도 지명을 받지 못했다. 이들은 아쉬운 표정을 짓기도 했으나 프로게이머의 꿈을 포기하지 않고 다음 드래프트에 다시 도전하겠다는 굳은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전반적으로 큰 문제 없이 무난히 진행된 드래프트였지만 아쉬운 점도 여전히 남는다. 먼저 각 구단의 감독들이 드래프트 참가 대상자들에 대해 파악할 만한 자료와 시간이 충분치 않았던 점을 꼽고 싶다. 입상 대회에서의 성적과 간단한 프로필, 몇 마디의 간단한 소감만으로 어떤 선수의 기량이 뛰어난지 판단하기는 어려울 수 밖에 없다. 실제로 우선 지명이 끝나고 3라운드 지명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각 구단의 감독 및 코치들은 선수를 파악할 시간을 더 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한 드래프트 참가자는 "드래프트에서 게임을 하는 줄 알고 열심히 연습했는데 경기 모습을 보여주지 못해 아쉽다"고 밝혔다. 사전에 드래프트 대상자들을 대상으로 한 연습 경기를 진행하여 해당 경기를 각 구단 관계자들이 직접 관람할 수 있게 하거나 리플레이 파일이라도 공유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드래프트를 통해 지명된 게이머들에게 주어지는 대우에 대한 규정이 미비한 점도 아쉽다. 여타 프로스포츠에서는 드래프트에서 지명된 선수들에게 최소한의 연봉이나 계약금 등을 지급하도록 하는 규정이 마련되어 있지만 프로게이머 드래프트에서는 그런 규정이 전무하다. 따라서 드래프트를 통해 입단한 선수들의 처우에 대해서는 전적으로 각 구단에 달려 있는 셈인데 비기업 구단의 경우 갓 입단한 신인에게 연봉을 지급할 만한 여유가 없는 경우가 많다. 기껏 드래프트를 통해 입단을 하더라도 최소한의 대우도 보장받지 못한다면 프로게이머를 준비하는 이들에게 무척이나 힘 빠지는 일일 수 밖에 없다.

드래프트를 통해 입단한 선수에 대한 구단의 보유 기간이 명시되어 있지 않은 점도 문제다. 대기업 팀에서야 연봉 계약을 맺어 최소한 그 기간만큼은 선수를 보유할 수 있겠지만 신인급 선수에게까지 연봉을 지급할 여력이 없는 비기업 팀에서는 선수에 대한 보유권이 안정적으로 보장되는 기간은 없다고 봐야 한다. 이 경우 비기업 팀은 선수가 원할 경우 언제든 풀어줄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드래프트를 거부할 경우 3년간 드래프트 참가를 제한한다는 규정이 있지만 일단 입단한 후에 이적을 요구할 경우에는 얘기가 달라진다.

이병민의 이적 과정에서 불거졌던 FA 파동에 대해 기억하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 당시 이병민은 '선수가 원한다면 구단은 선수의 이적을 막을 수 없다'는 논리에 의해 팬택앤큐리텔에서 KTF로 이적한 바 있다. 보유 기간에 대해 명시하지 않는 지금의 제도가 그대로 유지된다면 드래프트 입단 선수들 중에서 제2의 이병민이 나오지 말라는 법이 없다. 드래프트를 받아들일 경우 다른 팀으로 이적할 수 없는 기간을 정하는 등의 규정 보완이 속히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아쉬운 점도 많았지만 발전하는 모습도 동시에 발견할 수 있어 다행이었다. 1, 2회와 비교해 드래프트 대상자도 대폭 늘어났으며 11개 구단이 하나도 빠지지 않고 모두 참석했다는 점도 고무적이다. 다른 e스포츠 행사보다 취재 열기가 뜨거웠던 것도 드래프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음을 증명하고 있다.

이번에 새로운 팀에 둥지를 튼 45명의 선수들 중 누가 새롭게 시작될 프로리그와 개인리그에서 두각을 나타낼 것인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드래프트의 성공 여부를 판단하는 데에는 얼마나 많은 스타를 배출하느냐에 달렸기 때문이다. 1회 드래프트에서 POS에 입단하여 각종 리그에서 맹활약 하고 있는 염보성과 같은 신예 스타가 이번에 입단한 신인들 중에서도 다시 나오기를 진심으로 바라마지 않는다.

게임샷 / cleanrap | 보도자료 desk@gameshot.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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